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벌식(390)자판 사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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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세벌식 자판(이하 세벌식)을 사용합니다. 세벌식 사용이 인생에서 잘한 선택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세벌식을 사용하지 않아도 불편하지 않은 분들이 대부분일테지만, 어떤 분에게는 세벌식이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세벌식을 사용하게 된 과정을 적어봅니다.
세벌식은 키보드 자판 소프트웨어입니다. 세벌식을 사용한다고 하면, 키보드 새로 사야하는 거냐고 묻는 분이 있는데 그거 아닙니다. 키보드는 그대로 사용하고, 설정에 들어가서 자판 프로그램만 바꾸면 당장 사용할 수 있습니다.
세벌식 자판이란?
두벌식 자판(이하 두벌식)은 자판이 자음과 모음, 둘로 나누어져 있어서 두벌식이라 하고, 세벌식은 자판이 초성, 중성, 종성, 셋으로 나누어져서 세벌식이라고 합니다. 세벌식은 초성 자음, 모음, 종성 자음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각'이라는 글자를 쓴다고 할 때, 다음처럼 씁니다.
두벌식: ㄱ ㅏ ㄱ(r k r)
세벌식: ㄱ ㅏ ㄱ(k f x)
두벌식은 'ㄱ'을 초성과 종성에 두 번 누르지만, 세벌식은 초성 'ㄱ'과 종성 'ㄱ'이 달라서 각각 다른 자판을 누릅니다. 따라서, 세벌식이 두벌식보다 배우기 힘듭니다.
그러면, 왜 세벌식을 쓰느냐? 저는 왼손 손가락이 아파서 세벌식을 사용하게 된 경우입니다. 언제부턴지 타자를 치면 손가락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하더군요. 나아졌다 심해졌다 했는데, 타자 치는 게 부담되기 시작했습니다.
세벌식 전환 과정
타자를 많이 쳐야하는 상황이었는데, 부담이 되니 골칫거리였습니다. 검색해 본 결과 세벌식이 손에 무리가 덜 간다는 내용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타자연습 프로그램으로 '세벌식 최종'이라는 걸 선택해서 연습해 보았지만, 곧 안되겠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손가락에 각인된 두벌식을 세벌식으로 바꾸려 하니, 손가락과 머리가 따로 놀았거든요. 두벌식 타자마저 헷갈릴 지경이 되어선 계속할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다시 세벌식을 시도한 이유는 역시나 손가락 통증 때문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장기적으로 접근하자는 마음으로 두벌식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세벌식을 연습했습니다. 결론은 또 실패. 타자연습 할 때는 됐지만, 막상 글을 쓰려고 할 때면 머리가 멍해지고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포기했다 시도하기를 반복했는데, 그 과정에서 세벌식이 조금씩 익숙해졌습니다. 세벌식으로 완전히 전환할 수 있게 된 계기는 '세벌식 390' 덕분이었습니다. 그때까진 '최종'이라는 이름 때문에 '세벌식 최종(=세벌식 391)'이 가장 최신판인 줄 알고 '세벌식 최종'을 연습했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세벌식 최종'이 최신인 건 맞는데, 잘 쓰지 않는 종성까지 배정해서 난이도가 높은 자판이었습니다. '세벌식 390'은 난이도가 낮고, 숫자가 오른손에 배정되어서 사무직에게는 활용성이 더 높았습니다. 시행착오의 기간이 길었던 덕분인지, 세벌식 390으로 목표를 바꾸고 두 달여 만에 완전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총 2년 정도 걸렸습니다.
세벌식 장점
'세벌식이 속도가 빠르다', '도깨비불 현상이 없다' 등을 장점으로 얘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두벌식을 익힌 사람이 그 정도 장점 때문에 세벌식으로 전환할 이유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단, 저처럼 손가락 통증이 문제가 된다면 강력 추천합니다. 세벌식으로 전환한 이후에는 손가락 통증이 없어졌으니까요. 오랫동안 타자를 쳐도 손가락, 손목, 어깨가 전체적으로 뻐근하지 한 부위가 집중적으로 아프지는 않습니다.
