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

🔥 제목 시위는 [말머리] 또는 임시게시판(불타는앙)을 이용바랍니다.

버스 정류장 앞에 있는 레코드 가게.

알림
|
X

페이지 정보

작성자 BonJovi 115.♡.169.79
작성일 2024.05.07 01:59
222 조회
7 추천
쓰기

본문


 안녕하세요. BonJovi입니다. 

 아까 '인생곡' 글을 쓰다가 알게 된 사실인데, 저의 '인생곡'들은 상당히 많은 곡이 문제의 저 '버스 정류장 앞에 있는 레코드 가게' 주인아저씨의 선곡 또는 그 시대에 들었던 라디오 프로에 영향을 받은 바가 큽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레코드 가게라는 곳이 새로운 LP나 테잎이 출시되면 배포하는 역할도 했지만 공테잎에 개인이 원하는 옴니버스 형태의 신청곡 앨범을 만들어주고 소액을 받는 맞춤형 앨범제작 기능을 했었지요. 그래서, 담고 싶은 노래 제목과 가수들의 이름을 빼곡하게 적어서 가지고 가면, 주인아저씨의 권유에 따라서 여러가지 타입의 공테잎 중 하나를 골라 녹음을 부탁하는 형태였어요. (물론, 저작권 개념은 슬프게도 그 시절에는 안드로메다 어디쯤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모두가 그렇게 음악을 듣던 시대였기도 했고요.) 여튼, 국산 브랜드 공테잎도 있었지만 가끔 아저씨의 "소중한 곡을 좀 더 좋은 음질로 오래 보관하고 싶지 않어?"와 같은 세일즈에 설득되어 'SONY'나 'TDK' 같은 일산 브랜드의 크롬, 메탈 공테잎을 골라서 녹음을 부탁하곤 했었지요.

 그렇게 주인아저씨의 손에 건네진 노래의 리스트는 주인아저씨의 손에서 정교하게 한 곡씩 잘 녹음되어 주문자에게 전달되었답니다. 타자기로 쳐서 만든 A, B Side 수록곡 리스트도 만들어 주셨고, 제법 그럴듯한 이유를 대서 (생일이라던지, 좋아하던 여학생에게 선물하고 싶은 용도라던지.~) 사진을 드리고 앨범 자켓처럼 만들어달라고 커스텀 오더를 내기도 하고... 추억이 참 많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인생곡'을 버스정류장 앞에 있는 레코드 가게에서 많이 들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잘 설명되는 것 같기도 해요. 수 많은, 또 다양한 세대의 사람들이 각자의 애청곡 리스트를 만들어와서 그들만의 옴니버스 앨범 제작을 부탁하고, 그 일련의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리얼타임 재생'으로 녹음을 하던 시절이었으니, 어떤 시간대에 그 버스정류장을 지나던 항상 좋은 곡들이 흘러나오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되는거죠.~

 그래서, 어린 마음에 '나도 크면 저런 레코드가게를 가지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마음껏 들으면서 사는 것도 재미있고 좋겠구나...'하는 생각을 했었던 적도 많았어요.~ 친구들과 이런 이야기를 하면 음악 좋아하는 친구들은 고개를 끄덕이던 기억도 나고요.

 본가에 가면 아직도 여러 시간을 함께 했던 수많은 테잎들, 디스켓들과 같은 시간의 편린들이 남아있습니다. 귀국하고나서, 아버지, 어머니 만나러 가는 길에 다시 한 번 옛 기억들을 되새기면서 추억할만한 기억들이 있는지 확인해봐야겠습니다.

 버스정류장 앞 레코드 가게에서 들었던 곡 중에 기억나는 곡을 한 곡 또 올려봅니다.

 Simon & Garfunkel 이 부릅니다. "Bridge Over Troubled Water"


