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베스트 여행지] 동해, 자전거 하이킹 #2/2
페이지 정보
본문
자전거 하이킹을 할 때 서로 주고 받는 말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 당시에는 자전거 도로 같은 게 없었어요.
아주 좁은 갓길로 조심 조심 자전거를 몰아야 했습니다.
뒤에서 어떤 차량이 씽 하고 오는 건 너무 무서웠고 위험하다고 판단해서,
다가오는 차를 볼 수 있도록 반대편 갓길로, 또 낮에만 운행을 했습니다.
보통은 제가 앞에 서고, 친구가 뒤에 섰습니다.
'승용차', '응'
'트럭', '응'
'승용차', '응'
...
다가오는 차량을 이렇게 알려주며 조심 조심 자전거를 몰았습니다.
조금 넓은 도로 길도 나오고, 어떤 마을 초입의 좁은 길도 나옵니다.
딱히 정해진 코스가 없다보니,
'저기로 갈까?' 그러면 저기로 가고, '여기로 갈까?' 그러면 여기로 갔습니다.
어딘지 알 수 없는 어떤 마을의 작은 길에 들어서서 천천히 자전거를 몰고 있는데,
그 마을의 꼬마인 것 같아요. 우리를 보더니 감동의 눈빛으로 박수를 쳐주더군요.
갑자기 우리가 '뭔가 멋진 도시의 형들' 같은 느낌이 사로잡혔는지,
어깨가 몇 센치 정도 펴진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해가 저물기 전에 해변에 텐트를 치고 하루를 지내고,
'어 여기 괜찮은데..' 하면 하루 더 지내고,
감기 걸리면 안된다며 감기약을 한 알씩 꼬박 꼬박 먹고 자고,
시야를 가릴 정도로 퍼붓는 빗속에서 오른 언덕에서
절반은 이미 빗물에 젖은 담배를 나눠피며,
힘겨움과 즐거움을 함께 나눴던 친구,
점점 높아지는 언덕을 타고 넘고 타고 넘어서
마침내 이르른 언덕에서 한 컷 사진을 남겼던 친구.
이제는 추억의 한 자락으로 남아 있습니다.
서로 살아가기도 바쁘고,
챙겨야 할 가족들이 있으니 그렇게 예전처럼 훌쩍 떠날 수가 없지요.
몇 년 만에 한 번 다시 만났는데도,
어제 만났던 것처럼 반갑고 또 하루 종일 날을 새며 얘기를 합니다.
영장이 나와서 동해를 마저 돌지도 못하고 삼척에서 자전거를 돌려보내며 끝났었지만,
제 인생에 두 번 다시 없을 멋진 추억이 담긴 여행이었습니다.
'친구야, 고맙다.'
끝.
벗님님의 댓글의 댓글
또 그 만큼이 딱 좋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 ^^;
여름숲1님의 댓글
그런 옛 친구가 있다는건 든든한 일 같아요.
저도 제가 어떤 어러움에 처하면 손내밀어줄것만 같은 그런 친구가 떠오르며 미소짓습니다.(설마..그럴거야,,,믿는다..)
벗님님의 댓글의 댓글
피부도 조금 거뭇거뭇해지고, 수염도 꽤 자랐고, 대관령을 거쳐서 인천으로 돌아갈 꺼라고 하셨었는데,
아마 저희도 그런 모습이 되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하곤 하죠. 동변상련이랄까, 서로 많이 응원해줘었습니다. ^^
딜리트님의 댓글
영장이면 마무리 되어야지요. 암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