리듬이 있습니다. 오른손 검지/중지에서 시작해서 왼손 검지/중지를 거쳐 왼손 약지/소지에서 마무리되기 때문입니다. '다르륵 다르륵 다륵' 이런 식으로 타건이 진행됩니다. 두벌식 자판이 배열이 방향성이 적고, 시프트 누를 경우가 많아 리듬을 느끼기 어려운 것과 다르죠.
타자 치는 부담이 덜합니다. 두벌식에서는 타자 치는 게 일이라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세벌식에서는 별 느낌이 없다고 할까요? 그냥 손이 갈 뿐입니다. 일이라는 생각 안들고, 오히려 타자 치는게 재밌습니다.
세벌식 단점
세벌식은 배우기 어렵습니다. 두벌식에 익숙하고 오랫동안 써 왔다면 그만큼 어렵다고 봐야합니다. 두벌식 타자를 계속 쳐야 하는 상황이라면, 특별한 경우(손가락 통증같은)를 제외하곤 세벌식으로 전환하기 힘듭니다.
저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오타가 좀 납니다. 이젠 세벌식도 손가락이 저절로 움직이는 정도인데, 무의식에 남아있는 두벌식의 영향인지 가끔 오타가 납니다.
남의 PC를 못쓰고, 남도 제 PC를 못씁니다. 이건 장점이 될 수도 있겠네요(?). 어쩌다 남의 PC를 써야 할 일이 생기면 버벅댑니다. 참고로, '날개셋'이란 프로그램을 깔면, 설정에 들어가지 않아도 두벌식/세벌식 자판 전환을 쉽게 할 수 있습니다(윈도우+스페이스).
세벌식 입문 후 깨달은 점
첫째, 편한 것과 익숙한 것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전에는 두벌식 자판이 편한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익숙할 뿐 편한 게 아니었습니다. 불편에 익숙한 걸 편한 걸로 착각한 거죠. 손가락은 불편하다고 호소하는데 편하다고 착각하고 무시했던 같습니다.
둘째, 다양성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세벌식 자판을 개발하고 필요한 프로그램을 제작한 분들이없었다면, 세벌식을 사용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손가락이 아파도 대안이 없어 두벌식 자판을 사용했겠지요. 문제가 없을 때는 몰랐지만, 문제가 생기니 다양성이 대안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주문할 때, 메뉴 통일하지 않는 사람 타박한 것 반성합니다.
셋째, 세벌식에 관해 홍보해야겠다는 점입니다. 대부분 사람은 세벌식에 관심 없을 겁니다. 두벌식으로 충분할 테니까요. 하지만, 소수의 사람은 다릅 겁니다. 타자를 많이 치는 직업에 종사하게 될 경우, 어려워도 세벌식을 배워두는게 유익하겠죠. 여유 있을 때 연습한다면, 두벌식과 세벌식을 함께 익히는 것도 가능할 거구요. 알기만 하면 세벌식을 배우려는 사람이 있을테니 일단 알려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사족
1. 독수리 타법으로 타자 치는 분이 계시다면, 세벌식에 입문하는 걸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2. 세벌식 사용자가 조금만 더 늘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개발자분들이 세벌식을 사용해서 관련 프로그램을 풍성하게 해 주셨으면 합니다.
3. 애플이 각성하길 바랍니다. 아이패드 키보드 샀다가 세벌식 안되는 걸 알게되었을 때, 환장하겠더군요. 다행히 터치패드로 쓰면, 손가락이 알아서 두벌식으로 치는 건 신기해요.
피자왕버거님의 댓글의 댓글
공병우 박사님께서
매킨토시를 사용했다는 점을 상기해 보면
맥에서 세벌식이 안된다는 게 더 이상한 거죠 ㅎㅎㅎ
(근데 iOS에서는 세벌식을 지원하지 않네요? 😱🤬)
생각의높이님의 댓글의 댓글
아이패드에서 세벌식 지원해 주길 지금도 기다리고 있답니다.
생각의높이님의 댓글의 댓글
잠만보곰팅이님의 댓글
괴퍅님의 댓글
블랙이님의 댓글
생각의높이님의 댓글의 댓글
maplus님의 댓글
어느 커뮤에서나 390 쓰시는 분들 보면 반갑더라고요.
