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뜻'을 부여하는 걸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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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뜻'을 부여하는 걸 좋아합니다.
'뜻'이 달려 있지 않으면,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알 수가 없습니다.
흔히 길가에 자란 이름 없는 풀들을 '잡초', '잡풀'이라고 부르는데,
조금 생각해 보면, 아름답고 멋진 의미를 담은 이름을 아직 부여받지 못해서,
그렇게 '의미 없는 대명사'로 불리고 있는 겁니다.
어떤 이에게는, 혹은 어떤 동물에게는 무척 소중한 '그 무엇'일 수 있는데,
잠시 그 공간에 머물다 지나는 어떤 이에게는 '무가치한, 불필요한 그 무엇'으로 비치는 거죠.
있으나 없으나 별로 상관이 없거나, 혹은 제초 작업을 해서 없애야 하는 불필요한 것,
이런 것으로 판단되는 게 아닐까요.
픽사의 애니메이션 월-E 에서는 더 이상 사람이 거주할 수 없을 정도로 더럽혀진 지구를 떠나
거대한 우주선을 타고 사람들이 멀리 떠나버리죠. 월-E는 지구를 청소하고 있고요.
공식적으로는 뭐라고 불리는지 기억나지 않은 '이브'(월-E가 '이름'을 지어줬죠)들을 보내서
지구의 환경이 다시 사람들이 돌아와도 되는지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브'가 찾는 '사람이 돌아와도 되는 환경'에 증거. 그건 바로 작은 '초록색 식물'이었습니다.
길가에 자란 이름 없는 풀들.. 바로 '잡초, 잡풀'도 그 중 하나였을 겁니다.
어느 때에는 '무가치하고, 불필요한 그 무엇'일 수 있지만,
어느 때에는 '인류의 미래를 바꿔버릴 그 무엇'으로도 의미 될 수 있는 거죠.
'이름' 혹은 '뜻'은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 소모임 '경로당'의 경로는 보통 이런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경로 敬老
: 노인을 공경함.
저는 경로당에 입당을 하기 전에 한 번 망설였습니다.
왠지 경로당 하면 '벌초를 하러 갔을 때 거기 계신 어르신들께 인사를 들여야할 것' 같지,
제가 그 자리에 앉아 있다는 것은 상상이 되질 않으니까요.
손가락을 접어서 세어보면 '아.. 많이 접었다 폈다를 해야 하긴 합니다'만,
아직 그 정도로 연륜이 깊어진 것도 아니고, 연배도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랬는데, 생각해 보면 '언제부터 그 범주에 들어가는 것인가?' 를 판단하는 것은
제 자신이 아니라, 타인이 보는 관점이기도 하고, '젊다 혹은 나이가 들었다'는 것도
역시 제가 어찌 해볼 수 없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다 상대적인 거죠.
아직 열 살도 안 된 꼬꼬마가 '살다 보니..' 라고 말을 하기도 하는데,
그 친구들의 눈에는 저 역시 당연히 '경로당 자격 합격'이지 않을까요.
도리질을 치며 부정해도 한 해 한 해 나이는 알아서 오르고.. 그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해서, 국어사전의 '경로'의 다른 의미를 대입해 봅니다.
경로 經路
: 지나는 길.
: 일이 진행되는 방법이나 순서.
네비게이션에서 흔히 듣게 되는 '경로를 이탈하였습니다. 다시 경로를 재설정..'.
우리들의 삶이라는 게 '길을 걷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때는 아주 명쾌하고 즐겁고 확실한 길을 걷게 되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가시덤불에 웅덩이에 수많은 장애물에 뒤덮인 길을 걷게 되기도 하죠.
자신이 지나온 길을 다시 되돌아갈 방법은 없습니다.
간혹 실수하고, 혹은 굳이 그렇게 하지 말 것을.. 이라는 아쉬움이 남을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걷고 있는 길을 중단하거나 멈출 수는 없습니다.
앞으로 나 있는 길을 묵묵하고, 더 조심스럽게, 더 단단하게 밟으며 나아가야죠.
어떤 길이 정답이고, 어떤 길은 오답이고.. 이런 건 사실 없는 것 같습니다.
수 십억 명의 사람들만큼 수 십억 개의 자신의 길이 있는 것이겠지요.
저는 '경로당'에 '내 자신이 가는 길'이라는 의미를 담아보려고 합니다.
돌아보면서 자신이 걸었던 길을 추억할 수도 있지만,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긍정적이고, 활기차고, 행복한 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요.
저는 그래서 '경로당'이 좋습니다.
끝.
diynbetterlife님의 댓글의 댓글
의미 좋습니다. 패쓰파인더…
(지나가다가 적어봅니당)
벗님님의 댓글의 댓글
diynbetterlife님의 댓글의 댓글
경로당 성격이 특정 주제없이 친목으로 보이기 쉬운 성격도 분명 있고요. 과한 비난에 경로당 ‘전체‘가 타겟이 된 면도 있었지만요..
이번 사태가 큰 백신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오갈 수 있게 개방적으로만 운영된다면, 누구나 얘기에 참여하고 나눌 수 있다면 앞으로도 쭉 흥하지 않을까요!
경로당 포함 모든 소모임이 흥하길 응원합니다
벗님님의 댓글의 댓글
명부라는 것도 누구는 안되고 누구는 되고.. 이런 게 아니라 그냥 한 명 두 명 늘어나는 재미로 정리했던 것이고,
그래서 저도 그 분들 모두 다 넣어서 항상 갱신하면서 suno.com 노래도 만들어보고 했었죠.
항상 개방적이고 열려 있는 공간이긴 했는데.. 공격적으로 오셨던 분으로 인해 예외 상황이 발생되어버린거죠.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대처 방법도 곤궁한 상태였고요.
그러다보니 이런 상황들이 연출된 것 같습니다. ^^;
벗님님의 댓글의 댓글
벗님님의 댓글의 댓글
벗님님의 댓글의 댓글
딜리트님의 댓글
이 글은 나중에 꼭 써먹을 겁니다. 또 배웠습니다.
저는 분명히 이 곳에 머물면서 여러 앙님들의 지혜를 배운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감사합니다.
딜리트님의 댓글의 댓글
비가그치고님의 댓글
역시 으르신!!ㅋㅋㅋ
연륜없이 나올 수 없는 철학과 필력이십니다!!
벗님님의 댓글의 댓글
cgkoh님의 댓글
벗님님의 댓글의 댓글
재미있는 말장난이기도 하고, 깊이 들여다보고 원류를 찾아가다보면 결국 만나게 되기도 하고요. ^^;
Awacs님의 댓글
우리는 그럼 패스파인더가 될 수도 있는거죠. 노인네들이 아니라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