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 관점에서 미국 칩스법의 최대 수혜자은 "한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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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도 미국 반도체법(칩스법)이 통과되고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칩스법이 시행되면서, 온갖 언론/커뮤/유튭 등등 미국이 드디어 한국을 죽인다며 난리도 쌩 난리가 아니었던거 다들 기억하실거에요.

특히 미국이 일본을 차세대 반도체 생산기지로 낙점했고, 한국은 버려졌으며, 대만은 미-일 반도체 동맹에 잘 껴서 가는데 한국만 실패했고 어쩌구저쩌구....하는 얘기들 많았죠ㅎㅎ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119/0002698710?sid=101

그 와중에 작년 상반기에 임형규 전 삼성전자 사장이 오히려 칩스법은 한국 메모리 반도체에 최고의 기회가 될거다라는 인터뷰를 했었고...뭐 예상했듯이 뭔 X소리냐는 반응들이 꽤 많았구요.

그런데 지금 반도체 업계에서 주요 회사들의 FAB 증설 계획이나, 라인 운영 전략들을 지켜보면....임 전 사장 말 처럼 칩스법이 한국 메모리 회사(삼/하)에 기가막히게 좋게 돌아가는 상황인데요, 어떤 상황인지 아주 간단하게 체크해볼게요.


1. 미-일-대만 반도체 동맹은 없다


대만(TSMC)과 미국(마이크론, IBM)이 일본에 투자를 늘리는건 맞긴 한데, 파고들면 실속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수준입니다....


a. TSMC는 일본에서 소니 이미지센서+전기차의 내수용 반도체를 생산할 예정인데요, 이건 다 구식 레거시 반도체들이고
b. 마이크론이 투자하는 FAB은 신규 EUV 장비 반입 목적으로 추가 투자하는건데.... 쉽게 생각해서 장비 테스트하는 정도의 투자라고 봐도 되요
c. 게다가 일본(라피더스)이 필요한건 제조/공정 능력을 가진 인텔인데, 미국이 일본에 붙여준건 제조/공정능력은 없고 설계만 하는 IBM...이건 아무 도움이 안되죠. 선단 공정 능력이 아예 없어 자생이 불가능한 일본(라피더스)한테 설계 업체 붙여주면 그냥 죽으라는 소리밖에 안됩니다...


2. 미국의 칩스법이 정조준 하는 것은 한국이 아니다, 바로 대만의 TSMC

결론적으로 미국 칩스법의 타겟은 "대만"입니다, 아니 "TSMC"라고 해야 더 적절하겠죠? 7나노 이하 선단공정 시장을 TSMC 하나에 거의 의존하고 있고, 전세계를 호령하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목숨줄이 TSMC 하나에 잡혀 있다는 것, 특히 그런 TSMC의 선단공정 FAB 대부분이 중국 앞마당에 있다는 것을 미국 정부가 용인하기 어려운 시점이 된 것 같아요.

그래서 미국은 TSMC가 신규 FAB을 미국 내에 짓도록 대만정부와 TSMC를 지속적으로 압박해왔고 반대로 대만은 이걸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모양새구요.


a. 미국 입장에서는 대만에 선단공정 FAB이 늘어나면 미국의 국익에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b. 대만 입장에서는 미국에 FAB을 유출 시킬 수록 본인들의 강점이 사라지니 미국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구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간극이 좁혀질 방법이 없는데, 여기서 미국은 칩스법을 발동시키면서 또 하나의 방책을 생각해내죠. 바로 일텔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 TSMC FAB을 미국에 다 옮겨오는건 당장은 불가능하지만, 인텔에 돈 쏟아붓는건 당장에라도 가능한 일이죠ㅎㅎ 미국 정부는 반도체, 그 중에서도 파운드리를 국가 안보 관점에서 제1순위로 확보해야 하는 산업으로 판단하고 인텔에 쇼미더머니 치는 것으로 결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하...이제와서 보니 미국 칩스법이 타겟하는건 한국이 아니라, 대만의 TSMC 였던 것으로 해석하는게 맞네요.


3. 결국 칩스법의 (미국을 제외한)최대 수혜자는 한국입니다
반도체 업계(메모리, 파운드리)에 후발주자가 신규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기존 업체들(삼/하/마/TSMC)의 FAB 및 설비투자 현황을 미루어 볼 때 대략 10년동안 200조원 이상은 돈 버릴 생각 하고 투자해야합니다.


