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한 충돌 아닌 '키스'로 형성된 명왕성 위성 '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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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이 명왕성과 명왕성 주변을 도는 위성인 '카론'이 형성된 과정을 설명하는 새로운 이론을 제시했다. 지구와 달처럼 격하게 충돌한 것이 아니라 '키스'하듯 붙어 있다가 자연스럽게 분리됐다는 분석이다.
아딘 덴튼 미국 애리조나대 달·행성연구소 연구원팀은 명왕성과 위성 카론이 형성된 새로운 이론을 제시하고 연구결과를 6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구과학'에 공개했다.
그리스 신화에서 저승을 관장하는 신의 이름을 딴 명왕성(Pluto)은 2006년 태양계 행성 지위를 잃고 '소행성 134340'이라는 명칭을 받았다. 퇴출 결정의 주요 사유는 명왕성이 주변을 도는 위성조차 완전히 지배하지 못하고 끌려다닐 정도로 질량이 작다는 점이었다. 명왕성 질량은 지구 질량의 0.2%에 불과하다.
특히 카론(Charon)이라는 위성은 명왕성 질량의 11%, 반지름은 절반에 달해 행성의 위성 중에서는 이례적으로 크다. 카론은 이승과 저승의 경계인 스틱스강의 뱃사공 이름이다. 지구는 위성인 달보다 질량이 약 81배 크다.
달은 수십억 년 전 지구에 거대 소행성이 충돌한 후 튀어나온 파편들이 뭉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명왕성과 카론도 충돌로 형성됐을 것이라고 추측됐지만 파편이 유체처럼 움직이는 지구·달 충돌 모델은 현재 카론의 크기와 궤도를 설명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지구·달과 달리 매우 차가운 암석과 얼음으로 이뤄진 명왕성·카론처럼 물질의 강도를 반영해 새로운 수치 모델을 만들었다. 연구팀은 "명왕성과 카론은 더 작고, 더 차갑고, 주로 암석과 얼음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설명했다.
새 모델로 분석한 결과 명왕성과 카론은 충돌하며 마치 눈사람처럼 잠시 연결돼 함께 회전하면서 서로의 형태를 온전하게 유지했다. 지구와 달처럼 각 천체가 파편을 뿜어낼 만큼 격한 충돌을 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이후 회전이 계속되며 명왕성과 카론은 다시 분리돼 점차 멀어지다가 지금의 궤도에 자리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시나리오는 '키스와 포획(kiss and capture)'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새로운 충돌 모델과 비교해 볼 수 있는 관측 자료는 아직 제한적이지만 만약 새로운 모델이 맞다면 카론의 나이가 명왕성만큼 오래되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연구팀은 "'키스와 포획' 충돌 과정이 태양계 밖의 다른 얼음 천체쌍의 기원을 설명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연구팀은 후속 연구에서 명왕성과 카론의 충돌에서 발생한 열과 두 천체가 가까웠을 때 작용한 조석력이 현재 명왕성의 지질학적 특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할 예정이다.
<참고 자료>
- doi.org/10.1038/s41561-024-016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