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습작] 20xx년의 어느 날..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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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왜.."
현수는 소주가 담긴 종이컵을 만지막거리며 K에게 물었다.
한숨을 내쉬던 K, 영정 사진을 한 참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답했다.
"어쩔 수 없었던거지. 너도 알잖아. 그 분한텐 전부였어. 전부."
K는 종이컵에 담긴 소주를 거칠게 목구멍으로 넘기며 말을 이었다.
"허 참.. 아마 기력이 남았으면 십 수 년도 더 하셨을텐데.."
그는 작은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다. 정년퇴임은 그에게도 여지없이 찾아왔고,
열정을 불태우던 첫 번째 인생을 내려놓고, 새로운 두 번째 인생을 시작했다.
헛으로 시간을 보내는 스타일이 아니었기에, 퇴임을 앞두고 몇 년을 준비했었다.
많은 이들의 박수를 받으며 마지막 날을 장식했던 그의 첫 번째 인생처럼,
노년에 맞이하는 두 번째 인생도 성실하고 멋지게 이루어내려했었다.
그가 마련한 작은 가게는 시내에서도 꽤 떨어진 거리에 위치하고 있었기에,
주변 사람들은 과연 저 가게가 언제 망하게 될까를 궁금해했었지만,
그들의 기대와는 달리 이 작은 가게를 찾는 이들은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를 궁금해하던 마을 사람 몇몇이 찾아와 그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봤지만,
그는 그저 배시시 미소만 지을 뿐 아무런 답도 해주질 않았다.
겉으로 봐서는 저 가게가 잘될 구석이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항상 손님들로 북적였다.
지방 출장을 왔다가, 우연스럽게 이 가게를 찾게 된 현수는 그 날을 잊을 수 없었다.
주변에 마땅한 가게도 별로 없었고, 허기만 잠시 달래려는 심산으로 들어갔었다.
허름한 외관과는 달리 안은 무척 깔끔했고 단촐했다. 커다란 벽 시계와 간단한 차림표.
무엇을 시켜야하나 잠시 고민하고 있을 때, 그가 주방에서 나왔다.
"네, 어서오세.."
그는 인사를 건내다가 잠시 주춤하더니, 다시 주방으로 들어갔다.
무슨 일인지 알 수 없었다.
잠시 후 그는 손수건으로 얼굴을 훔치며 다시 나왔다.
"네, 어서오세요. 어떤 걸 드릴까요?"
"네.. 어떤 게 맛있나요?"
현수는 벽에 붙은 차림표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는 현수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다 맛있습니다. 음.. 하나 드려볼까요?"
"네, 네. 빨리 되는 것으로 주세요. 아직 점심을 못 먹어서.."
"아이쿠, 알았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그가 몸을 돌리고 주방으로 향했다. 그가 손수건으로 얼굴을 훔치는 것을 현수는 보지 못했다.
끝.
샤갈의눈내리는마을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