생각의높이님의 댓글의 댓글
Iam9root님의 댓글
집에서는 변경하기 귀찮아서요. (집에서 타이핑 할일이 별로 없어서 많이 불편하진 않습니다. )
6K2KNI님의 댓글
최종은 숫자배열이 2줄만 있어서 숫자를 자주 쓰는 직업이면 난감합니다.
숫자 아랫줄은 괜찮은데 윗줄 칠때 연속으로 치다보면 손 모양이 이상해집니다.
생각의높이님의 댓글의 댓글
피자왕버거님의 댓글
당시에는 지금보다 세벌식에 관한 홍보도 많았고
컴퓨터 관련 잡지 같은 데에도
세벌식에 관한 기사도 종종 뜨고 그랬던 걸로 기억합니다.
(아래아)한글이나 한메타자교실, 이야기 같은 프로그램에서도
세벌식을 지원했기 때문에
오히려 지금보다 접근성이 좋은 환경이었던 것 같기도 하구요.
제가 세벌식을 택한 이유도
다른 무엇보다 양손의 사용 빈도가 비슷해서
손에 피로가 적게 간다는 것이었죠.
예전에 한창 타이핑 많이 하고
타자 연습 많이 할 땐
단문으로 1,000타 이상도 나왔었는데,
최근에 다시 해보니 이제는 단문이라고 해도
600~700 정도 밖에 안 나오더라구요. 😅
생각의높이님의 댓글의 댓글
seed님의 댓글
이게 일기나 덧글이나 게시글이나 등등 내 생각을 처음 사용하는 세벌식으로 타이핑하려하면 머릿속으로는 작문도해야하고, 손으로 타이핑하는것도 신경써야하다보니 여간 승질나고 짜증나고 어려웠었던 기억이 나네요. ㅎㅎ
그래서 그냥 손에만 익히자는 마음으로 매일 매일 책이나 영화 볼때 자막 같은걸 타이핑하면서 적응했는데, 장문의 글을 따라서 타이핑하다보니 바로 세벌식으로 적응되더군요.
한 2주 정도 걸렸던것 같아요.
가끔 두벌식 키보드 잡으면 처음엔 좀 버벅이는데 또 몇번 오타나고난 후엔 다시 손가락이 기억하더군요.
제가 생각하는 390 최고 장점은 shift+ 숫자키패드
해피해킹 쓰는데 따로 넘버키 없이 엑셀에서도 꽤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확실히 두벌식에 비해 손가락 통증? 이런건 없어요.
단, 저는 손가락이 짧아서 그런지 'ㅖ', 'ㅑ' (윗 숫자라인의 6, 7키죠) 이거 칠 때 손바닥이 바닥에서 떠서 좀 바쁜데 그래도 손이 편해서 계속 사용중입니다.
글쓴이님께선 단점으로 오타를 말씀하셨는데, 제가 세벌식을 사용하게된 가장 큰 계기가 '오타'였습니다.
두벌식은 오타가 눈에 잘 안띄어요. 대표적인 두벌식의 오타가 '완전 => 오나전', '입니다 => 이빈다' 뭐 이런 식이죠.
물론 오타이지만, 단어 자체가 어색함없이 완성된 글자 형태라 눈에 잘 안드러납니다.
하지만 세벌식의 경우에는 세벌식 특성상 오타가 눈에 확 띄어요.
굳이 두벌식의 오타 예시와 같은 예를 들자면 '완전 => 아ㅗ전', '입니다 => ㅣㅇ니다.'
이렇게 오타가 나죠.
그리고 macOS의 경우 karabiner 같은 툴을 사용하면 세벌식에서 '모아치기'도 가능합니다.
모아치기가 되면 위에서 언급했던 세벌식의 오타 중 종성을 먼저 입력함에 따른 오타가 거의 사라지게 됩니다.
390 관련 글이 너무 반가워 이것저것 쓰다보니 덧글이 꽤 길어졌네요. ^^;;
생각의높이님의 댓글의 댓글
LateSpring님의 댓글
https://pat.im/category/한글 자판
넥스프레쏘님의 댓글
맥북은 오히려 전환이 쉬운데
윈도우는 좀 짜증나죠 ㅎㅎ
winnt님의 댓글
미투리님의 댓글
오래전 동생 세벌식 알려주었는데. 군대 행정병 가서 고생했다합니다. 세벌 쓰고 두벌로 변경 해놓지 않아 고참이.....
