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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14일 PM 10:13 · 수정됨(05. 06. 19:44)
저는 세벌식 자판(이하 세벌식)을 사용합니다. 세벌식 사용이 인생에서 잘한 선택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세벌식을 사용하지 않아도 불편하지 않은 분들이 대부분일테지만, 어떤 분에게는 세벌식이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세벌식을 사용하게 된 과정을 적어봅니다.
세벌식은 키보드 자판 소프트웨어입니다. 세벌식을 사용한다고 하면, 키보드 새로 사야하는 거냐고 묻는 분이 있는데 그거 아닙니다. 키보드는 그대로 사용하고, 설정에 들어가서 자판 프로그램만 바꾸면 당장 사용할 수 있습니다.
세벌식 자판이란?
두벌식 자판(이하 두벌식)은 자판이 자음과 모음, 둘로 나누어져 있어서 두벌식이라 하고, 세벌식은 자판이 초성, 중성, 종성, 셋으로 나누어져서 세벌식이라고 합니다. 세벌식은 초성 자음, 모음, 종성 자음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각'이라는 글자를 쓴다고 할 때, 다음처럼 씁니다.
두벌식: ㄱ ㅏ ㄱ(r k r)
세벌식: ㄱ ㅏ ㄱ(k f x)
두벌식은 'ㄱ'을 초성과 종성에 두 번 누르지만, 세벌식은 초성 'ㄱ'과 종성 'ㄱ'이 달라서 각각 다른 자판을 누릅니다. 따라서, 세벌식이 두벌식보다 배우기 힘듭니다.
그러면, 왜 세벌식을 쓰느냐? 저는 왼손 손가락이 아파서 세벌식을 사용하게 된 경우입니다. 언제부턴지 타자를 치면 손가락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하더군요. 나아졌다 심해졌다 했는데, 타자 치는 게 부담되기 시작했습니다.
세벌식 전환 과정
타자를 많이 쳐야하는 상황이었는데, 부담이 되니 골칫거리였습니다. 검색해 본 결과 세벌식이 손에 무리가 덜 간다는 내용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타자연습 프로그램으로 '세벌식 최종'이라는 걸 선택해서 연습해 보았지만, 곧 안되겠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손가락에 각인된 두벌식을 세벌식으로 바꾸려 하니, 손가락과 머리가 따로 놀았거든요. 두벌식 타자마저 헷갈릴 지경이 되어선 계속할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다시 세벌식을 시도한 이유는 역시나 손가락 통증 때문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장기적으로 접근하자는 마음으로 두벌식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세벌식을 연습했습니다. 결론은 또 실패. 타자연습 할 때는 됐지만, 막상 글을 쓰려고 할 때면 머리가 멍해지고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포기했다 시도하기를 반복했는데, 그 과정에서 세벌식이 조금씩 익숙해졌습니다. 세벌식으로 완전히 전환할 수 있게 된 계기는 '세벌식 390' 덕분이었습니다. 그때까진 '최종'이라는 이름 때문에 '세벌식 최종(=세벌식 391)'이 가장 최신판인 줄 알고 '세벌식 최종'을 연습했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세벌식 최종'이 최신인 건 맞는데, 잘 쓰지 않는 종성까지 배정해서 난이도가 높은 자판이었습니다. '세벌식 390'은 난이도가 낮고, 숫자가 오른손에 배정되어서 사무직에게는 활용성이 더 높았습니다. 시행착오의 기간이 길었던 덕분인지, 세벌식 390으로 목표를 바꾸고 두 달여 만에 완전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총 2년 정도 걸렸습니다.
세벌식 장점
'세벌식이 속도가 빠르다', '도깨비불 현상이 없다' 등을 장점으로 얘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두벌식을 익힌 사람이 그 정도 장점 때문에 세벌식으로 전환할 이유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단, 저처럼 손가락 통증이 문제가 된다면 강력 추천합니다. 세벌식으로 전환한 이후에는 손가락 통증이 없어졌으니까요. 오랫동안 타자를 쳐도 손가락, 손목, 어깨가 전체적으로 뻐근하지 한 부위가 집중적으로 아프지는 않습니다.
리듬이 있습니다. 오른손 검지/중지에서 시작해서 왼손 검지/중지를 거쳐 왼손 약지/소지에서 마무리되기 때문입니다. '다르륵 다르륵 다륵' 이런 식으로 타건이 진행됩니다. 두벌식 자판이 배열이 방향성이 적고, 시프트 누를 경우가 많아 리듬을 느끼기 어려운 것과 다르죠.
타자 치는 부담이 덜합니다. 두벌식에서는 타자 치는 게 일이라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세벌식에서는 별 느낌이 없다고 할까요? 그냥 손이 갈 뿐입니다. 일이라는 생각 안들고, 오히려 타자 치는게 재밌습니다.
세벌식 단점
세벌식은 배우기 어렵습니다. 두벌식에 익숙하고 오랫동안 써 왔다면 그만큼 어렵다고 봐야합니다. 두벌식 타자를 계속 쳐야 하는 상황이라면, 특별한 경우(손가락 통증같은)를 제외하곤 세벌식으로 전환하기 힘듭니다.
