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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 본 다는 것..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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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벗님 106.♡.231.242
작성일 2024.06.13 15:47
77 조회
5 댓글
2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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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의 이야기를 읽어보고 오셔도 좋습니다.

// [습작] 본 다는 것.. #1
https://damoang.net/seniorcenter/19008

// [습작] 본 다는 것.. #2
https://damoang.net/seniorcenter/19121


*


그와의 동거는 어떤 공간을 함께 점유하고 사용하는 그런 여느 방식이 아니라,
내 머릿 속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함께 지내는,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방식이었다.
그는 외출을 하지도, 잠이 들지도 않았다. 항상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저.. 거기 있어요?'
'네. 여기 있습니다.'

'내가 부르면 항상 이렇게 대답하나요?'
'네, 무엇이 궁금한가요?'

모든 것이 다 궁금하다.

'어떻게 구분하죠? 내가 말을 거는 것인지는?'
'다릅니다. 저에게 말을 걸려고 할 때는 해당 지표가 더 높아지거든요.'

'지표요?'
'간단한 말하자면.. 아, 혹시 어떻게 불러드려야 할까요?'

'음.. 그냥 현수라고 불러주세요.'
'네, 현수님의 모든 행동과 화학적인 변화들은 모두 수치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비밀번호법에 따라 이와 같은 정보는 외부로 절대 유출되지 않습니다.'

'잠시만.. 잠시만요.'
'네.'

나를 기록한다? 뒷통수에 붙어 있는 녀석이 나의 모든 일상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이야기는 병원에서 듣지 못했다.

'다시 한 번 자세히 말해줄래요?'
'네, 현수님의 모든 행동과 화학적인 변화들은 모두 수치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비밀번호법에 따라 이와 같은 정보는 외부로 절대 유출되지 않습니다.'

'이렇게 기록된다는 사실에 대해 제가 동의를 했나요?'
'네, 물론입니다. xx월 xx일 두 시 경에 동의하신 걸로 나옵니다.'

'아.. 싸인. 그럼, 그 기록하는 걸 중단하거나 폐기할 수도 있나요?'
'이 데이터는 현수님의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기반 자료로만 사용됩니다.
절대 외부로 유출되지 않습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런 것 때문은 아니고, 내가 그걸 멈추거나 없애는 걸 결정할 수 있어요?'
'현수님이 원한다면 일시적으로 기록을 중지할 수는 있습니다만,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왜 그렇죠?'
'현수님의 건강과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입니다. 또, 기능 향상을 위해서도 그렇습니다.'

'기능 향상? 그게 뭐죠?'
'현재는 기초 단계 싱크를 진행중입니다. 먼저 100% 싱크가 되어야 합니다.'

기능 향상, 그는 내가 가져본 적이 없는 '본다는 것'을 그렇게 부르는 모양이다.
애초에 그런 기능을 가지고 있지도 않았는데 기능 향상이라니, 모든 게 일반인의 기준이다.
그나저나 그가 나의 모든 것을 기록한다. 얼굴이 화끈거린다. 모두 발가벗겨진 것 같다.

'언제부터 나를 기록하고 있었죠?'
'지난 주부터 기록되고 있습니다. 보정 작업을 진행했으며,
쓸모 있는 수치들은 저에게 응답을 해주신 그 즈음부터 입니다.'

시술이 끝나고 바로 기록은 시작되었었구나. 다른 질문을 던졌다.




다음에 계속 될 수도 있습니다.



끝.

no_profile 벗님 Exp 100,627
100%

≡  연필  청춘  칭찬  물감  물속  여행  ≡
≡  바늘  독서  푸른  테잎  공부  본다  ≡

- 3년은 너무 길어요.
- 다시 회초리를 듭니다.

- [지역구 국회의원 문자 전송]
 '개혁하실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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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혁하실 건가요?'

댓글 5

란초님의 댓글

작성자 란초 (172.♡.94.26)
작성일 06.13 22:53
예전 PC통신 시절처럼 짤막 짤막하게 감칠맛 납니다!
현수처럼 데이터를 많은 사람들에게서 모으고 있을텐데 과연 그 걸 관리하는 절대자는 누구일까요(캉?)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또 무슨일을 꾸밀까요? 그 사실을 알게 될 앞 못보는 현수는 거기와 함께(?) 어떻게 대처를 할까요 ㅎㅎ

벗님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벗님 (104.♡.102.45)
작성일 06.13 23:02
@란초님에게 답글 짬짬히 시간을 내서 쓰는 것이라서 한 편이 그렇게 길게는 잘 안되네요. ^^; 조금씩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란초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란초 (172.♡.94.26)
작성일 06.13 23:03
@벗님님에게 답글 여기 애독자 한명 추가입니다

벗님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벗님 (104.♡.102.45)
작성일 06.13 23:04
@란초님에게 답글 흐흐..

란초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란초 (172.♡.94.26)
작성일 06.13 23:05
@벗님님에게 답글 글 빨리 빨리 안 올라오면 수확 하러 갈겁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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