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정류장 앞에 있는 레코드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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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BonJovi입니다.
아까 '인생곡' 글을 쓰다가 알게 된 사실인데, 저의 '인생곡'들은 상당히 많은 곡이 문제의 저 '버스 정류장 앞에 있는 레코드 가게' 주인아저씨의 선곡 또는 그 시대에 들었던 라디오 프로에 영향을 받은 바가 큽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레코드 가게라는 곳이 새로운 LP나 테잎이 출시되면 배포하는 역할도 했지만 공테잎에 개인이 원하는 옴니버스 형태의 신청곡 앨범을 만들어주고 소액을 받는 맞춤형 앨범제작 기능을 했었지요. 그래서, 담고 싶은 노래 제목과 가수들의 이름을 빼곡하게 적어서 가지고 가면, 주인아저씨의 권유에 따라서 여러가지 타입의 공테잎 중 하나를 골라 녹음을 부탁하는 형태였어요. (물론, 저작권 개념은 슬프게도 그 시절에는 안드로메다 어디쯤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모두가 그렇게 음악을 듣던 시대였기도 했고요.) 여튼, 국산 브랜드 공테잎도 있었지만 가끔 아저씨의 "소중한 곡을 좀 더 좋은 음질로 오래 보관하고 싶지 않어?"와 같은 세일즈에 설득되어 'SONY'나 'TDK' 같은 일산 브랜드의 크롬, 메탈 공테잎을 골라서 녹음을 부탁하곤 했었지요.
그렇게 주인아저씨의 손에 건네진 노래의 리스트는 주인아저씨의 손에서 정교하게 한 곡씩 잘 녹음되어 주문자에게 전달되었답니다. 타자기로 쳐서 만든 A, B Side 수록곡 리스트도 만들어 주셨고, 제법 그럴듯한 이유를 대서 (생일이라던지, 좋아하던 여학생에게 선물하고 싶은 용도라던지.~) 사진을 드리고 앨범 자켓처럼 만들어달라고 커스텀 오더를 내기도 하고... 추억이 참 많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인생곡'을 버스정류장 앞에 있는 레코드 가게에서 많이 들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잘 설명되는 것 같기도 해요. 수 많은, 또 다양한 세대의 사람들이 각자의 애청곡 리스트를 만들어와서 그들만의 옴니버스 앨범 제작을 부탁하고, 그 일련의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리얼타임 재생'으로 녹음을 하던 시절이었으니, 어떤 시간대에 그 버스정류장을 지나던 항상 좋은 곡들이 흘러나오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되는거죠.~
그래서, 어린 마음에 '나도 크면 저런 레코드가게를 가지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마음껏 들으면서 사는 것도 재미있고 좋겠구나...'하는 생각을 했었던 적도 많았어요.~ 친구들과 이런 이야기를 하면 음악 좋아하는 친구들은 고개를 끄덕이던 기억도 나고요.
본가에 가면 아직도 여러 시간을 함께 했던 수많은 테잎들, 디스켓들과 같은 시간의 편린들이 남아있습니다. 귀국하고나서, 아버지, 어머니 만나러 가는 길에 다시 한 번 옛 기억들을 되새기면서 추억할만한 기억들이 있는지 확인해봐야겠습니다.
버스정류장 앞 레코드 가게에서 들었던 곡 중에 기억나는 곡을 한 곡 또 올려봅니다.
Simon & Garfunkel 이 부릅니다. "Bridge Over Troubled Water"
BonJovi님의 댓글의 댓글
'Sound of Silence', 'Scarborough Fair'와 'Mrs Robinson' 모두 좋은 곡이지만, 특별히 링크해주신 덕분에 졸업 영화에 삽입된 앤딩 버전으로 'Sound of Silence'를 듣게 되었네요.
졸업 영화를 봤을 무렵이 무척 어렸을 때라서 음악 외 말씀하신 앤딩부의 평론과 같은 해석은 당시에는 생각도 못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 보면 다가오는 의미가 수많을 것 같은데, 날 잡고 봐야겠어요!!~
junja91님의 댓글의 댓글
비치지않는거울님의 댓글의 댓글
저녁에 봬요.^^
랑조님의 댓글
BonJovi님의 댓글의 댓글
junja91님의 댓글의 댓글
란초님의 댓글
사이먼 가펑클이 누군지도 모르지만 옆 친구가 들으니 같이 열심히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생각하니 그 시절에는 무얼 바라며 살았는지 모르겠습니다 ^^
BonJovi님의 댓글의 댓글
뭔가 점점 세상을 알게 되면서, 양보하고 때론 포기하고, 때로는 지레 겁을 먹고 뒤로 물러서기도 하고 그러나봅니다.
하지만, 한 번 사는 세상인데... 인생 뭐 있나요.~~~ 내가 원하는 길로 가는거죠.~
연랑님의 댓글
테이프 일화가 하나 생각나네요..
통키타 서클 친구가 군대가면서 자신이 녹음한 노래테잎를 동기들한테 전부 선물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카세트테잎 갬성이 참 좋았었는데요.
BonJovi님의 댓글의 댓글
카세트가 주는 기계적인 매력이 지금 생각해보면 LP 못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대로 내 목소리를 녹음하거나, 꼭 들려주고 싶은 곡을 녹음하거나... 다 정성이지요.~
colashaker님의 댓글
그뒤로는 저에겐 사이먼앤 과 펑클.. 입니다.
버스정류장앞 레코드가게.. 와 비슷한 심정으로 저도.. 노래 음원을 모아서 cd로 구워 듣습니다만.. 그맛은 확실히 아닙니다. 테이프 시간 꽉채우려 어찌나 분초를 따져 산수를 했던지.. 그 아날로그는 해본 사람 아니면 말해도 설명이 안되겠죠.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구요 ㅋㅋ
BonJovi님의 댓글의 댓글
CD리핑도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긴 하지만, 말씀하신대로 60분, 90분, 120분 공테잎 릴을 어찌하면 충실하게 채울 수 있나 고민하면서 플레이타임, 공백시간까지 계산하던 정성이 생각나네요.~ 옆에 있던 릴카운터 "000" 참 잘 썼는데 말이죠.~
BonJovi님의 댓글의 댓글
BonJovi님의 댓글
"R.I.P. 김광한 (1946~2015), 영원한 POP DJ"
junja91님의 댓글
사이먼 가펑클 이야기 꺼니면 더스틴 호프만이 나오는 영화 "졸업" 을 꺼내지 않을 수 없고요. 영화 내용도 쇼킹할 뿐더러, 결말도 참 인상깊게 끝납니다. 남주가 여주를 결혼식장에서 하이재킹해서 버스에 올라탄 다음, 그냥 저냥 마냥 행복한 표정을 지으면서 끝나야 할 것 같은 장면이, 곧 이어 갑분싸 "인생은 현실이야" 를 자각하는 듯한 표정으로 차갑게 식어가는 표정으로 바뀌는 것을, 이런저런 의미 담기를 좋아하는 영화 평론가들은 "베트남전 이후 미국의 패배주의와 심각한 경제상황 등, 미국의 현실 자각을 반영하는 모습이다" 라고 하는 이야기를 보곤 했는데, 아무튼, 영화의 초반과 후반이 무척 인상깊고, 그 깊은 인상을 더욱 진하게 만들어 준 것이 바로 "Sound of Silence"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