그런데 문제는....미국이 세계 1황 국가로서, 아무리 쇼미더머니 친다 해도 메모리와 파운드리 둘 다 동일하게 지원하는건 미국한테도 무리이고, 그래서 인텔을 1순위로 택한데다가, 마이크론은 FAB 운영 전략에 정말 큰 치명적인 결함(요 부분은 나중에 기회가 되면 추가 글 파보죠)이 있어서 미국의 보조금이 제대로 효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이에요. 이게 한국에게는 매우매우 호재로 작용했다고 봐야합니다ㅎㅎ


그리고 마이크론이 미국기업으로서 존재하기 때문에 더 다행인 점이, 마이크론 지원을 위해 중국 메모리 업계 역시 강도 높은 제재를 시행했고 그게 삼성/하이닉스에 엄청난 호재로 작용했어요. 아마 미국의 제재가 없었다면, NAND는 이미 중국업체에게 꺾였고, DRAM도 위태위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국이 따라오는 속도는 어마무시했거든요ㄷㄷ (당연히 이건 중국정부의 미친듯한 보조금+라이센스개무시+산업스파이들의 활약 때문이긴 합니다만...)


결론적으로

1. 미국은 대만의 파운드리 선단공정 능력을 빼앗고 싶어하며

2. 일본의 반도체산업은 키우고싶어하는 생각이 1도 없는데

3. 한국은 다행히 메모리 산업(미국이 크게 관심은 없는, 그래도 마이크론이라는 미국 기업은 있는)을 쥐고 있다 보니 칩스법의 수혜자가 한국이 되었다...

이렇게 상황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아마 올해부터 25,26년도까지 이어질(?) 슈퍼사이클이 한 번 돌고 그 뒤에 돌이켜보면

칩스법이 삼성/하이닉스에게 얼마나 천운이었는지 다시 한 번 증명이 될 것 같네요.

댓글 13

gmkhaagv님의 댓글의 댓글

그건 또 다른 얘기인 것 같습니다...
한국 메모리는 상황이 좋은데 삼성이 좋냐? 라고 보면 애매하긴 해서요
반도체를 보고 삼전을 구매하고 싶으시다면 하닉을 추천드리는데, 이미 많이 올랐죠?ㅎㅎ;;

우선 올해 영업이익은 작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뽑아낼거고 (최소 10조 중후반, 좋게 보는 기관은 20조 중반까지 예상하더라구요)
25년도는 삼전 DS 역사상 최대 실적 낼 것으로 보여요, 26년은 살짝 떨어지겠구요

KOREANT님의 댓글

칩스법으로 반도체 공장들을 미국에 짓고 있는데 장기적으로 그쪽 생태계가 발전하는거죠.
삼성이나 하닉도  한국에 투자할 돈을 미국에 공장 짓느라 돈 나가고 기술 탈취도 걱정해야하고
최대 시장이었던 중국 매출 줄어들고  똔똔이 아닌가 싶은데요
미국 공장들이 줄줄이 실패하면 천운이라 할수 있겠죠.

gmkhaagv님의 댓글의 댓글

미국에 짓고 있는 반도체 FAB들은 파운드리나 PKG같은 후공정 한정한 FAB들이에요.
돈 나가는건 맞긴 한데...미국 FAB들은 기술 탈취라고 할 만한 기술들은 없긴 하구요
그리고 미국의 칩스법 제재가 없었다면 중국 매출은 줄어드는 수준이 아니라 마이너스까지 갔을 겁니다...중국 매출이 감소하냐 마냐의 얘기를 할 정도로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었어요, 메모리 시장의 정말 큰 부분을 중국에 넘어가냐 마냐하는 심각한 상황이었으니까요..

그리고 미국이 키우려는 분야(인텔)도 파운드리 한정이라서 실패하든 말든 메모리가 캐시카우인 한국에는 큰 영향은 없습니다.
특히 FAB이 전 세계에 널려있어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매우 심각한 마이크론의 성장에는 한계가 있어서(요건 미국이 해결을 못해줘요, 이건 나중에 추가로 써볼게요) 그 CAPA를 모조리 삼성/하닉이 먹는게 확정적입니다...
물론 완전 자유롭게 무역하던 옛날보다 좋냐? 는 아닌데, 어차피 옛날로 돌아갈 수 있는 시절은 지나갔으니까요.

