뒤늦은 서울마라톤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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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넉달간 본캐를 마라토너로 인식하고 직장다니는 저의 위치는 돈을 벌기 위한 부캐릭터 쯤으로 여기며 살아왔었습니다.
대회 끝나고 밥벌이를 위한 일을 하느라 소회를 정리하고 있지 못했네요 ^^;;;
늦게나마 몇자 적어보겠습니다.
우선 이곳에 공유해주신 여러 회원님들의 노력을 보면서 게을러지고 싶을때마다 스스로를 다잡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을 분명하게 하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다 덕분입니다.
대회 10일전에 A형 독감에 걸려 골골대다 일요일에 무리한 훈련으로 병원 천장을 보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선천적으로 추위에 약해서 다들 반팔 반바지를 입으셨는데 저는 긴팔 긴바지에 내복까지 챙겨입고 대회에 갔습니다.
함께한 형제자매님들께서 동네 산책나왔냐는 복장 평가를 주셨습니다.
핫팩도 두개 양손에 들고 장갑끼고 겨울 훈련때보다 약간 얇게 입고 달렸습니다.
출발 직전 화장실 신호가 다시 오는 통에 화장실 들렀더니 배정받은 A조가 이미 출발해서 정말 엉엉 울면서 인파를 해치고 최대한 앞으로 나갔습니다(그 과정에서 불쾌해 하셨을 분들이 계셨을텐데 지나고 보니 너무 죄송했습니다 ㅠ 그땐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매번 제일 뒷조에서 출발했는데 처음 앞조 배정 받은 것에 놓치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 간절했었습니다. 그래도 생각해보면 좀더 침착하게 행동 했었어야 했는데 ㅠㅠ)
결국 C조에서 출발을 하게 되었고 청계천통과할때까지 다소 막힘이 있었지만 오히려 생각해보니 초반 페이스를 묶어주는 효과를 주었다고 평가합니다.
종로로 나오면서 하프 통과하면서 본격적으로 페이스를 올려보기 시작했습니다. 어린이 대공원가는 길까지는 비교적 순탄했습니다. 급수도 거르지 않고 간식도 한손엔 바나나 한손엔 초코파이 우걱우걱 잘 먹었습니다. 파워젤은 시작전 한개 15Km, 25Km쯤에서 각각 먹었습니다. 군자 지나는 지점에서 다른 응원단 분들이 주시는 레몬도 너무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 먹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세종대 끼고 우회전하면서부터 슬슬 힘에 부치기 시작했습니다. 시야도 좁아지며 어떤 생각을 할 여력이 없었습니다. 그저 묵주기도만 하면서 달렸습니다. 잠실대교에서 추운 바람 참아가며 응원해주신 교우분들로부터 간식도 받아 먹고 정신좀 차렸습니다. 다리 건너니 모자가 날라갈뻔한 강풍을 만났습니다. 가까스로 벗겨지려는 모자를 잡았고 다행이 다른 분들께 피해를 주지는 않았습니다. 참 긴 2Km를 달리고 종착점에 도달했을때 묵주기도가 끝났고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며 지점을 지났습니다. 이후로 한동안 울음을 그치지 못했습니다. 마중나온 아내를 부둥켜안고 눈물을 질질짰네요 ^^;;
정리를 위해 이동하는 과정에서 큰 다모앙 깃발을 들고계신 회원님들을 뵈었는데 때마침 이야기 중이셔서 아내가 부르기도 했고 소심쟁이는 내적 친밀감만 느끼고 지나쳤습니다.
추운 겨울 동안 바람과 추위를 견뎌내며 훈련했던 날들이 추억이라는 필터를 거치며 미화가 되네요 ㅎㅎ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는 것을 실감합니다. 당시에는 분명 이걸 왜하고 있나 싶은 마음으로 가득했었는데 말입니다 ㅎㅎ
동네에서 함께 훈련해주시고 응원을 아까지 않으신 성당 형제자매님들
대회날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을 위해 비바람 맞아가며 힘을 불어 넣어주신 응원단 분들
보잘것 없는 모습을 멋진 영상으로 담아주시고 공유해주시는 사진작가님들
모두의 마음을 모아서 함께 이룬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너무 이르게 주제넘은 계획일지 모르겠으나 앞으로 저를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과 함께 제가 배워오고 받은 것들을 주변 사람들과 나누며 함께 하는데에 좀더 집중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크고 작은 대회 경험을 대엿번한 주제에 성급한 평가일지 모르겠지만 대회 주최측이 돈벌이 뿐만 아니라 참가자들을 좀더 신경 써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메달을 주는 것은 지난 JTBC 서울마라톤와 유사하게 진행되었습니다만 이후 짐을 찾는 과정과 탈의실 공간 부족으로 인해 추운 날 몸을 덜덜 떨며 고생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기념품으로 큰 수건이라도 걸칠수 있게 해줬더라면 좋지 않았을 까하는 바램을 가져봤습니다.
참가자들과 좋게 봐주시는 시민들도 있었지만 여전히 교통 통제하시는 자원 봉사자분들에게 욕설과 참가자들에 대한 위협적인 언사를 서슴치 않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세상사가 양면이 있지만 참 내마음 같지 않은 세상임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전에 이곳에서 어떤 회원님께서 핑계대지 않기 위해 달리신다는 말씀을 본것으로 기억합니다.
남은 삶 속에서 핑계대지 않고 최선을 다해 후회를 덜 남기는 사람으로 살고자 다짐해봅니다.
두서없는 글을 줄입니다. 건강하시고 고맙습니다.
챠비님의 댓글의 댓글
꾸준함으로 승부 보겠습니다.
구차하네요 ㅋ
[from DV Native]
해바라기님의 댓글

요행을 허락하지 않고 어제의 나와 동행하고 때로는 경쟁해야 하는 것이 여러 감정이 들게 되더군요.
항상 나혼자 잘해서 잘 달리고 있는 것 같지만 과정을 돌아 보면 보이지 않게 느끼지 못하게 여러 사람들이 나에게 도움이 되고 있지요.
힘든 완주후에 만감이 교차하셨을 텐데 아름답고 멋진 남자의 눈물입니다~👍
좋은 기록으로 서브3 하신 것도 축하드리며 앞으로의 달리기 인생도 순탄하고 행복한 여정이 되시길 바랍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프시케님의 댓글

앞 두 대회도 훌륭하셨지만 특히 이번 대회가 최고입니다.
와우~ 구간 별 페이스를 보니 후반에 갈 수록 조금씩 페이스가 올라가시는데 아...완전 이상적인 페이스입니다.
기록도 훌륭하지만 써주신 글도 너무 재밌고, 따뜻하고, 가슴을 울리는 글로 가득 차 있네요.
너무 너무 수고하셨고, 서브3 축하 드립니다~
DRrck님의 댓글의 댓글
liva123님의 댓글

너무너무 고생하셨습니다. 저도 열심히 노력해야겠어요. 명예의 전당 축하드립니다^^
엉덩제리님의 댓글

저도 언젠가는 따라가고 싶습니다. 명전에도 들어가고요. 열심히 해야겠네요ㅎㅎ
우리나라 메이저 대회부터 해서 가격이 점점 올라가고 있는데, 아니 많이 올라갔죠ㅎㅎ;;
그만큼 퀄리티도 올라가면 좋겠습니다.
다시 한번 서브3 달성 축하 드리고, 고생 많으셨습니다~!
챠비님의 댓글
[from DV Nat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