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앞 군것질] 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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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앞 군것질 하면 반드시 나와야 할 것이 뭐니뭐니 해도 뽑기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우리가 소위 "뽑기" 라고 부르던 녀석이 두 종류가 있었습니다.
아마도 첫 번째는 달고나를 평평하게 쭈욱 눌러서, 별 모양 등을 찍어 만다는 뽑기가 있겠지요. 오징어 게임에 나와서 이제 전 세계인이 다 아는 놈이 되었죠. 물론, 우리 어릴 적에는 그깟 꺼 모양 못 뽑는다고 해서 총 맞아 죽진 않았잖아요? 그 대신, 모양대로 뽑아 오면 한나 더 만들어 준다는 조건 이었습니다.
저는 한 번도 모양대로 뽑아본 적이 없었습니다. 재주는 없었나봅니다. 그리고, 뽑기 아저씨들도 그걸 쉽게 만들면 장사가 안 되었겠죠? 당연히 모양 꾸욱 찍어주는 척 하지만, 실상은 아주 뽑기 어렵게 만드셨던 것 같습니다.
뽑기 대신, 그냥 뜨거운 국자에 설탕과 소다를 넣어서 바로 국자 채로 나무젓가락 하나와 같이 주는 "달고나" 를 먹기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아찔한 군것질입니다. 조그만 연탄 난로에 옹기종기 둘러앉아 나무 젓가락을 휘휘 젓는 것을 구경하는 것은, 자칫 안전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그래도 아직까지 달고나 난로에 손 데었다는 놈 하나 없었던 것을 보면, 다행이지 뭡니까?
달고나 뽑기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한 가지 있어요. 동네 자그마한 문방구에서 주인 아주머니가 돈 좀 더 벌겠다고 달고나를 시작하셨어요. 근데, 아주머니가 바쁜 일이 있으셨는지, 저보다도 더 어린 딸네미에게 가게를 보라 하고 잠시 가게를 비운 것입니다. 저는 그 당시 프라모델에 정신이 없던 시절이라, 오늘은 뭘 살까 하고 뒤적뒤적 하던 때였는데, 하필이면 그 때 동네 장난꾸러기 형들이 와서, 아주머니가 없는 틈에 달고나를 실컷 만들어 먹은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공짜로 먹는 것은 그 놈들도 양심에 찔렸는지, 뽑기를 뽑는데, 뽑기틀을 찍은 다음, 찍은 그대로 달고나를 빼 먹고, 모양을 만들었다고 우기는 겁니다.
"야! 이거 우리가 뽑기 뽑았으니까 또 하나 더 먹어도 되지?"
조그만 여자아이는 장난꾸러기 오빠들이 와서 다짜고짜 달고나를 뽑아 먹으니 뭐라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만 하라고 할 수도 없고… 그렇게 실컷 뽑기 만들어 먹고서는 그 상놈들이 하는 말…
"야! 엄마한테는 이야기하지 마라"
지금 생각 다시 해 보면, 어린 여자아이에게 얼마나 상처가 되었을까 싶고, 옆에서 뭐라고 한 마디 해 주지 못한 나의 비겁함도 미안하고…
두 번째, 우리가 "뽑기" 라고 했던 것은, 바로 이 사탕 뽑기 였습니다. 돈을 내면, 숫자가 새겨진 커다란 판 위에 이렇게 각종 모양의 사탕 이름이 적힌 막대기를 놓습니다. 그리고 분유 깡통에 꽂혀 있는 종이를 하나 뽑아서, 만약 그 종이에 적혀 있는 숫자 위에 사탕 이름 막대기가 올라와 있으면, 그 모양의 사탕을 받는 것입니다. 아무것도 걸리지 못한 꽝인 경우라도 작은 해바라기 모양의 사탕을 하나 받아 먹으니 아주 섭섭하지는 않은데, 그래도 50원에 그 작은 사탕은 너무 수지가 안 맞습니다.
뽑기 사탕의 하일라이트는 뭐라해도 단연 저 큼직한 잉어 사탕 이었습니다. 동네마다 다르지만, 저 잉어 사탕 가운데에 동그란 진짜 맛있는 사탕이 박혀 있는 잉어 사탕이 있었죠. 저는 잉어 사탕은 커녕, 단 한 번도 뽑기로 뽑아본 적이 없습니다. 제가 본 중에서 제일 잘 뽑은 것은, 역시나 엉뚱한 면이 있는 우리 형님이 뽑은 칼 사탕 이었고요. 그 정도만 해도 얼마나 부러웠던지…
그런데 아직도 궁금한 것은, 진짜로 저 잉어 사탕이 뽑힌 사람이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잉어 사탕이 절대로 뽑히지 못하게끔 만들어진 어떤 트릭 같은 것이 숨어있는 것일까... 사탕 맛 만큼이나 궁금합니다.
junja91님의 댓글의 댓글
맑은생각님의 댓글
잉어사탕, 로보트 태권V 피규어의 추억이 나옵니다.
BeagleBros님의 댓글
먹다가 너무 많아서 냉동실에 넣었는데...
생선 냄새가 배여서 버렸던 기억이 나네요.
(잉어니 생선 냄새가 나는 게 맞는 것 같기도..)
삶은다모앙님의 댓글
종이판 구멍 뚫어 1등 기본 꽝
주인넘이 좋은 건 지가 다 미리 뽑아 놔서 절대 안되던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