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찬 피아니스트 데카 데뷔앨범 감상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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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질나게 한 트랙씩 공개되다가 며칠 전 드디어 전체 앨범이 릴리즈 되었습니다. 임윤찬 피아니스트에 대한 내용들은 인터넷 찾아보시면 이미 많으니 흥미 있으신 분들은 찾아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반 클라이번 콩쿨 최연소 우승자이기도 하며 과제곡이었던 스티븐 허프의 월드 프리미어곡을 첫곡으로 연주하는 패기부터가 화제였고 심지어 연주와 해석조차도 완벽하고 설득력 있었죠. 이미 이 시점부터 이 친구는 다른 경연자가 아닌 스스로와의 싸움을 하고 있던 것입니다. 작곡자 역시 최고점을 주었고 이후 경연 행보도 쇼킹했습니다. 초절기교 전곡을 올린 것도 대단했고 결선 라흐마니노프3번은 키신의 연주를 제끼고 유튜브에서 동곡 최다조회 영상이 되었습니다.
반 클라이번 콩쿨 입장에서는 사실 미국경연자에게 우승을 주고 싶었을만 한데(사실 그 전 회 콩쿨우승자가 선우예권이었습니다. 한국인들 정말 대단합니다. ㅎㅎ 2회 연속 한국인 우승자를 주기는 주최측도 좀 고민될 수 있죠) 너무 압도적이어서 뭐 우승자를 겨루고 할 여지가 없었죠.
보통 콩쿨 경연자들의 연주는 대부분 반복적 기계적 연습을 통해 과제곡을 성취해내는데 집중되어 있는데 반해 임윤찬의 연주는 그 수준을 초월하여 스스로가 구현하고 싶은 음악성과 실험을 대담하게 콩쿨무대에 올려놓았다는 충격을 주어서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한국음악계에 범이 한마리 나왔습니다.
이 젊은 연주자에 빠져 많은 자료들을 찾아보며 느낀 건 이 친구의 모국어는 피아노, 제1외국어가 한국어같다는 겁니다. 생각이 많고 표현하고 싶은 것이 많은데 말로 표현을 잘 못합니다. 오로지 음악으로서만 완벽하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합니다.
테크닉이 압도적이고 특히 왼손을 너무 잘 씁니다. 정말 너무 흔하게 듣던 곡들인데 안들리던 음표들이 가득하고 색채감이 풍성하고 입체적으로 들리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터치는 지금까지의 어느 피아니스트보다 명징하여 마치 귀를 타격하는 것 같은 또렷하고 대비가 큰 소리를 내는것도 아주 독보적이고요.
쇼팽곡들은 루바토의 사용이 뻔하고 지루한 예가 많은데 임윤찬은 아주 솔직 대담하게 직진합니다. 그리고 루바토의 사용이 매우 신선하고 과감합니다. 일찌기 본적 없는 쇼팽입니다. 한국이 낳은 또하나의 세계적 피아니스트인 조성진의 여리고 세심하며 부드럽고 깊은 감성의 연주와는 상당히 대칭에 서 있는 스타일의 연주를 보여줍니다. 조성진의 쇼팽이 우리가 늘 상상하던 병약하고 여성적인 청년 쇼팽이라면 임윤찬의 것은 젊은 혈기로 사랑 그 하나만을 바라보는 겁 없는 청춘의 느낌이랄까요?
임윤찬의 모든 해석은 남의 것을 참고하거나 베끼는 예가 없는 것 같습니다. 관행적이고 지루한 해석들은 다 무시해버리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해석을 합니다. 익숙히 듣던 곡들이 모두 새롭게 들리며 매너리즘에 빠져있는 클래식 애호가의 뒷통수를 타격합니다. 조금 극적으로 표현해서는 이번 앨범은 글렌 굴드의 1955년 골드베르크 변주곡급 충격이네요.
돈과 명성따위 관심 없고 먹고 살 걱정만 아니라면 산속에 들어가 피아노만 치고 살고 싶다는 이 젊은 연주자의 미래가 너무 기대됩니다. 대가로 성장해나가길 바라마지 않습니다.
rymerace님의 댓글의 댓글
기로로다님의 댓글
rymerace님의 댓글의 댓글
즐거운 감상이 되시길 바랍니다.
팔렌가든님의 댓글
지금 생각하면 이런 사람이 존재하는데
내가 전공을 안하길 정말 잘했구나라는 생각을 합니다.
임윤찬은 피아노의 숲 만화의 주인공,
일본이 꿈꾼 피아니스트가 현실로 재현된 느낌이며
그이 독특한 박자방식과
완전히 새로운 해석이면서 동시에 완벽하게 악보를 이해한
기적 같은 연주를
계속해서 이어나가는게 놀랍다고 밖에 할 말이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사랑 하는 수많은 피아니스트를 제치고
단숨에 1 위를 차지해버렸습니다.
이번 앨범은
녹음 자체도 상당히 특이해서
어지간히 좋은 헤드폰이나, 스피커, IEM 에서도
최대 볼륨으로 갈기면 깨지는 현상이 생길 정도이고
클래식의 클래식을 가장 좋은 방법으로
레코딩 한게 아닐까 합니다.
요즘은 클래식들이 주로 공연을 위주로 소비되고 있고
과거처럼 녹음을 자주 하지 않고 있어서
더욱 소중한 앨범 발표가 되겠네요.
쇼팽의 에뛰뜨가
제가 가장 좋아하는 피아노 곡들중 하나이지만
말이 연습곡이지
해석의 여지에 따라
무궁무진한 향현의 장이라서
각각의 피아니스트의 개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곡이라는 점도
기쁩니다.
임윤찬은 상당히 난이도가 높은 이곡에서 여유를 부리고 있다는 점이
분명히 느껴지는데
도대체 얼마나 압도적인 완성의 상태에서 위에서 짖 눌러 버리면
여유를 부리고 농락할 수 있는지
기가 막할 따름입니다.
즐감되세요.^^
rymerace님의 댓글의 댓글
이런 멋진 피아니스트가 우리 시대에 태어나줬다는 것이 감사할 따름입니다.
낮달님의 댓글
이는 스승 손민수의 결과 많이 닮아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임윤찬 본인의 성향과 굉장히 잘 맞는 스승을 만난 것 또한 엄청난 운인 것 같습니다.
잘봤습니다.
rymerace님의 댓글의 댓글
낮달님의 댓글의 댓글
이재아빠님의 댓글
rymerace님의 댓글의 댓글
rymerace님의 댓글의 댓글
음반 많이 내주었으면 해요.
bbobkki님의 댓글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됩니다. 알려주신 앨범도 들어봐야겠습니다.
rymerace님의 댓글의 댓글
골드문트님의 댓글
rymerace님의 댓글의 댓글
콩쿨인데도 엄청 대담해요.
하얀후니님의 댓글
https://www.youtube.com/watch?v=NTZkNonZ91k
Chopin: Études, Opp. 10 & 25
12트랙에 No. 12 in C Minor "Revolutionary"
애플뮤직
https://music.apple.com/kr/album/12-études-op-10-no-12-in-c-minor-revolutionary/1731383228?i=1731384707
rymerace님의 댓글의 댓글
gift님의 댓글
마음13님의 댓글
임윤찬 등장했을때 정말 열광했습니다. ^^
덕분에 좋은 소식 알아갑니다. 지금 마침 사무실에 사람이 없어 틀어두고 있네요.
다음엔 라흐마니노프로 앨범 내주기를^^
달짝지근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