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먹어 생기는 선입견이라는 벽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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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4.08.16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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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제 페이스 북에 올린 글입니다. 추억을 살펴보다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네요.
내용이 생소합니다... 아 이놈의 기억력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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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매번 박준미장의 전담 남자 헤어드자이너 한테서만 깎았는데 (단골이라 커트 1.8만원)
이 친구가 깎은 당일부터 자연스럽게 보이게 하는 장점이 있는 반면, 2주만 지나면 덥수룩하게 보이게 하는 단점도 가진 친구.
벌써 십수년째 한 친구에게서만 받았달까.
입구엔 60 넘어뵈는 뇐네 남자분이 담배 빨고 있고, 안에 들어 가니 5평이나 될까... 낡아빠진 시설들이 눈에 띄더군.
뻘줌하게 서 있는데 뇐네 남자분이 밖에서 큰 소리로
“Xx 어매야, 손님 왔다!” 하고 누굴 부르는 것이 아닌가.
이 때 미용실 옆에서 마늘 까던 아줌마 무리 중 40대 후반 아줌마 한 명이 손을 툭툭 털고 부리나케 가게로 들어 왔다.
첫눈에 보기에, 의사에게서 ‘온 얼굴’을 다 손 본 것 같은데 그렇다고 해서 결코 예쁘다고 볼 수 없는 아줌마.
그 그로테스크 한 외모를 보면서.. 권하는 의자에 앉아 거울을 마주 하는데... 세상에....
거울 하단을 가득 채운 여러 스타일의 아줌마 머리 모양 사진에 모델이 전부 동일인임.
그 아줌마 본인 사진임.
좌에서 우로, 성형 이력을 고스란히 나타내주는 사진들. 또 그걸 당당하게 내보이는 아줌마의 심리는 무엇일까...
이유를 알 수 없는 공포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는데...
- “워떤 스타일로 하시게유?”
“알아서... 해주세요”
- “눈 감고 계셔유”
그러더니 숭겅숭겅 샤락샤락 춤추는 가윗소리
팽팽한 긴장감과 알 수 없는 안도감이 복합된 대략 10분의 시간이 흐룬 후
눈 떠보니
아니 이건 뭐 50 다된 아저씨를 30대처럼 만드셨!!!!!
20년 래 최고의 스타일을 만들어 놓으셨더란.
머리도 감겨 주시고 (비록 눈 마주칠까 무서워서 눈을 꼭 감고 있었지만)
드라이도 해주시고
삐져 나온 머리도 만져주고
스타일링까지 해주시고
근데 7천원!
감동이었음.
역시 얼굴에 대한 호감과 첫인상 만으로 사람을 지레짐작으로 가늠하는 건 나쁜 짓이란 걸 깨달음.
나이 먹을 수록 자신의 “사람 보는 눈”에 대한 확신과 선입견에 의한 자의적 판단 경향이 강해지는데 이게 틀릴 확률도 대단히 크다는 걸 깨닫게 됨.
에필로그.
이발이 끝나고 아줌마에게
“이왕이면 면도도 해주시면 완벽한데!” 하고 농담 건넸더니
-“그런 고급 기술은 못배웠슈~” 하고 눙치시더란.
그 사이에 처음 봤던 60 노인 남자분이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쓸고 계시고.
나이 차이 꽤 나는 부부시더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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