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장보고 야간당직 썰
페이지 정보
본문
역시 오늘도 야간 당직입니다. 그래서 썰을 풉니다. 오늘은 바람과 온도가 빡세서 경험담은 못올리고 당직이 어떤지 올려드리겠습니다.
24년 석가 탄신일 전날 야간 당직을 서고 있습니다. 오늘 주간에는 영하 30도 내외 실외 온도가 찍혔고, 밤엔 남극 대륙의 찬바람이 내려오며 순간 풍속이 20m/s~풍속계 측정불가로(30m/s이상) 세게 불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건물이 흔들리고 지진처럼 진동이 느껴집니다. 만약 여닫이 창문이였으면 창문틈 사이로 바람이 불었을텐데, 모든 창은 열리지 않아 덜컹거리진 않습니다. 그냥 건물 자체가 떨리며 지진처럼 진동이 느껴집니다. 만약 정전이나 다른 문제가 생기면 방송으로 집합방송이 나오기 때문에, 잘때도 귀는 열어놔야 합니다.
호주기지에서 눈바람(블리자드)가 불어 외출자가 방향감각을 상실해 동사한 사례가 있습니다. 문제가 있으면 바로 구조대 보내서 구조해야 합니다. 이 정도 바람에 나가면 주머니를 열지 않아도 눈이 한주머니 들어가고 고글없인 앞이 보이지 않습니다. 당연히 바람부는 방향으로 몸이 밀려 앞으로 못갑니다. 시설 유지보수를 위해 외출할 경우, 망원경이나 무전으로 교신하면서 감시합니다. 그래서 통신실 창문은 사방천지로 뚤려있습니다.
장보고 기지 당직은 주간당직과 야간당직으로 나누고 일주일에 한두번 근무합니다. 저는 본관동 당직이고, 본관동말고 발전동 당직도 있습니다. 본관동 당직은 총무반과 연구반 8명이 나눠서고 있고 발전동 당직은 총무님, 유지반원 8명이 서게됩니다. 발전동 당직이 상대적으로 복잡하고 난이도가 있습니다.
본관동 당직은 본관동 최고층에 위치한 통신실에서 근무합니다. 극지연구소나 근처 기지, 어선에서 오는 무전이나 연락을 받고, 기지내 CCTV로 화재나 사고에 대비하여 영상을 감시합니다. 그러면서 순찰을 돌고, 기기들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컴퓨터 모니터 수치들을 지켜봅니다. 가령 전력 사용량을 감시하고, 바닷물을 식수로 담수화하는 기계들이 제대로 돌고 있는지, 열교환해서 건물내 공기 온도를 유지하는 공조기나 열교환기의 수치도 지켜보죠.
암튼 혼자 통신실에 혼자 근무하는데, 바람소리가 엄청 크게 들리고 진동이 온몸으로 느껴져 가끔 공포를 느낍니다. 이러다 죽는거 아닌가, 여기서 못나가는거 아닌가~하지만 안전한 밤을 보내려면 누군가는 근무를 서야 합니다. 당직서는데 얼음 덩어리가 날려와 건물을 때려 무서워요…..빨리 당직 끝났으면 좋겠는데 아직 8시간 남았어요. 하~~쫄리네요….내일 아침에 발전동 야간 당직근무자 눈쌓여서 문이 안열리면 구출하러 가야겠군요….
수고하는거 없습니다. 다 월급받고 일하는거니깐요....그냥 당직때 무서워서 쓴글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래 링크는 당직때 무서워서 다모앙보고 쓴 저출산 뻘글입니다. 안읽으셔도 됩니다.
쏘세지야채볶음님의 댓글
너무 좋네요. 닐 암스트롱이 달에 착륙할때 사령선에 남은 그분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일리악님의 댓글의 댓글
포도리님의 댓글
현재 계절, 기온도 그렇고...
바람이 많이 불면 쌓이지 않을 텐데요?
즐거운 월동생활하시기 바랍니다.^^
까만콩애인님의 댓글
항상 건강 조심하시고 다음에 또 글 올려주세요
인생은경주님의 댓글
모쪼록 건강 잘 챙기시고 좋은 추억도 가져오실길 바랍니다
지낭님의 댓글
일리악님의 댓글의 댓글
지미니쓰님의 댓글
여기 글도 그렇고 필력에 감탄하게 됩니다.
종종 둘러보겠습니다~
담배가게삼촌님의 댓글
일리악님은 남극기지에서 어떤일을 하시는건가요?
문없는문님의 댓글
남극 당직기 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