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신춘문예작들을 엮어 놓은 두툼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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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중반,
신춘문예작들을 엮어 놓은 두툼한 책이 한 권 있었습니다.
뭔가 읽을 만한 글을 써보고 싶다는 갈증이 조금은 남아있던 시절,
신춘문예작으로 선정된 작품들을 하나 하나 읽어보고 있으면
코 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고개를 끝까지 쳐들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 높다락 벽,
그 앞에 서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글장이'로 살아가고자 한다면,
저 정도 수준의 글을 쓸 수 있어야만 한다는 하나의 경계처럼 인식되었습니다.
읽고 즐기는 독자로서는 충분하지만,
깊은 고뇌와 고통을 감내하면서 글을 쓰는 작자로서는
그 역량도 부족하고, 글재주도 한없이 미천한 상태였죠.
해서, 글로 먹고 살고 싶다는 생각은 아주 멀리로 미뤄뒀습니다.
신춘문예작을 읽어보는 건 아무런 부담을 갖지 않고 할 수 있었죠. 마음편하게.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거쳐서, 이 소설을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저기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
'이게 무슨 내용이지?',
말 그대로 정신 나간 어떤 여자 아이가 나오고,
그 여자 아이의 주변에
착한 것인지 나쁜 것인지 애매한 어떤 남자가 나오고,
처음에는 선의로 다가갔었지만,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는 조건이 되자 짐승처럼 점차 변해가는,
궁금증으로 들여다봤다가 기분이 더럽고, 찝찝하고,
뭔가 세상이 x같다는 생각이 들게 되는 그런 소설이었습니다.
여자 아이를 보듬어줄 수는 사람도 없고,
그런 세상도 아님이 너무 적나라하게 펼쳐져 있었죠.
'저기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는 그런 소설이었습니다.
후에 이 소설은 '꽃잎'이라는 영화로 제작되고 개봉되었고,
저는 비디오를 보며 알게 되었습니다.
'아, 그 소설이구나.'
더불어,
왜 그 여자 아기가 미치게 되었는지,
세상이 왜 그렇게 x같았었는지.. 그 '배경'을 알게 되었습니다.
후에
여러 매체를 통해 5.18을 알고 접하게 되었습니다.
SBS의 모래시계, 강풀의 26년, 영화화된 26년.
끝끝내 단죄하지 못한 살인자 전두환.
지금 현재는..
이런 '살인자 전두환는 옹호하는 이'가
'국가의 가장 높은 자리'에 앉아있습니다.
이 '무거운 짐'을 다음 세대에게 전해주고 싶지 않습니다.
정의로운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진실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누구나 느낄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끝.
도미에님의 댓글
내용은 거의 다 까먹었지만 회색눈사람. 하나코는 없다? 저기 소리없이 한점 꽃잎이 지고....
광주는 광주대로 특별하지만 최윤을 얼마만에 떠올리는지....아직도 집에 있나 함 찾아봐야겠습니다
비치지않는거울님의 댓글의 댓글
비치지않는거울님의 댓글
사실 어느정도 배경을 알고 본 영화긴 했지만
상처입은 얘기들을 볼 때마다 신이 있는 가를 고민합니다. 하~~
영화와 별개로 문성근 배우를 경마장을 간다부터 알기 시작했는데
도대체 좋은 배역으로 나온게 없는 것같아서....
나중에 문성근 배우의 인생사를 알고 참 좋아하게 됐지만
배우는 좋은 역활을 맏는 것도 때론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BonJovi님의 댓글
이런 벽을 넘어서려면 좀 더 필요한 것이 대중문화와 예술을 통한 더 활발한 재조명이라고 생각해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꽤나 많고 높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