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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기] 1편 : 돌고 돌아 농부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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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광마회귀 116.♡.65.130
작성일 2024.04.28 15:53
분류 기타
1,340 조회
8 댓글
15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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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년

생각해보니까...
이제 나는 일만의 적이 오든,
이만의 적에게 갇히든 간에 나답게 살 수 있다.
나는 고작 나답게 살기 위해 얼마나 먼길을 돌아왔나 ?
- 유진성. [광마회귀 436화 본문 발췌], 네이버 시리즈 웹무협. 2022.

20살 첫 창업 이후 다양한 일을 하며 살았습니다.
새로운 상황에 적응해 살아남는 과정을 반복하며 지냈습니다
IT/무역/노가다/플랜트/쇼핑몰/야채장사/물류 등

익숙해지고 인정받고 편안한 상태가 되면
주화입마에 빠지는 지병을 앓고 있습니다.
그러면 밑바닥이라 부르는 일들을 1년 이상
하면서 회복했습니다.
왜 회복되는지 몰라서 살만하다고 느낄 때마다
반복해 봤는데 효과는 동일했습니다.

어느덧 중년이 되었습니다.
은퇴닷 ! 선언했으나 의지대로 되는게 아님을 알았습니다.
흘러가는 대로 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돌아보니 20년 변함없이 하던 것들이 있습니다.

1. 글쓰기
2. 식물 키우기
3. 개님과 산책


1. 글쓰기

취미 생활(사진,자전거,음악,오디오,식물 등)을 블로그에 올리다가
애드센스라는 걸 달고 나선 돈이 나오는 형태로 이어졌습니다.


애드센스 수익은 사진에 보이듯 수표로 받았습니다.
기념 삼아 안쓰고 보관했습니다.

GPT 이후엔 파이썬 조합 덕분에 매일 1시간 내외로 쓰고 있습니다.


2.식물 키우기

동호인들과 친분을 쌓으며 지내다보니 취미 생활의 규모가
갈수록 커졌습니다.
집이라는 공간이 좁았습니다.
근사하고 넓은 공간을 얻어 하고 싶은 대로 해봤습니다.
대출받아서 취미 수업료 내는 거 아니구나.

그렇게 또 인생을 배웠습니다.

취미를 즐기는 개인으로 할 건 다 해봤다는 생각이 들자
시골에서 농사일 도우며 자랐던 어린 시절이 생각납니다.

그렇게 스케일이 커졌습니다.
천천히 규모를 늘려가고 시행착오를 하고
통장 잔고를 태워가며 대량 재배를 시도했습니다.
하우스는 성공적이었으나 계절 변화에 숨겨진 위험은
돈과 노력을 더 쏟아부으라며 절 후려쳤습니다.
게다가 상상도 못한 벌레들의 습격에 내상을 입었습니다.
기도를 숨기고 다가온 마교 삼공자 같은 뱀의 출현에 실외
재배의 모든 것을 접었습니다.
전원생활의 꿈도 버렸습니다. 도시가 좋습니다.
그 이후 폐관 수련에 돌입.

하우스 성공의 달콤함을 못 잊고 실내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재배하는 식물은 따뜻하고 일정 습도를 유지해야 대량 재배가 가능합니다.
여차하면 녹아서 썩어버리기에 예민한 개복치같습니다.
과거의 저는 직장인으로 이 식물을 수입하기 위해 해외
농장도 가보고 직접 수입을 해봤습니다.
그 과정에서 실망했기에 직접 길러보고 싶었습니다.

시간은 퇴근 이후 2시간+주말 밖에 없었습니다.
출근해서 회복하고 퇴근 이후 불태우며 지냈습니다.

이런 저런 장비를 달아보고,
없으면 만들고 실패를 반복했습니다.
자동 운영 스마트팜을 만들어야만 했습니다.
배관하고 센서 달고 등등 손맛이 좋았습니다.

잘못 구입한 각종 자재들은 지금도 창고에서 웃고 있습니다.
세관을 통과하지 못한 것들은 만져보지도 못했기에
위안 삼고 있습니다.

울고 웃다 세월이 흘렀습니다.
자동화 재배 시설을 만들었습니다.
없던 것을 만들었으니 특허를 내야 하나 고민했습니다.

그 과정에 필요한 기술과 지식은 다양한 직업을 체험한 덕에
이미 갖고 있었습니다.
응용만 하면 되니 내공 쌓는 속도가 빨랐습니다.

생각해보니 개님이랑 산책하며 지내다 중간 중간 주문 처리하고
택배 발송하면서 사는 것도 평화롭고 좋을 것 같았습니다.

인터넷 쇼핑몰 운영에 관한 거의 모든 경험이 이미 있습니다.

오! 피식 웃었습니다.

식물 기르는 건 지나온 20년도 재미있었기에 남은 여생도
질리지 않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배실 안에 있으면 마치 지브리 세계관 속 생명력이
넘치는 다른 세계에 들어가는 느낌이 듭니다.
개님이 많이 아플 때 재배실에 안고 들어가 식물들에게
생명력을 나눠 달라고 간절히 부탁한 적이 있습니다.
기적처럼 회복해서 지금까지 건강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물론 동물 병원 치료로 회복한 것이지만 특별한 경험으로 남아있습니다.

