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좀 무리해서 술을 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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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1 rymerace (115.♡.71.196)

2025년 6월 19일 PM 11:41 · 수정됨(06. 20.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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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시그나토리 신규 입고가 있어서 좀 무리해서 구매해다가 비교시음으로 즐거운 저녁을 보냈습니다.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설명드리자면 시그나토리는 1988년에 설립된 독립병입자 브랜드입니다. 

독립병입자는 여러 증류소로부터 선택한 원액을 구매해와서 나름의 노하우로 원액을 숙성하고 시장에 선보이는 일종의 중간 상인? 사모펀드?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많은 경우 증류소 브랜드를 달고 나오는 정규라인에서는 볼 수 없는 CS도 많고 캐스크 한통 분량인 350-650병 분량의 제품이 소진되면 같은 제품을 다시는 살 수 없기 때문에 나름 희소성도 있습니다. 


시그나토리는 비교적 품질의 하한선이 높고 대체로 신뢰할만한 캐스크 품질을 선보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매우 좋아하는 브랜드입니다. 물론 원액의 품질, 구매 이후의 숙성 캐스크 종류 등에 따라 품질은 편차가 크며 비싼 가격에 구입했어도 실패하는 경우가 제법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일종의 가챠 뽑기와 비슷합니다. 그 와중에 정말 맘에 드는 걸 발견하면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지요. 이번에는 총 7병을 구매했고 이중에 보석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구입한 술 중에 몇 병을 소개합니다. 

스페이사이드 15년이라고 표기되어 있습니다만 사실은 맥캘란15년입니다. 맥캘란 역시도 의외지만 독립병입자에 원액을 판매합니다. 맥캘란 같이 큰 증류소도 십수년씩 묵혀야하는 위스키 특성 상 자금순환의 압박이 없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일부 똥캐스크 또는 과잉생산된 원액을 독립병입자에 매각합니다. 그러나 자사 브랜드의 소모와 오염을 막기 위해 브랜드 표기를 금지합니다. 그 결과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를 수 없는 이런 이름의 술이 탄생하죠. 괄호안에 M만이 나 맥캘란입네 하고 억울함을 알려줍니다. 


맥캘란의 명성은 사실 과거 CS 에서 나왔습니다. 달콤하고 농밀하기 그지 없는 그 맛이 맥캘란의 명성을 만들었지만 2014년 이후로는 CS출하를 중지하고 물 낭낭히 탄 정규라인과 마케팅에 힘입은 한정판으로 돈을 달달히 벌고 있습니다. 귀족들의 고품질 수제 여행가방으로 명성을 얻은 루이비통이 유명해진 뒤 싸구려 PVC 가방에 엄청난 가격을 붙여서 큰 돈 벌고 있는 것과 비슷하달까요? 그래서 사실 요즘 맥캘란은 명성에 비해 가격대비 품질이 좋다고 느끼질 못하고 있고 저숙성의 몰트향이 강해 사지 않고 있는 브랜드이기도 합니다. 이 제품은 맥캘란 정규 라인에서는 클래식 컷이 아니면 맛 볼 수 없는 48도의 비교적 고도수의 술입니다. 맛은 괜찮으나 황냄새가 조금 거슬리네요. 맥캘란은 황냄새를 좋아하지 않는 브랜드입니다. 맥캘란이라는 걸 고려하면 그 점에는 아쉬움이 있어 추가구매는 없겠지만 돈 아깝다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로열브라클라 10년입니다. 왕실 납품 증류소로 명성을 얻었지만 딱히 탁월하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는 증류소이기도 합니다. 면세점에서 한때 매우 저렴한 가격에 21년 숙성 제품을 구할 수 있었지만 거창한 포장과 긴 숙성년수에 비해서는 맛에 좀 실망했더랬지요. 쉐리 위스키로서 모난데 없이 균형잡힌 맛이지만 그럼만큼 개성적이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이 술 역시도 그런 편견을 깨주지 못했어요. 물론 맛은 괜찮았습니다. 


