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합병증으로 얻은 신부전증 사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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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9 클리앙에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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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기를 가장한 푸념, 하소연입니다.
1년전 코로나에 걸렸었죠.
3차 백신까지 맞은 상태에서 걸린 거라, 며칠만 고생하면 되겠지 위안했습니다.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강도의 인후통과 몸살, 후각 상실에 "이게 과연 코로나긴 하구나"하고 실감했습니다.
항생제와 진통제를 먹는데도, 많이 아프더군.
자가격리 기간이 끝날때까지도 여전히 아프더군요.
아니, 오히려 더 죽겠더라구요.
자가격리 풀리자 마자 응급실로 향했습니다.
피검사랑 몇가지 검사하면서 수액주사 맞으며 누워 있었습니다.
수액주사가 다 되니, 이제 새로운 것을 가지고 오더니, 코속으로 튜브를 집어넣더군요.
처음에는 왜 내시경 검사를 입을 통해 하지 않고, 코에다 집어넣나 생각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레빈튜브(콧줄)라는 거더군요.
그걸 한나절 정도 하고 있었습니다. 미칠 지경이더군요.
나름 통증을 잘 참는다고 자부해왔는데, 이건 숨 쉴때마다, 특히 침 심길때마다 목구멍에서 강한 존재감을 내뿜는 튜브는 고문을 받는 느낌이더군요.
그렇게 하루를 응급실에 있다가, 일반 병실 입원으로 장소가 바뀌었습니다.
병명은 자세히 안 알려주고, 그냥 장출혈이라고만 하더군요.
그렇게, 4실간 입원해 있었습니다.
다시 생각해도 웃긴 점은 환자복으로 갈아 입는 순간, 모든 기력이 사라지고 진짜 환자가 되더군요.
마치 예비군복을 입는 순간 그냥 바로 예비군 모드로 전환되는 것 처럼요.
첫 이틀동안은 금식으로 진통 수액만 맞으며 누워 있었습니다.
꼭 전쟁영화에 나오는 "위생병! 모르핀!"을 외치는 부상병처럼, 간호사에게 "진통제가 떨어진 것 같다. 진통제 수액 더! 더!" 하면서..
며칠지나 혈변도 더 이상 없고하서 마침내 퇴원했습니다.
코로나 후유증이 좀 오래 가잖아요?
그래서, 저도 "이 놈의 코로나 참 지독하구나"라고 여기며, 빨리 후유증이 사라지기만 고대했습니다.
두통과, 전신피로는 사그라들지 모르더군요.
특히나 두통때문에 거의 이틀에 한번꼴로 타이레놀을 먹었습니다.
두달이 가고, 석달이 가도 사라질지 모르는 이 후유증은 계속 괴롭히는 와중에, 갑자기 허리에 아픈 겁니다.
미끄러진 적도 없는데 마치 허리 삐끗한 것 처럼, 허리 통증이 왔습니다.
병원에 가니, 별 문제 없다고 진통제 처방받았습니다.
두통은 강도가 점점 더 세지는 와중에, 소화 불량과 함께 목에 뭐가 걸린 듯한 이물감이 찾아왔습니다.
병원에 가니, "목이 좀 부었다. 식도염이다. 밥 먹고 바로 누우면 안된다"는 주의사항과 함께 약을 처방받습니다.
집중 자체가 안되니, 회사에 앉아 있는 동안에도 간단한 일처리 하나 못하고 제자리 걸음만 하다가 스스로 책망하기를 반복했습니다.
이미 우울증과 ADHD 경력자이기에 더이상 나락으로 떨어질 수 없다는 생각에, 삼담치료도 시작했습니다.
이번 상담사는 저랑 좀 잘 안 맞더군요. 5회까지 하고 중단했습니다.
줄어든 업무 효율은 성과로 가시화되니, 회사생활이 더욱 위축되더군요.
그 와중에 프로젝트에서 제가 담당한 부분은 계속 제가 병목현상을 초래해 결국 다른 동료들에게 짐까지 넘기게 되었고요.
그래도 회사에서 배려해준 덕에 종합검강검진을 앞당겨 받았습니다.
검진결과는 갑상선 기능 저하증 초기일 가능성과 신기증 저하 의심 결과를 받았습니다.
크레아틴이 높고, 사구체여과율은 낮은 수치라고 했습니다.
상급 병원에 가서 진료해야 한다더군요.
검진결과서를 들고 3차병원 신장내과를 예약했습니다.
역시 대학병원이라 외래진료 예약인데도 2주 후 날짜로 예약할 수 있습니다.
진료실에 들어가서, 검진결과서를 내밀었습니다.
그래도 환자 앞이면 좀 신경써 읽는 듯한 시늉이라도 하면 좋을 텐데, 티 나게 건성건성 페이지 휙휙 넘기더니, 혈액검사실에 가서 피뽑고, 그 결과 나온 이후 날짜로 간호사 통해 다음 진료일 예약하라고 하더군요.