댓글 19

junja91님의 댓글

작성자 junja91 (192.♡.96.218)
작성일 05.07 02:25
사이먼과 가펑클은 저희 집에 빽판으로 있었어요. 아시지요? 청계천 등에 가면 정말 싼 값에 구할 수 있는, 조악한 흑백 자켓에 담겨있는, 찌개 끓는 듯한 잡음 나는 LP 판. 저는 이 그룹 곡이 너무 좋아서, 그걸 또 테이프에 복사해다가 방에서 공부한답시고 앉아서 듣고 있었지요.
사이먼 가펑클 이야기 꺼니면 더스틴 호프만이 나오는 영화 "졸업" 을 꺼내지 않을 수 없고요. 영화 내용도 쇼킹할 뿐더러, 결말도 참 인상깊게 끝납니다. 남주가 여주를 결혼식장에서 하이재킹해서 버스에 올라탄 다음, 그냥 저냥 마냥 행복한 표정을 지으면서 끝나야 할 것 같은 장면이, 곧 이어 갑분싸 "인생은 현실이야" 를 자각하는 듯한 표정으로 차갑게 식어가는 표정으로 바뀌는 것을, 이런저런 의미 담기를 좋아하는 영화 평론가들은 "베트남전 이후 미국의 패배주의와 심각한 경제상황 등, 미국의 현실 자각을 반영하는 모습이다" 라고 하는 이야기를 보곤 했는데, 아무튼, 영화의 초반과 후반이 무척 인상깊고, 그 깊은 인상을 더욱 진하게 만들어 준 것이 바로 "Sound of Silence" 였습니다.

BonJovi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BonJovi (115.♡.169.79)
작성일 05.07 03:02
@junja91님에게 답글 사이먼 앤 가펑클을 이야기하려면 졸업 OST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을 것 같아요.~
'Sound of Silence', 'Scarborough Fair'와 'Mrs Robinson' 모두 좋은 곡이지만, 특별히 링크해주신 덕분에 졸업 영화에 삽입된 앤딩 버전으로 'Sound of Silence'를 듣게 되었네요.
 졸업 영화를 봤을 무렵이 무척 어렸을 때라서 음악 외 말씀하신 앤딩부의 평론과 같은 해석은 당시에는 생각도 못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 보면 다가오는 의미가 수많을 것 같은데, 날 잡고 봐야겠어요!!~

junja91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junja91 (192.♡.96.218)
작성일 05.07 03:06
@BonJovi님에게 답글 평론과 같은 "월남전" 해석은, 말 그대로 말 짓기 좋아하는 호사가들이나 할 수 있는 평론일 것이고, 저 같은 범인이 생각해 낼 수 있는 가장 그럴싸한 평은, 아마도 자기들이 뭔 짓을 저질렀는지 스스로 자각하는 이른바 "현자타임" 이 오는 모습이 아니었을까 하네요. 하긴, 그 현타 라는 것도, 그 때까지의 영화에서는 보통 이런 스토리의 결말은 happily ever after 였겠으나, 이 영화가 이룩해 낸 한 발짝 앞서는 현실 구도 였지 않았을까 싶어요.

비치지않는거울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비치지않는거울 (220.♡.252.97)
작성일 05.07 07:37
@BonJovi님에게 답글 댓글 달려다 시간이 없어 패쑤합니다.
저녁에 봬요.^^

랑조님의 댓글

작성자 랑조 (72.♡.40.71)
작성일 05.07 02:49
고등학교 합창부에서 솔로곡으로 오디션 봤던 곡이네요 ㅎㅎ 그땐 가사 뜻도 모르고 불렀는데 지금 생각하면 완전 이불킥!!

BonJovi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BonJovi (115.♡.169.79)
작성일 05.07 03:07
@랑조님에게 답글 오.~~~~~~ 합창부 솔로곡 오디션을 이 곡으로 보셨다니, 역시 랑조님도 미성을 가진 어르시느앙이셨군요!!!!

junja91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junja91 (192.♡.96.218)
작성일 05.07 03:22
@랑조님에게 답글 역시, 슈퍼맨은 생각보다 훨씬 가까이에 계셨다는 것...

란초님의 댓글

작성자 란초 (172.♡.94.0)
작성일 05.07 05:11
오디오가게에서 자체제작한 테이프에 한자한자 적은 편지 그리고 노래가사집까지 선물 패키지 였던듯 합니다
사이먼 가펑클이 누군지도 모르지만 옆 친구가 들으니 같이 열심히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생각하니 그 시절에는 무얼 바라며 살았는지 모르겠습니다 ^^

BonJovi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BonJovi (154.♡.8.90)
작성일 05.07 17:05
@란초님에게 답글 아마 그 시절에는 뭔가 딱히 바라는게 있었다기보다는... 매 순간 즐겁고 기대가 있었던 것 같아요.~
뭔가 점점 세상을 알게 되면서, 양보하고 때론 포기하고, 때로는 지레 겁을 먹고 뒤로 물러서기도 하고 그러나봅니다.
하지만, 한 번 사는 세상인데... 인생 뭐 있나요.~~~ 내가 원하는 길로 가는거죠.~

연랑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연랑 (211.♡.166.65)
작성일 05.07 08:06
아 출근해야 되는디 ㅋㅋㅋ
테이프 일화가 하나 생각나네요..
통키타 서클 친구가 군대가면서 자신이 녹음한 노래테잎를 동기들한테 전부 선물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카세트테잎 갬성이 참 좋았었는데요.

