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샌디에고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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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숙소에서 맛있는 저녁 냠냠한 후 다음날 아침 일찌기 트롤리를 타고 법원 근처로 가 보기로 합니다.
미국 대중교통은 대략 후즐근 합니다만, 그래도 다운타운 정도는 잘 커버해 줍니다.
샌디에고 트롤리는 보시다시피 북쪽으로는 지난 번 말씀드린 UTC 로 시작해서, 남쪽으로는 멕시코 국경까지 닿습니다.
"여기가 우리가 오늘 승부를 할 법원인가?"
그런데 검사님으로부터 연락이 없습니다. 언제 오라는 건지 뭔지도 모르고 그냥 대기할 수는 없는 일, 여기저기 근처를 기웃거리며 놀아 봅니다.
드디어 연락이 왔습니다. 어? 그런데, 법원을 갈 일이 없게 되었습니다. 도둑놈이 pled guilty, 범죄를 인정함으로써 법정까지 들어가지 않아도 된 것이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저의 뇌피셜입니다. 아마도 이 도둑놈은 자기같은 좀도둑이 뭐 크게 뒤집어 쓸 것 같지도 않고, 자기의 불우한 환경이나 이런저런 이유 등을 대면서 형량을 깎는 길을 택했던가 봅니다. 만에 하나, 검사님이 피해자를 소환한다 하더라도, 좀도둑 피해자가 직접 법정에 나올 확률이 적을 것이라는 계산도 했겠지요. 그런데, 하필이면 검사님이 법정 다툼을 위해서 소환한 사람이 잉여력 쩌는 우리 부부였고, 티켓과 숙박에 눈이 멀어 직접 법정에 출두하겠다고 왔으니, 도둑놈 측에서는 법정으로 끌고 가도 이득이 없고, 반대로 더 뒤집어 쓸 것 같다는 판단에 결국 GG 를 친 것이 아닌가… 하는 소설을 써 봅니다.
아무튼, 우리 잉여력 넘치는 부부에게 엑스트라 자유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게다가 우리 앞에는 샌디에고 어디든지 데려다 줄 수 있는 트롤리가 다니고 있군요.
'여보, UTC 한 번 가 볼래?' 라고 말하려다가 급히 거두었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UTC 는 쇼핑몰이 있습니다. 부인님을 그 곳으로 모셔간다는 것은 "여보, 디올백 가질래?" 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뜻입니다.
반대 방향으로 모시기로 합니다. 트롤리 남쪽 끝, 멕시코 국경으로 갑니다.
트롤리 남쪽 정거장을 내려 조금만 걸으면 바로 저 회전문이 나옵니다. 저 문만 지나가면 바로 멕시코 입니다.
"여보, 나 사랑해?"
"왜?"
"사랑하면 저기 넘어갔다 와 봐!"
"나랑 헤어질 셈이야?"
하면서 다정하게, 아무도 밀어넣지 않고, 사이좋게 증명사진 한 장 박고 왔습니다.
그렇게 샌디에고는 저에게, 저희 가족에게 특별한 기억을 남겨준 곳입니다. 도둑놈만 좀 조심하면 아주 아름다운 관광지이고요, 느긋하게 쉴 만한 해변가도 많은 휴양지입니다. 다 소개 못한 좋은 장소가 많은데, 이 정도 썰 풀었으니 마무리 하겠습니다.
Blizz님의 댓글
junja91님의 댓글의 댓글
높다란소나무님의 댓글
junja91님의 댓글의 댓글
높다란소나무님의 댓글의 댓글
달콤오렌지님의 댓글
미쿡 판사님 판결 영상을 몇편 본적이 있어 도둑의 심문장면이 막 상상되며 천조국 범죄 다루는 클라쓰를 봅니다~ ㄷㄷㄷ
멕시코 국경은 아주 심플하네요 ㅎ 다른 여행지 썰도 좀 풀어주세요~!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d)!!
junja91님의 댓글의 댓글
도미에님의 댓글
범인과 맞대면하면 트라우마 같은게 생겼을 거 같아요. 공짜티켓에 자유여행 패키지로 득템하고 끝도 좋고 만사오케이입니다~~
MoonKnight님의 댓글
처음 알았습니다 ㅎㅎ
두분 여행기가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