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장보고 야간당직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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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일리악 203.♡.180.14
작성일 2024.05.14 22:12
분류 다른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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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오늘도 야간 당직입니다. 그래서 썰을 풉니다. 오늘은 바람과 온도가 빡세서 경험담은 못올리고 당직이 어떤지 올려드리겠습니다.


24년 석가 탄신일 전날 야간 당직을 서고 있습니다. 오늘 주간에는 영하 30도 내외 실외 온도가 찍혔고, 밤엔 남극 대륙의 찬바람이 내려오며 순간 풍속이 20m/s~풍속계 측정불가로(30m/s이상) 세게 불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건물이 흔들리고 지진처럼 진동이 느껴집니다. 만약 여닫이 창문이였으면 창문틈 사이로 바람이 불었을텐데, 모든 창은 열리지 않아 덜컹거리진 않습니다. 그냥 건물 자체가 떨리며 지진처럼 진동이 느껴집니다. 만약 정전이나 다른 문제가 생기면 방송으로 집합방송이 나오기 때문에, 잘때도 귀는 열어놔야 합니다.

호주기지에서 눈바람(블리자드)가 불어 외출자가 방향감각을 상실해 동사한 사례가 있습니다. 문제가 있으면 바로 구조대 보내서 구조해야 합니다. 이 정도 바람에 나가면 주머니를 열지 않아도 눈이 한주머니 들어가고 고글없인 앞이 보이지 않습니다. 당연히 바람부는 방향으로 몸이 밀려 앞으로 못갑니다. 시설 유지보수를 위해 외출할 경우, 망원경이나 무전으로 교신하면서 감시합니다. 그래서 통신실 창문은 사방천지로 뚤려있습니다.

장보고 기지 당직은 주간당직과 야간당직으로 나누고 일주일에 한두번 근무합니다. 저는 본관동 당직이고, 본관동말고 발전동 당직도 있습니다. 본관동 당직은 총무반과 연구반 8명이 나눠서고 있고 발전동 당직은 총무님, 유지반원 8명이 서게됩니다. 발전동 당직이 상대적으로 복잡하고 난이도가 있습니다.

본관동 당직은 본관동 최고층에 위치한 통신실에서 근무합니다. 극지연구소나 근처 기지, 어선에서 오는 무전이나 연락을 받고, 기지내 CCTV로 화재나 사고에 대비하여 영상을 감시합니다. 그러면서 순찰을 돌고, 기기들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컴퓨터 모니터 수치들을 지켜봅니다. 가령 전력 사용량을 감시하고, 바닷물을 식수로 담수화하는 기계들이 제대로 돌고 있는지, 열교환해서 건물내 공기 온도를 유지하는 공조기나 열교환기의 수치도 지켜보죠.

암튼 혼자 통신실에 혼자 근무하는데, 바람소리가 엄청 크게 들리고 진동이 온몸으로 느껴져 가끔 공포를 느낍니다. 이러다 죽는거 아닌가, 여기서 못나가는거 아닌가~하지만 안전한 밤을 보내려면 누군가는 근무를 서야 합니다. 당직서는데 얼음 덩어리가 날려와 건물을 때려 무서워요…..빨리 당직 끝났으면 좋겠는데 아직 8시간 남았어요. 하~~쫄리네요….내일 아침에 발전동 야간 당직근무자 눈쌓여서 문이 안열리면 구출하러 가야겠군요….

수고하는거 없습니다. 다 월급받고 일하는거니깐요....그냥 당직때 무서워서 쓴글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래 링크는 당직때 무서워서 다모앙보고 쓴 저출산 뻘글입니다. 안읽으셔도 됩니다.

댓글 24 / 1 페이지

문없는문님의 댓글

작성자 문없는문 (118.♡.228.226)
작성일 05.14 22:18

남극 당직기 쓰세요~

쏘세지야채볶음님의 댓글

작성자 쏘세지야채볶음 (110.♡.242.145)
작성일 05.14 22:21
먼곳 타향만리에서 고생이 많으십니다.
너무 좋네요. 닐 암스트롱이 달에 착륙할때 사령선에 남은 그분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일리악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일리악 (203.♡.180.14)
작성일 05.14 22:27
@쏘세지야채볶음님에게 답글 고생은 사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모앙 자게가 있어 든든합니다. 사령선에는 인터넷이  안되서 더 무서우지 않았을까요?

Life2Buff님의 댓글

작성자 Life2Buff (59.♡.207.48)
작성일 05.15 01:26
현장의 생생함이 느껴지네요.
무탈하게 귀국하시길 바라겠습니다.

Vagabonds님의 댓글

작성자 Vagabonds (1.♡.15.50)
작성일 05.15 04:48
다모앙 덕분에 남극에 계신 분을 만나게 되네요. 좋은 글 고맙습니다.