저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오타가 좀 납니다. 이젠 세벌식도 손가락이 저절로 움직이는 정도인데, 무의식에 남아있는 두벌식의 영향인지 가끔 오타가 납니다.
남의 PC를 못쓰고, 남도 제 PC를 못씁니다. 이건 장점이 될 수도 있겠네요(?). 어쩌다 남의 PC를 써야 할 일이 생기면 버벅댑니다. 참고로, '날개셋'이란 프로그램을 깔면, 설정에 들어가지 않아도 두벌식/세벌식 자판 전환을 쉽게 할 수 있습니다(윈도우+스페이스).
세벌식 입문 후 깨달은 점
첫째, 편한 것과 익숙한 것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전에는 두벌식 자판이 편한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익숙할 뿐 편한 게 아니었습니다. 불편에 익숙한 걸 편한 걸로 착각한 거죠. 손가락은 불편하다고 호소하는데 편하다고 착각하고 무시했던 같습니다.
둘째, 다양성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세벌식 자판을 개발하고 필요한 프로그램을 제작한 분들이없었다면, 세벌식을 사용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손가락이 아파도 대안이 없어 두벌식 자판을 사용했겠지요. 문제가 없을 때는 몰랐지만, 문제가 생기니 다양성이 대안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주문할 때, 메뉴 통일하지 않는 사람 타박한 것 반성합니다.
셋째, 세벌식에 관해 홍보해야겠다는 점입니다. 대부분 사람은 세벌식에 관심 없을 겁니다. 두벌식으로 충분할 테니까요. 하지만, 소수의 사람은 다릅 겁니다. 타자를 많이 치는 직업에 종사하게 될 경우, 어려워도 세벌식을 배워두는게 유익하겠죠. 여유 있을 때 연습한다면, 두벌식과 세벌식을 함께 익히는 것도 가능할 거구요. 알기만 하면 세벌식을 배우려는 사람이 있을테니 일단 알려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사족
1. 독수리 타법으로 타자 치는 분이 계시다면, 세벌식에 입문하는 걸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2. 세벌식 사용자가 조금만 더 늘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개발자분들이 세벌식을 사용해서 관련 프로그램을 풍성하게 해 주셨으면 합니다.
3. 애플이 각성하길 바랍니다. 아이패드 키보드 샀다가 세벌식 안되는 걸 알게되었을 때, 환장하겠더군요. 다행히 터치패드로 쓰면, 손가락이 알아서 두벌식으로 치는 건 신기해요.
댓글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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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뚜찌
24.04.14 · 220.♡.7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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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피자왕버거
→ 뚜찌
24.04.15 · 59.♡.61.212
저도 세벌식 390 사용자입니다.
공병우 박사님께서
매킨토시를 사용했다는 점을 상기해 보면
맥에서 세벌식이 안된다는 게 더 이상한 거죠 ㅎㅎㅎ
(근데 iOS에서는 세벌식을 지원하지 않네요? 😱🤬) -
생생각과마음
→ 피자왕버거 작성자
24.04.15 · 117.♡.2.138
공병'호' 박사 검색했다가 극우 인사 나와서 당황했었지요.ㅋㅋ 공병'우' 박사님이 훌륭한 분.
아이패드에서 세벌식 지원해 주길 지금도 기다리고 있답니다. -
생생각과마음
→ 뚜찌 작성자
24.04.15 · 117.♡.2.138
맥에서는 세벌식 잘 되나 보더라구요. 사용하시는 분 봤어요. -
잠잠만보곰팅이
24.04.14 · 58.♡.228.199
저도 세벌식 최종 사용자입니다. 가끔 공용 pc 사용할때와 os설치하고 설정해야하는 불편정도 빼고는 대부분 만족하며 삽니다. -
생생각과마음
→ 잠만보곰팅이 작성자
24.04.15 · 117.♡.2.138
반갑네요.ㅎㅎ -
괴괴퍅
24.04.14 · 211.♡.89.126
94년부터 공병우님 스티커도 붙이고 별짓을 다 했는데도 안되다가 내추럴 키보드를 쓰기 시작한 뒤로는 영영 멀어졌었는데 이 글을 보니 또 도전해보고 싶고 그런 마음이 생기는군요 {emo:onion-166.gif:50} -
생생각과마음
→ 괴퍅 작성자
24.04.15 · 117.♡.2.138
여유 갖고 하시면, 어 이게 되네. 할 때가 올거예요. -
블블랙이
24.04.14 · 172.♡.27.226
세벌식 390 기억하고 내려받아서 다시 도전해 보겠습니다. 저도 94년도에 써보고 입사하면서 두벌식으로 익숙해졌는데 말입니다. -
생생각과마음
→ 블랙이 작성자
24.04.15 · 117.♡.2.138
전에는 못 할 것 같았는데, 이젠 병행도 가능하지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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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390 씁니다. 익숙해지기 많이 어렵네요.. (회사에선 두벌씩 쓰고, 집에서는 세벌씩 씁니다)
저는 맨 처음에 공병우 박사를 기리려고 최종으로 쓰다가,
이거 사무용으로(코딩할때도) 못 써먹겠다 싶은게, 특수문자 자판 배열이 다르다 보니까 너무 생산성이 떨어져서 뒤늦게 390으로 전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