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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먹어 생기는 선입견이라는 벽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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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웃삼촌 121.♡.117.165
작성일 2024.08.16 09:38
150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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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제 페이스 북에 올린 글입니다. 추억을 살펴보다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네요.

내용이 생소합니다... 아 이놈의 기억력이란.


=====


거의 매번 박준미장의 전담 남자 헤어드자이너 한테서만 깎았는데 (단골이라 커트 1.8만원)
이 친구가 깎은 당일부터 자연스럽게 보이게 하는 장점이 있는 반면, 2주만 지나면 덥수룩하게 보이게 하는 단점도 가진 친구.
벌써 십수년째 한 친구에게서만 받았달까.

아무튼 최근의 이런 저런 바쁜 일정 때문에 안산 구석의 허름한 미용실을 찾았다.
입구엔 60 넘어뵈는 뇐네 남자분이 담배 빨고 있고, 안에 들어 가니 5평이나 될까... 낡아빠진 시설들이 눈에 띄더군.
뻘줌하게 서 있는데 뇐네 남자분이 밖에서 큰 소리로

“Xx 어매야, 손님 왔다!” 하고 누굴 부르는 것이 아닌가.

이 때 미용실 옆에서 마늘 까던 아줌마 무리 중 40대 후반 아줌마 한 명이 손을 툭툭 털고 부리나케 가게로 들어 왔다.

첫눈에 보기에, 의사에게서 ‘온 얼굴’을 다 손 본 것 같은데 그렇다고 해서 결코 예쁘다고 볼 수 없는 아줌마.
그 그로테스크 한 외모를 보면서.. 권하는 의자에 앉아 거울을 마주 하는데... 세상에....
거울 하단을 가득 채운 여러 스타일의 아줌마 머리 모양 사진에 모델이 전부 동일인임.
그 아줌마 본인 사진임.
좌에서 우로, 성형 이력을 고스란히 나타내주는 사진들. 또 그걸 당당하게 내보이는 아줌마의 심리는 무엇일까...
이유를 알 수 없는 공포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는데...

- “워떤 스타일로 하시게유?”

“알아서... 해주세요”

- “눈 감고 계셔유”

그러더니 숭겅숭겅 샤락샤락 춤추는 가윗소리

팽팽한 긴장감과 알 수 없는 안도감이 복합된 대략 10분의 시간이 흐룬 후
눈 떠보니
아니 이건 뭐 50 다된 아저씨를 30대처럼 만드셨!!!!!
20년 래 최고의 스타일을 만들어 놓으셨더란.
머리도 감겨 주시고 (비록 눈 마주칠까 무서워서 눈을 꼭 감고 있었지만)
드라이도 해주시고
삐져 나온 머리도 만져주고
스타일링까지 해주시고
근데 7천원!
감동이었음.

역시 얼굴에 대한 호감과 첫인상 만으로 사람을 지레짐작으로 가늠하는 건 나쁜 짓이란 걸 깨달음.
나이 먹을 수록 자신의 “사람 보는 눈”에 대한 확신과 선입견에 의한 자의적 판단 경향이 강해지는데 이게 틀릴 확률도 대단히 크다는 걸 깨닫게 됨.

에필로그.
이발이 끝나고 아줌마에게
“이왕이면 면도도 해주시면 완벽한데!” 하고 농담 건넸더니
-“그런 고급 기술은 못배웠슈~” 하고 눙치시더란.
그 사이에 처음 봤던 60 노인 남자분이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쓸고 계시고.
나이 차이 꽤 나는 부부시더란.
댓글 1

마이너스아이님의 댓글

작성자 마이너스아이 (183.♡.95.227)
작성일 08.16 15:05
그 분이 엄청 어려 보였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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