포도리님의 댓글

작성자 포도리 (223.♡.214.110)
작성일 05.15 07:08
지금 발전동 앞에 눈이 쌓이나요?
현재 계절, 기온도 그렇고...
바람이 많이 불면 쌓이지 않을 텐데요?
즐거운 월동생활하시기 바랍니다.^^

까만콩애인님의 댓글

작성자 까만콩애인 (1.♡.246.156)
작성일 05.15 12:20
모른는  분야인데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잼있게 읽었습니다
항상 건강 조심하시고 다음에 또 글 올려주세요

인생은경주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인생은경주 (218.♡.64.138)
작성일 05.15 15:16
사촌형님이 전기분야 이사로 있는데 남극 기지공사때문에 두번 다녀오셨다 하는데 굉장히 부러웠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모쪼록 건강 잘 챙기시고 좋은 추억도 가져오실길 바랍니다

지낭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지낭 (136.♡.35.56)
작성일 05.15 16:23
제 지인도 전에 남극에서 근무하는 동안의 글과 사진 모아서 책 냈었습니다. 일리악 님도 나중에 오시면 책 내시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ᵕᴗᵕ⁎ )

일리악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일리악 (203.♡.180.14)
작성일 05.28 09:29
@지낭님에게 답글 ㅎㅎ 의견감사합니다.

니파님의 댓글

작성자 니파 (116.♡.6.107)
작성일 05.15 23:15
남극에서는 열감지기 같은거 쓰면 더 잘 보일까 궁금해집니다...

일리악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일리악 (203.♡.180.14)
작성일 05.28 09:28
@니파님에게 답글 열감지기를 쓰면 보일지 모르겠지만 그게 많이 튀어나와 있으면 바람에 제자리에 온전히 있기 쉽지 않을겁니다.

지미니쓰님의 댓글

작성자 지미니쓰 (58.♡.174.6)
작성일 05.16 07:14
블로그에 재미진 글이 많네요.
여기 글도 그렇고 필력에 감탄하게 됩니다.
종종 둘러보겠습니다~

baboda님의 댓글

작성자 baboda (110.♡.205.61)
작성일 05.16 07:28
화이팅!!!
건투를 빕니다.^^

담배가게삼촌님의 댓글

작성자 담배가게삼촌 (222.♡.165.252)
작성일 05.16 10:53
재밌네요 ㅎㅎ 저는 죽을 때까지 겪어 보지 못할 경험을 간접경험하게 되는 이런 글 좋습니다요!
일리악님은 남극기지에서 어떤일을 하시는건가요?

일리악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일리악 (203.♡.180.14)
작성일 05.28 09:23
@담배가게삼촌님에게 답글 인간을 관찰하다가 가끔 프로그램 오류가 나면 디버깅합니다.(의료대원입니다)

담배가게삼촌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담배가게삼촌 (222.♡.165.252)
작성일 05.28 09:43
@일리악님에게 답글

늙은젊은이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늙은젊은이 (111.♡.122.81)
작성일 05.16 19:49
남극에서 에일리언 못보셨어요???? ㅎㅎㅎ

일리악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일리악 (203.♡.180.14)
작성일 05.28 09:24
@늙은젊은이님에게 답글 닝겐이 에일리언아닐까요?

흑미님의 댓글

작성자 흑미 (59.♡.95.65)
작성일 05.22 22:48
장보고 구형 세종 신형 인가요?
남극에 피라미드 루머 정말 인가요 ㅎ

일리악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일리악 (203.♡.180.14)
작성일 05.28 09:26
@흑미님에게 답글 장보고 건립 10년되었구요 세종은 30년이 넘어서 신관을 증설했다고 들었습니다. 장보고는 당시 모든 기술을 집약해서 지어서 아직 짱짱합니다만 가끔 삐걱하기도 합니다. 현재 남극엔 피라미드가 관찰되지 않습니다만, 아마도 "내년" 이맘때쯤에는 닝겐이 세운 이글루가 위성에서 보일지도 모르겠네요~~

domine님의 댓글

작성자 domine (210.♡.55.229)
작성일 05.23 23:32
제 꿈의 직업이 남극에서 근무해 보는 것인데 힘든 조건에서 극지에서 근무하시느라 고생 많습니다.  신기하고 재미난 당직기 남극 생활 종종 올려주시면 좋겠는데^^ 무리한 바람일 수 있겠죠.  건강히 근무하시고 잘 지내시다 귀국 하시기를 응원합니다.

Yashang님의 댓글

작성자 Yashang (203.♡.218.32)
작성일 05.24 14:31
남극에서 시장보고 와서 당직 서셨다는 줄 알고...

일리악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일리악 (203.♡.180.14)
작성일 05.28 09:27
@Yashang님에게 답글 남극에서도 장을 봅니다. 다음번에 남극에서 장보는 이야기를 해드려야겠군요~~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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