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의 바둑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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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의 바둑은 끝났다.
그는 스스로 돌을 내려놓았다.
이제는 의미가 없어졌으니,
이제는 '바둑'이라는 '예술'을 할 수 없게 되었으니,
그의 선택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리라.
이세돌처럼
한 분야의 경지에 오른 이들에게,
그들이 하고 있는 것은 '예술'이라고 부르는 게 적당하다.
생활의 달인에서 출연했던 '달인'들을 보라.
수 십 년을 한 가지에 매진해서,
다른 이들은 도저히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경지에 다다른 이들.
혹자는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그건 그냥 돈벌이니까 그렇게 하는 거잖아'
그렇게 폄훼한다고 해서 그 가치가 훼손되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딴지를 걸고 싶은 분들은
그 분처럼 돈을 받고 한 번 그 경지에 이르러보라.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그 분야에서 다른 분들은 그 분 만큼 돈을 받지 못해서 그 경지에 이르르지 못한 것인가?
저런 '예술가'들 중에는
'하다 보니 부족하지만 그저 이 정도 하고 있을 뿐입니다' 라고 겸손하게 답하는 이들이 있다.
'누구든지 이렇게 노력을 하고 꾸준하게 하다 보면 그저 이렇게 될 것입니다' 라고 답을 한다.
'일 더하기 일은 이 입니다.'처럼 쉽기 만한 말이지만, 절대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그 만큼 온 정성을 쏟아서 꾸준하게 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그랬으면 예술가, 달인이 주위의 넘쳐 나겠지.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세돌의 바둑,
이세돌의 예술은 끝났다.
그를 뛰어 넘는 바둑의 고수가 나타나서가 아니라,
'함께' 바둑을 두는, '함께' 예술을 하는 이가 아니라,
'기능에 능한, 기술에 능한 대화를 나눌 수 없는 AI'의 등장으로 인한 마침표였다.
'합을 맞춰가며 펼쳐가는 예술'이 아니라, '압도적인 실력자'가 나타나서 그냥 무대를 부셔버린 거다.
그래서, 걱정스럽다.
우리들은 이세돌 만큼 바둑의 경지에 오를 수 없다.
우리들은 생활의 달인 만큼 그 분야의 경지에 오르기 어렵다.
그냥 평범한, 어쩌면 조금 더 노력하고 있는 그저 일 인의 사람에 불과하지 않은가.
그런데, AI는 이세돌 혹은 생활의 달인의 세계에 발을 올려놓고 하나씩 밀어내고 있다.
이세돌과 생활의 달인들이 그 자리에서 밀려나 떨어지고 있다.
수 십 년을 온 정성을 다 쏟아서 만들어놓은 '예술'들이 망가지고 있다.
그들도 그러한데,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그래서, 참 걱정스럽다.
어쩌면 이 AI가 판도라의 상자가 아닐까.
끝.
적운창님의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