BonJovi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BonJovi (154.♡.8.90)
작성일 05.07 17:06
@연랑님에게 답글 아. 자기가 부른 노래를 모두에게 선물하는 것도 정말 대단한 일인데... 의미있고 뜻 깊은 선물을 받으셨네요.~
카세트가 주는 기계적인 매력이 지금 생각해보면 LP 못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대로 내 목소리를 녹음하거나, 꼭 들려주고 싶은 곡을 녹음하거나... 다 정성이지요.~

colashaker님의 댓글

작성자 colashaker (121.♡.232.141)
작성일 05.07 08:26
사이먼앤 과 펑클.. 이 어느 라디오프로의 우스개이야기에서 나온뒤 왠지 입에붙어버려..
그뒤로는 저에겐 사이먼앤 과 펑클.. 입니다.
버스정류장앞 레코드가게.. 와 비슷한 심정으로 저도.. 노래 음원을 모아서 cd로 구워 듣습니다만.. 그맛은 확실히 아닙니다. 테이프 시간 꽉채우려 어찌나 분초를 따져 산수를 했던지..  그 아날로그는 해본 사람 아니면 말해도 설명이 안되겠죠.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구요 ㅋㅋ

BonJovi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BonJovi (115.♡.169.79)
작성일 05.07 17:44
@colashaker님에게 답글 펑클이 핑클이었으면 좀 더 어르시느앙님들에게 어필하는 이름이 될 듯 합니다. 앞으로는 '사이먼앤 과 핑클'로 하시는 건 어떠실까요.~
CD리핑도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긴 하지만, 말씀하신대로 60분, 90분, 120분 공테잎 릴을 어찌하면 충실하게 채울 수 있나 고민하면서 플레이타임, 공백시간까지 계산하던 정성이 생각나네요.~ 옆에 있던 릴카운터 "000" 참 잘 썼는데 말이죠.~

블랙맘바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블랙맘바 (203.♡.136.57)
작성일 05.07 10:04
저는 싸리문과 가방끈으로 불렀던 기억이 있습니다. ㅎ

BonJovi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BonJovi (115.♡.169.79)
작성일 05.07 17:47
@블랙맘바님에게 답글 아앗. 싸리문과 가방끈이라니.~~ 라임이 찰지네요.~ 오래된 듀오인만큼 발굴하면 수많은 재미있는 명칭이 나올 것 같습니다.~ 

소금쥬스님의 댓글

작성자 소금쥬스 (118.♡.226.139)
작성일 05.07 16:25
DJ 김광환씨께서 방송에서 줄기차게 틀어주던 곡..............

BonJovi님의 댓글

작성자 BonJovi (115.♡.169.79)
작성일 05.07 17:50
김광한씨를 떠올리면 바로 '팝스다이얼'이랑 '쇼 비디오쟈키'가 생각나네요. 지금 생각해보면 팝 음악을 접하는 창구가 몇 없던 시절 유용한 프로였습니다.~
"R.I.P. 김광한 (1946~2015), 영원한 POP DJ"

맑은생각님의 댓글

작성자 맑은생각 (118.♡.5.34)
작성일 05.08 19:53

이 7장의 Mixtape 덕분에 제가 지금 마눌님과 결혼을 했습니다. 더블데크로 제가 좋아하는 음악들 녹음해서 선물을 자주했고, 제 마눌님은 이전까지 들어본적 없던 음악을 듣던 제가 궁금해졌다고 하더군요.
저도 추억의 레코드 가게가 있었고 비슷한 점이 많네요.

BonJovi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BonJovi (101.♡.109.38)
작성일 05.08 19:57
@맑은생각님에게 답글 정성이 느껴지는 컬랙션입니다. 그렇죠. 딱 저 보여주신 것 처럼 개개인마다 담고싶은 마음과, 보여주고 싶은 개성을 모아 만들었던게 더블데크로 녹음한 공테잎 선물이지요.
쓰기
홈으로 전체메뉴 마이메뉴 새글/새댓글
전체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