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바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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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께서 시장을 갔다 오시면서 바나나를 사 오셨습니다.
식구별로 하나씩, 딱 네 개였습니다.
한 개에 500원이라 하셨습니다.
어린 저는 돈 개념이 희박했지만, 그 당시 500원은 꽤나 큰 돈이었다고 하셨습니다. 아마도 사과 한 개에 만 원 이라는 느낌과 비슷하지 않겠나 싶습니다.
가족을 위해 특별히 사 오신 바나나, 한 사람 당 한 개, 어머니께서는 어린 나를 위해 껍질을 까 주셨습니다.
그간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적어도 내 기억에는…), 한 개 밖에 없는 소중한 바나나를 앞니로 조금씩 갉아 먹었습니다.
책에서만 읽어본 바나나라는 과일은 정말 맛있었습니다.
바나나 크기가 줄어들 수록 너무 아쉬웠습니다.
바나나 껍질까지 갉아먹을 만큼 알뜰하게 다 먹고 나서야 아쉽게도 바나나랑 안녕 했습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 이런 저런 스토리를 듣고 알게 되었는데, 그 당시 바나나는 일체 수입이 금지된 과일이었고, 제주도에서 조금씩 재배가 이루어진 과일이었고, 그래서 그렇게 무지막지한 가격표를 달고 판매되었습니다.
이후 수입이 자유화되면서 대만 바나나가 수입되었고, 그 때부터는 "한 송이" 를 사서 먹어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린 시절 저에게 각인된 "한 사람 당 바나나 한 개" 라는 주문은 정말 대단했죠. 바나나를 한 번에 두 개 먹을 수 있다는 것은, 마치 우리집이 엄청 부자가 된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해 주었습니다.
그 당시 미국에 갓 이민 간 집들은, 미국 마켓에서 바나나가 너무 크고 저렴해서, 이웃집에 초대를 갈 적에 바나나를 사 가지고 선물로 가져갔다 하네요. 그런데, 미국에서 오래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그 모습이 얼마나 우스웠을지…
이제는 한국이 잘 살아서, 오랫만에 한국 방문을 해도 뭐 마땅히 사 갈 선물이 없습니다. 물론, 바나나를 선물로 사 갈 것은 아닙니다.
ps: 나무에 열리는 진짜 바나나 한 송이는 100개가 넘는다고 하지요? 제가 말하는 한 송이는 손에 들 수 있는 한 다발 말씀입니다.
연랑님의 댓글
할머니 생신떄 돈 모아서 바나나랑 이것저것 사드렸었던 기억이 납니다.
란초님의 댓글
구포시장(3,8 장날)을 갔었죠 ㅎㅎ
지금은 바나나가 널렸다 보니 ㅡㅡ
근데 맛은 하나도 없었던것 같습니다 ㅋ
맑은생각님의 댓글
응답하라 1998에서 바나나 하나 나눠 먹는 장면이 생각납니다.
샤갈의눈내리는마을님의 댓글
그래서 맨날 아프고 싶었던 기억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