그 관점에서 보면 칩스법의 (미국을 제외한) 최대 수혜자는 한국이 맞고 특히 중국 메모리의 경쟁력을 밟아버렸다는 점에서는 삼/하에는 천운이 맞고 아마 2026년에 돌이켜 보면 감회가 새로울 거에요.

gmkhaagv님의 댓글의 댓글

더 간단히 말씀드리면
칩스법이 겨냥하는 것은 a.대만의 TSMC와 b.중국의 메모리업계이고
a. 어차피 삼/하의 캐시카우는 파운드리가 아니며
b. 중국의 메모리업계의 경쟁력을 박살내서 얻는 이득이 중국의 매출보다 훨씬 크다
이렇게 보시면 될 것 같네요

특히 25,26년에 오게될 슈퍼사이클 사이즈를 보고 판단해보자면, 중국에서의 매출은 다른 곳으로 이전을 성공적으로 했다고 보는게 맞구요, 마치 현기차가 중국 없이도 역대급 이익 뽑아낸 것 처럼요

gmkhaagv님의 댓글의 댓글

맞습니다 인텔이 대거 FAB 증설을 한 덕분에 미국 건설업 경기도 초호황이라고 하더라구요ㅎㅎ
(물론 다른 기업들의 리쇼어링도 함께 기여를 했구요)

gmkhaagv님의 댓글의 댓글

네 파운드리 입장에서는 최악이죠
다만 어차피 그동안 파운드리가 이익에 기여한 바가 거의 없었고, 적자폭이 심대하지는 않아서 메모리에서 벌어들이는 돈으로 덮기는 어렵지 않을거긴 한게 다행이라고 할까요?

하지만 지금까지 삼성이 파운드리에 쏟아부었던 투자금액을 생각해보면, 파운드리가 못 큰게 문제가 아니라 메모리에서 압도적 1황이었던 삼성의 기술력이 하이닉스에 잡힌게 제일 큰 문제라고 보는게 맞을 것 같아요. 너무 큰 기회비용을 지불한 셈이죠. 삼성 입장에선 파운드리를 전폭적으로 키우겠다는 삼성의 선택이 너무 뼈아플겁니다...
전선이 너무 넓어지면서 삼성이 연구능력을 메모리에 제대로 투사하지 못한 결과, DRAM 기술력은 하이닉스에 역전된지 오래고 HBM 수혜도 많이 받지 못하고 있구요.

결론적으로 칩스법으로 한국이 수혜를 많이 받기는 하지만, 그 중에서도 제일 큰 수혜를 받는 기업은 하이닉스입니다ㅎㅎ

Nalto님의 댓글

파운드리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사람이, 조금 과장해서 메모리 관점에서만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했다고 봐야할 글 같습니다.
삼성의 파운드리 투자 규모가 적지 않고,  TSMC 나 삼성 파운드리나 울며 겨자먹기로 미국 FAB 을 짓고 있는 중이죠.
일단 공장을 짓고 있기 한데,  미국 놈들 데리고 자국 공장처럼 운용할 순 없고,  결국 자국내 공장에 비하면 계륵처럼 될 겁니다.
게다가 보조금도 공짜가 아니라, 이익이 크면 토해내도록 되어 있다고 들었습니다.  결국 미국만 이익보는 구조입니다. 
뭐. 그 와중에  한국이 절대 강세이고, 대부분의 공장이 국내에 있는 메모리는 이익 좀 보겠지요.

gmkhaagv님의 댓글의 댓글

파운드리가 계륵처럼 될 가능성이 높은거 맞습니다.
그래서 파운드리가 캐시카우이자 전부인 TSMC가 매우 큰 곤욕을 치루고 있구요

그런데 삼성은 상황이 약간 다릅니다
우선 메모리가 캐시카우라서 TSMC 대비 피해가 적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파운드리에 투자되었던 금액이 기회비용으로 손해보게 되는 것은 일부 맞으나, 다른 메모리에서 벌충할 가능한 부분도 커요
예를 들어 삼성은 FAB 운영을 D/F/파운드리로 칼 자르듯이 하는게 아니라 혼합해서 배치하기 때문에 파운드리 FAB으로 짓던 라인을 디램이나 낸드로 전환 가능하구요, 이런 '쉘퍼스트' 전략을 제일 용이하게 사용 가능한게 삼성입니다
그리고 EUV 설비 처럼 파운드리 선단공정에 쓰는 설비를 디램에서도 사용하며(실제로 하고 있죠) 말 그대로 설비 골수까지 우려서 사용 가능한게 삼성이구요. 마찬가지로 업황에 따라 유연하게 조절 가능한게 삼성의 장점이겠죠.

그래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삼성 파운드리의 손해는 메모리에서 벌어들이는 돈으로 희석시키는게 충분히 가능한 정도라고 봅니다

글 하나에 모든 내용을 세세히 넣기가 어려웠다보니 아전인수격으로 보일 수도 있긴 하겠네요ㅎㅎ앞으로 글을 더 쓰면서 메모리에 대한 저의 관점을 추가해나가려고 하니 자주 봐주세요ㅎㅎ그리고 Nalto님도 반도체에 관심이 많으신 듯 한데, Nalto님의 관점도 글로 작성해주시면 저도 많이 배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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