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앞 군것질] 쭈쭈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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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여름철에는 역시 빙과류, 빙과류 중에서 최고봉은 단연… 아이스크림이 맛있죠 물론. 부드럽고.
하지만, 코찔찔이 국민학생 주머니에서 아이스크림 먹을 돈이 있겠습니까?
100원짜리 하드도 비쌉니다. 50원이 심리적 상한선이라고 봐야죠.
그 선에서 제일 시원하고 맛있는 빙과류는 역시 쭈쭈바!
쭈쭈바는 도대체 어디서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겠는데,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와 함께 있어 왔습니다.
제 기억 속 제일 오래 된 쭈쭈바는, 냉장고도 아니고, 드라이 아이스로 채워진 목이 작고 깊숙한 아이스 박스에 담겨진 빙과류를 20원에 사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아이스 박스는 나름 과학적으로 만들었어요. 차가운 냉기는 무거우니 밑으로 가라앉지요? 그러니 주둥이를 작게 해서 위에서 열게 하고, 박스를 깊게 만들어야 냉기를 오래 보존할 수 있었을 겁니다.
이후 구멍가게, 문방구 등등에서는 체스트 형태의 냉장고에서 쭈쭈바를 꺼내서 50원을 주고 먹는 것이 긴긴 여름철 어린 우리 시절의 기쁨이었습니다.
쭈쭈바 주둥이는 요즘처럼 쉽게 뜯을 수 있는 녀석이 아니었습니다. 성미 급한 녀석들은 주둥이를 꽉 깨물고 빙빙 돌려서 뜯어 먹었습니다. 주둥이 끝에 남은 주스도 쪽쪽 빨아 먹고 뱉어야죠.
친절하신 가게 주인 아저씨는 연필깎는 칼을 고무줄에 묶어서 빙과류 냉장고 옆에 매달아 두었습니다. 우리는 셀프로 쭈쭈바 꼭지를 따 먹는 거죠. 그런데, 얼마나 많은 친구들이 먹었는지, 칼은 녹슬어 있었고, 그 칼로 주둥이를 따면 꼭지에서 녹 맛이 났습니다. 하지만, 녹 맛과 단 맛이 동시에 있으니, 그냥 맛잇게 삼켰지요. ㅎㅎ
하교할 때 같이 가는 친구가 있으면 보통 쭈쭈바는 가운데를 뚝 잘라서 반쪽을 친구에게 주는 것이 무언의 약속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같이 가던 친구놈이 가게 앞에서 쭈쭈바를 꺼내더니, 주둥이 끝만 똑 잘라 가는 것이었습니다. 저에게 나누어 주지 않겠다는 뜻이었죠. 그런데, 이 녀석, 주둥이 끝자락을 저에게 권합니다. 빈정 상한 저는 안 먹겠다고 했습니다.
"먹어라 새*야, 내 성의다."
음… 네 성의는 쭈쭈바 주둥이 만큼이구나… 그래도 뭐 성의라니까 받아먹긴 했는데, 참 찝찝한 쭈쭈바 였습니다. ㅎㅎㅎ
junja91님의 댓글의 댓글
소금쥬스님의 댓글
5원 10원 이었어요...
10원짜리 아폴로
그거 하나면
그날 더위 끝~~~~~~
junja91님의 댓글의 댓글
내가꿈꾸는님의 댓글의 댓글
맞아요. 저런 게 있었어요.
손을 쑤욱 넣어서 꺼내 먹었죠.
비가그치고님의 댓글
내가꿈꾸는님의 댓글
전 에피소드는 없지만 늘 입에 물고 다녔고 글을 보니까 그래 그랬어...하면서 아련해지네요.
구르는수박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