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샌디에고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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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환장 (Subpoena), 발음하기도 힘든 이 편지에는 항상 이런 내용이 들어있죠. "이 소환에 응하지 않을 경우 체포와 법정 구속 등의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행운의 편지 이후 가장 소름끼치는 내용 때문에, 처음에는 '그냥 무시할까?' 라고 말하는 부인님도, 이 편지에 응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야기는 이러합니다. 도둑놈이 잡혔답니다. 그리고, 검사 측에서 이 도둑놈 피해자들을 법원으로 소환해서 직접 의견을 듣겠다는 것인데요. 그런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경찰 리포트에 부인님 이름만 넣었더니, 소환장도 부인님 이름으로만 온 것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큰 피해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냄새나는 제 속옷을 처리해 준 수고비를 내야 할 지경이었지요. 그러나, 부인님의 경우 여권을 비롯한 신분증, 아이패드 등 다양하게 피해를 보셨고, 특히 여권 같은 경우, 도난당했다는 것을 확실히 해 두어야겠다는 생각에 부인님 이름으로만 올린 것이었습니다.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리고 검사님께 딜을 쳐 보기로 합니다.
"마이 와이프 노 잉글리시. 위 고 투게더 아더와이즈 위 원 고. 유남생?"
오~ 미국 검사님한테는 딜이 박힙니다. 처음에는 물론 자기네도 통역 있다 어쩐다 소리를 했지만, 도둑놈 소굴인 샌디에고를 부인 혼자 다시 보낸다? 오우 노우 였지요. 그렇게 우겨 본 결과, 비행기 티켓 두 장과 2박 3일 식사권을 포함한 숙박이 제공됩니다.
부인님, 다시 여행짐을 싸기 시작합니다.
"여보, 이게 여행이 아니고, 법원 가는건데?"
"근데?"
그렇게 샌디에고 공항을 다시 밟습니다. 이번에는 렌트카 없이 도보로 다운타운 여행을 하게 됩니다.
샌디에고에 나름 오래 살아보았으나 (어학연수 2개월 + 닷컴버블 3년), 이렇게 다운타운을 걸어서 다닌 적은 없었기에, 생경하고 이채로운 볼거리들이 꽤 많았습니다. 위에 보이는 Star of India 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범선이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미국놈들도 중국놈 만큼이나 뻥이 심합니다. 걸핏하면 세계 최고, 세계 최대, 세계 제일 수식어가 붙은 것들이 많다보니, 대충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면 좋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미 방문하셨을 법한, USS 미드웨이 항공모함 박물관 입니다. 2차대전때 건조되기 시작하여 이후 제트기까지 날리면서 걸프전까지 참전했던 항공모함을 속속들이 살펴볼 수 있는 곳입니다.
항공모함 내부는 정말 넓습니다. 식당, 병원, 세탁소… 그리고 기관실에는 실물 크기의 인형을 앉혀놓아 사실감을 더했죠. 그리고, 은퇴하신 수병 할아버지들이 직접 설명해 주는 곳도 있습니다.
맨 위 비행갑판도 올라갈 수 있지만, 가이드 투어로 시간이 정해져 있었습니다. 그 밑의 비행기 정비창에는 실물 비행기에 직접 올라탈 수 있게끔 마련되어 있습니다. 내일 법원 출격을 앞두고 먼저 비행기 출격을 준비하는 부인님의 해맑은 모습.
달콤오렌지님의 댓글
아.. 여기서 끊어 가시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 밀당고수 십니다~!
외국 프리 여행 때 근교 가는 거 아니고 도시에 머물 경우 렌트 없이 도보 괜찮더군요. 좀 늦어지면 우버택시.. ㅎ
골목 골목 걸으면서 눈에 담는 맛이 있습니다. 물론 또 다니다 보면 길치인 저의 경우 거기가 거기 같아지긴 하더만요 ㅋㅎ
* 검사님 '소환장'이 어마어마한 패키지네요~! 비행기표에 2박3일 숙박/식사권이라니~!! ㅎ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