피 뽑고, 다음 진료 일자는 검사결과 나오는 일주일 후로 잡았습니다.
일주일 후 진료실에 들어갔습니다.
검사결과 심각한 수준은 아니니까, 동네 병원에서 혈압 관리하라고 하더군요.
동네 의원 중 신장위주로 하는 내과로 갔습니다.
다행히 환자가 그리 많지 않은 병원이라 1분 진료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수치들 보더니, 만성신부전증이라고 하더군요.
건겅검진을 했을 당시는 급성신부전증수준이었을테고, 지금은 그 보다 호전되었만 정상은 아닌 신부전증이라더군요.
신장은 한번 나빠지면 되돌릴 수 없고, 악화만 막는게 최선이고, 관리만 잘하면 5~10년간은 투석안하고 살 수 있고, 투석 시작하면 5~10년내에 신장이식을 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하루 한알씩 먹는 혈압약 처방 받았습니다.
신장이 삶의 질에 꽤나 중요한 역할을 했더군요.
혈액의 노폐물 배출을 잘 못해서 그런가 항상 피곤하고, 무기력하고, 밤을 샌 다음 날과 같은 상태의 지속이더군요.
신장때문인지, 아니면 혈압약 때문인지 인과관계는 잘 모르겠지만,
그 후 소변량이 확 줄고, 소변 볼때도 시간이 옆에 서너명은 바뀌어야 되더군요.
밤에 잘 때도 오줌 마려워 깨고..
이 증상을 말하니, 이건 신장이 방광, 전립선 옆에 있어서 영향을 주는 거라고 신장잘환자에게는 별다른 방도가 없다고 하더군.
그리고 넉달전부터는 이명이는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귀에서 고주파음이 들리는 겁니다. 제법 크게 들립니다.
신경만 쓰이는게 아니라, 그게 두통으로 이어지니 더 힘들어 집니다.
이제 두통약 타이레놀도 더이상 효과가 없습니다.
이명으로 이비인후과가니, 귀 자체는 아무 문제 없다고 합니다.
이명에 효과가 있다는 약을 처방해주겠다고 합니다.
그러더니 잠시 후 부릅니다. "이미 안정제 처방받은 게 있네요?" 라고 묻기에 정신과에 처방받은 약을 복용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약 처방은 됐고, 이명이 정말 심하면 상급병원에 가서 정밀검사 받아보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 말투에서 느껴지는 뉘양스는 "그래봤자 소용은 없을껄요?" 로 들리더군요.
혹시 신장이 부실하면 이명이 생길 수 있냐니까 그럴리는 없다라고 합니다.
원인을 모르니, 더 답답해집니다.
납득할 만한 원인이라도 알고자, 도서관에서 의학관련 서적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고등학교 졸업 후 처음으로 생물 공부를 다시 하게 되었습니다.
노인질환 서적에서 제 정확한 상태를 인지할 수 있었습니다.
제 신경계가 낡아 오동작을 한다는 것.
차단할 노이즈는 차단 못하고, 정상 신호는 통증 신호로 잘못 해석하는 것이고, 이것은 노화의 일반적인 과정이라고 나옵니다.
코로나 덕에 남들보다 노화가 좀 빨리 왔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이 상황에 익숙해지려 노력 중입니다.
코로나의 후유증으로 신장 손상 사례(https://www.hopkinsmedicine.org/health/conditions-and-diseases/coronavirus/coronavirus-kidney-damage-caused-by-covid19) 도 있다고는 하지만, 꼭 코로나가 직접적인 원인은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제 내장 기관중 하필 신장이 취약한 상태에서 코로나가 그 취약점을 발현시켰겠죠.
그냥 재수가 없었던 거죠. 익숙해져야죠.
4~50대가 많은 클리앙 회원님들도 다들 내구연한이 다 되었을텐데, 조심 조심 잘 사용하세요.
마추피추님의 댓글의 댓글
tb99님의 댓글
클X앙이요?!?
ㅎㅎ
마추피추님의 댓글의 댓글
toxicavenger님의 댓글
마추피추님의 댓글의 댓글
슝아범님의 댓글
멜버른님의 댓글
저도 완벽히 완쾌 된것은 아닌데 그래도 일상 생활은 다행히 하고 있습니다. 모쪼록 빠른 쾌유 하시길 바랍니다.
마추피추님의 댓글의 댓글
매화도시락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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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먼님의 댓글
마추피추님의 댓글의 댓글
마추피추님의 댓글의 댓글
유공압님의 댓글
마추피추님의 댓글의 댓글
감사합니다.
디스달님의 댓글
백신 휴유증도 있고..
등산이나 유산소 운동 꾸준히하면서 최대한 업무 스트레스 줄이세용.
저도 전당뇨 혈압 있는데 지금 운동으로 약 안 먹고 140에서 125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