크라이겔라키 16년입니다. 이 증류소는 특유의 유황냄새가 호불호의 포인트가 되는 증류소이기도 하죠. 이 술 역시 강렬한 유황냄새가 먼저 코에 들어옵니다. 개인적으로는 유황냄새를 좋아하진 않아 노즈에서는 좀 실망했지만 맛이 훌륭합니다. 레몬제스트 같은 새콤함에서 다소 거친 스파이스의 강렬함과 열대과일같은 달콤함이 폭풍처럼 몰아칩니다. 피니시도 길고 묵직한 맛이 있어 다소 남성적이고 거친 맛을 선호하는 분들께는 상당히 어필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유황냄새는 역시 취향은 아니어서 재구매는 안할 것 같습니다. 


48-57도 씩이나 되는 술을 몇잔씩 연거푸 들이켰더니 오랫만에 좀 얼큰히 취하는 것 같습니다. 계엄이후 얼마만에 안락한 음주인지 모르겠어요. 위스키당 여러분 모두 편안한 저녁 보내시기 바랍니다. ^^

댓글 (8)

  • Rebirth

    Rebirth Lv.1

    25.06.20 · 116.♡.148.34

    야밤에 갈증나게 왜 이러십니까....
    꾸욱 참고 있는데... ㅠㅠ
    쩝.. 부럽습니다.
  • R

    rymerace Lv.1 → Rebirth 작성자

    25.06.20 · 115.♡.71.196

    비도 추적추적 오는데 오늘 일 마치시고 한잔 기울이시지요. ^^
  • puplcld

    puplcld Lv.1

    25.06.20 · 211.♡.82.130

    SV시크릿 스페이사이드 라인 도수대비 가성비가 좋더라구요. ㅎㅎ
  • R

    rymerace Lv.1 → puplcld 작성자

    25.06.20 · 115.♡.71.196

    SV는 언제나 가성비가 좋습니다.
    한참 위스키 떡상할때는 좀 비싸지나 싶었는데
    위스키 붐이 식으면서 가격은 정상화된 것 같습니다.
    위스키 애호가들 입장에서는 다행이죠.

    솔직하게 도수가 깡팹니다.
    어지간한 똥캐도 도수가 받쳐주면 맛이 근사합니다.
  • 우주대괴수b

    우주대괴수b Lv.1

    25.06.20 · 211.♡.99.90

    저는 이번에 스페이사이드GL(글렌리벳) 16 두 병 쟁였네요.ㅎ
    원래 한 병만 사는거였는데.. 초반에 샀다가 조양에도 풀리길래 물타기를..ㅠ
  • R

    rymerace Lv.1 → 우주대괴수b 작성자

    25.06.20 · 106.♡.153.196

    맛이 어떠시던가요? 궁금하네요.
    글렌리벳이 정규라인은 도수가 너무 낮은데
    독립병입으로 CS 구할 수만 있으면 정말 맛이 좋았던 기억이라 사보고 싶네요.
  • 우주대괴수b

    우주대괴수b Lv.1 → rymerace

    25.06.20 · 211.♡.99.90

    퍼필 올로로소라 그런지 색도, 맛도 꽤 진득합니다.
    제가 맛 표현에 능하진 못하지만, 뒤로 갈수록 초콜릿 느낌이 확실히 진해요.

    위베 평가를 보면 너무 대놓고 셰리밤이라 불호라는 평도 많긴 하던데,
    그런 면에선 한국이나 대만 같은 동네선 잘 통할 맛일 것 같다는 느낌이었네요.
    직구로 구할땐 24만원 내외였는데도 꽤나 호평이었으니 19만원대에 풀린 지금은 충분히 사볼만한 바틀인 것 같습니다.ㅎ
  • R

    rymerace Lv.1 → 우주대괴수b 작성자

    25.06.20 · 211.♡.181.81

    비슷한가 보네요. 제가 가진 64도짜리 글렌리벳도 말씀하신 것과 비슷한 쉐리밤입니다. 설탕 농축해놓은 것 같은 맛이에요. 제 취향에는 잘 맞을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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