식물과 정서적인 교감을 한다는건 신비롭습니다.
착각일지라도 이토록 고양감과 평온함을 느끼며 사는 것은
저도 처음입니다.

식물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특정 음악을 들려주면 좋다는
책을 읽었습니다.
[식물의 은밀한 감정]이라는 책으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식물등이 자동으로 켜지면 "오 솔레미오" 라는 노래가 재생됩니다.
액체비료가 공급되는 타이밍에 나오는 노래.
습도를 올릴 때 나오는 노래 등 시나리오별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었습니다.

실제 성장 속도 비교 측정하는 같은 건 하지 않습니다.
재배실 한가운데에 앉아 같이 음악 듣는 게 좋습니다.

# 2023년 10월

재배한 식물로 공간을 다 채웠습니다.
공간이 부족해 새로운 공간을 얻었습니다.
개발한 시설을 설치하고 가동해서 재배한 식물로 다 채웠습니다.

사업자를 냈습니다.




상품은 재배하던 식물 하나로 시작.
뭘 어떻게 해야겠다는 것 없이 지나온 경험과 인생의 흐름에
맞기겠다는 생각 하나로 변화를 만들었습니다.

우선 순위는 개님과 산책하고 교감하며
하루를 보내는 것이라 거북이처럼 느릿느릿 운영.

치열한 시장에 거북이가 입장했습니다.
바라는 것은 딱히 없고 산책하며 동네를 구석구석 알아간다는
기쁨이 좋았습니다.

1부 끝.

1부는 지난 세월과 2023년 10월 까지의 기록입니다.

2부에선 GPT 도움으로 상세페이지 디자인 시간 줄인 것과
한가하길 기대했으나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주문이 늘고 있는
과정을 풀어냅니다.

운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관찰하는 입장에서 써보는 생존기입니다.

사업 진행 과정을 시리즈로 연재할 생각입니다.

현재의 저는 예측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사업지 전개되어

개님과 잘 지내고 있습니다.

no_profile 광마회귀 Exp 15,039
93%

농부로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농부로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댓글 8 / 1 페이지

세유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세유 (210.♡.20.243)
작성일 04.29 07:39
멋지십니다. 생각하는대로 이뤄내는 멋진 실행력을 가지셨군요. 단편의 글로 풀어내기도 힘든 많은 시행착오들이 글줄에서 읽힙니다. 강아지와 함께 평온한 삶을 살아가시는 듯 하지만 절대로 보여지는게 다가 아님이 느껴집니다. 항상 강건히 잘 지내시길 바랍니다^^

광마회귀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광마회귀 (116.♡.65.130)
작성일 04.29 12:25
@세유님에게 답글 감사합니다. 시도하고 시행착오 겪는 것을 반복하며 살았구나...(왜 ?)
40넘어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좀 평온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기대와 달리 또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그래도 늙어버린 강아지랑 늘 함께 하고 있어서 만족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

나의라임오졌지나무님의 댓글

작성자 나의라임오졌지나무 (115.♡.24.163)
작성일 04.29 11:36
잘 읽었습니다. 다음 편도 기대가 되네요.

광마회귀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광마회귀 (116.♡.65.130)
작성일 04.29 12:27
@나의라임오졌지나무님에게 답글 캠브리지머시기인가.. 라임오렌지나무로 보고 오~ 했다가 오졌지인걸
확인하고 낄낄 웃었습니다. ㅎㅎ; 시간나면 연재할 생각입니다.

인생자전거타기님의 댓글

작성자 인생자전거타기 (1.♡.228.23)
작성일 04.29 16:04
많은 고통도 수반한 경험이시겠지만 3자의 입장에서는 올려주신 글이 흥미롭고 재미있습니다.
아마도 사업 실패한 저희 경험과 상황 때문에 더 그렇 것 같기도 하구요.
(이미 성공하신 것 같지만) 성공을 기원하며, 또한 다음 글도 기대합니다.

광마회귀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광마회귀 (116.♡.65.130)
작성일 04.30 09:49
@인생자전거타기님에게 답글 아이고 실제 판매 시작한거는 올해 2월 부터라 아직 성공 같은 이야기 할 정도는 아닙니다. ^^:
준비되면 다음 편도 올리겠습니다.감사합니다~

등줄기의땀님의 댓글

작성자 등줄기의땀 (140.♡.29.2)
작성일 05.02 06:59
언젠가부터 삶은 쌓고 허물어뜨리기의 반복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게 말씀하신 주화입마에 빠지는 지병일지도 모르겠어요 ㅋ 저도 스마트팜에 관심이 많고 언젠가는 도심 작은 공간에서 실행에 옮기고픈 마음이 있습니다. 다음 소식 꼭 들려주세요!

광마회귀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광마회귀 (116.♡.65.130)
작성일 05.02 10:11
@등줄기의땀님에게 답글 쌓아놓은 성안의 편안함,안락함을 누리고 사는 게 좋습니다.
저는 이상하게 그게 안되어서 사서 고생을 반복하네요 ㅎㅎ;;;;
저도 도심 속에서 재배 농장하고 있습니다.
퇴근 이후 두어시간 야금 야금 하던게 커져서 이리(?)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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