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쿠우스<equus>'를 보고 왔습니다.
벗님

Lv.1 벗님 (104.♡.68.24)

2026년 1월 4일 AM 11:05 · 수정됨(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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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에쿠우스<equus>' 한국 초연 50주년 기념공연을 보고 왔습니다.
2009년 즈음에 기회가 되어 에쿠우스는 한 번 봤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도 소극장이긴 했지만,
무대에서 조금 떨어진 관객석에 앉아서 그랬던 것인지 대사가 잘 들리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사전에 무슨 내용인지 전혀 모르고 있는 상태로 봐서 그랬는지,
배우들의 혼신의 연기에 대사와 독백들이 묻혀버렸습니다.
그저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가히 미친 연기를 쏟아내는 걸 보며 감탄을 했습니다.

연기란 이런 것이구나.
연극 무대의 연기란 이런 것이구나.
대부분의 대사는 잘 기억 나지 않지만 
몇 몇 대사들은 그 당시에도 저의 가슴을 찌르고 깊숙히 들어왔습니다.
짙은 문제 의식에 압도되는 듯 했습니다.


이번에 다시 보게 된 에쿠우스는 두 번째 좌석에 앉아서 보게 되었습니다.
대사들이 모두 들립니다.
배우의 표정과 작은 몸짓 하나 하나가  선명하게 각인되듯 펼쳐집니다.

무엇보다 저를 사로잡은 건 그 ’말’, 그 ‘말들‘의 표현이었습니다.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으나 그 내면 깊이 정말 ‘말’을 보여주고 있더군요.

가족 여행으로 작은 말 농장을 함께 하고 있는 펜션에서 며칠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봤던 그 멋진 말들은 사람들을 매혹시키는 매력이 있습니다.
단단하고, 매끄럽고, 탄력이 넘치느 그 질주, 흩날리는 말 갈기.

그 모습을 무대에서 그대로 재현하고 있더군요.
소년이 말에 매료될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말의 호흡, 말의 고개짓, 
무대를 울리며 말의 박차는 소리를 낼 때마다, 말은 더욱 크게 느껴졌습니다.

소년과 의사.
소년의 아버지와 어머니,
그녀.

의사의 독백, 그 울부짖음이 내내 잊혀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 이후로 소년은 과연 행복과 안식을 찾았을까요.
매정하게 잘려나간 소년의 자아, 우리가 그렇게 하는 것이 과연 정당하긴 한 것일까요.


에쿠우스는 참 멋진 연극입니다.
50년을 살아남아 여전히 그 묵직한 질문들을 던질 수 있는
참 멋진 연극이었습니다.


끝.



댓글 (3)

  • 아기고양이

    아기고양이 Lv.1

    01.04 · 223.♡.52.83

    무슨 내용인지 전혀 모르는데 말에 매료된 소년이 주인공이라면 보고 싶어지네요. 후기 감사합니다.
  • 벗님

    벗님 Lv.1 → 아기고양이 작성자

    01.04 · 104.♡.68.24

    주제 의식이 짙고 강하고, 조금 도발적인 작품이긴 합니다. ^^;
  • C

    concept Lv.1

    01.04 · 223.♡.75.125

    50년 전 초연되었을 때 충격적인 반응들이었죠. 정사장면이 연극무대에 올라온 것은 한국에서 처음이었으니까요. 물론 정사장면은 선정적인 의도가 아니라 말에 대해 충격적인 행동을 한 소년의 심리변화를 추적하는데 필수적인 장치였죠. 주인공 소년 역을 맡은 젊은 배우들은 대개 그후 대배우로 성장했을 만큼 주인공 소년역은 신인 배우의 선망의 대상이었습니다. 저는 지금은 폐관된 실험극장에서 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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