생각의높이님의 댓글의 댓글
제 가족도 세벌식 거부했지요.
아내: 어디가서 세벌식 얘기하지 말아요.
딸: 아빠, 난 튀는 거 싫어.
아들: 아빠, 그걸 꼭 배워야 돼? ㅋㅋ
오스틴님의 댓글
세벌식390 사용자가 많았던 이유에 하나가 맨 상단 숫자키위의 특수키가 "!" 말고는 동일해서 프로그래머가 선호해서 그랬다더군요. 저 역시 같은 이유로 처음부터 390으로 배워서 지금까지 390만 쓰고 있습니다.
생각의높이님의 댓글의 댓글
오스틴님의 댓글
처음에 바꿀 때는 힘들었지만 바꾼 다음에는 두벌식으로 돌아가지 못해 힘들더군요.
특히 iOS 기기로 외장키보드를 칠때 세벌식을 지원하지 못해서 불편했습니다.
Mac은 Classic 시절부터 지금까지 세벌식 자판을 지원해서 애플이 세벌식 관련 소스를 가지고 있는데도 왜 iOS는 지원해주지 않은지는 의문입니다.
안드로이드로 바꾼 이유 중에 하나가 이 이유때문입니다.
세벌식 홍보는 공병우박사님이 돌아가신 후에 거의 되지 않고 일부 사용자 수준에서 아름아름 전파되다 보니 있는 걸 모르는 사람들도 많더군요
내마음여전히그대에게님의 댓글
생각의높이님의 댓글의 댓글
cyrano1님의 댓글
제가 세벌식 쓰니 제 아들도 불편하다며 가끔 세벌식 연습하는 모습을 보고 흐뭇합니다.
생각의높이님의 댓글의 댓글
곰돌이푸우님의 댓글
달라진 게 생각보다 적어서 적응할만 하네요.
무엇보다 숫자 입력이 편해졌습니다.
0123456789
33126님의 댓글
공부할까님의 댓글
gaia님의 댓글
/Vollago
해는님의 댓글
키보드 많이 사용하는 편도 아니였어
지금은 완전히 다 잊였습니다.
불편하게 배울 필요가 없네요.
생각의높이님의 댓글의 댓글
칼쓰뎅님의 댓글
그렇다면 해답은 오쏘리니어 스플릿 키보드입니다.
일반적인 스태거 컬럼의 경우, 왼손에는 사실 맞지않습니다.
손가락이 역방향으로 꺾여야되는 구조거든요.. (1qaz쪽을 사용하려면 왼손을 왼쪽으로 꺾어야하죠)
근데 두벌식의 경우 왼손을 활발히 사용합니다. 초성종성을 다 담당하니까요.
저도 그동안 아파왔었는데... 그나마 기존틀에서 가장 통증억제되는건,
ms 스컬프트 키보드였습니다. 아무래도 인체공학적 구조에다가 펜타그래프 타입이다보니
키스트록이 적어서 힘이 덜 들어가서 그랬던듯 싶습니다.
하지만 지금와서는 집과 사무실을 모두 오쏘리니어 스플릿 키보드로 사용중이고,
통증은 매우적게 존재합니다. (하루종일 사용하니 아예없을순없겠죠. ㅋㅋㅋ)
정말 강력 추천합니다.
생각의높이님의 댓글의 댓글
orcinus님의 댓글
Monad님의 댓글
자판 쓰고 있습니다. 아무도 제
컴퓨터를 건드릴 수가 없습니다 ㅎㅎㅎ.
뚜찌님의 댓글
저도 390 씁니다. 익숙해지기 많이 어렵네요.. (회사에선 두벌씩 쓰고, 집에서는 세벌씩 씁니다)
저는 맨 처음에 공병우 박사를 기리려고 최종으로 쓰다가,
이거 사무용으로(코딩할때도) 못 써먹겠다 싶은게, 특수문자 자판 배열이 다르다 보니까 너무 생산성이 떨어져서 뒤늦게 390으로 전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