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페이지] 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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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학자 레이몬드 커즈와일이 예언했던 미래의 청사진들을 처음 접한 사람들은 코웃음을 쳤다.
황당한 소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말도 안되는 소리들이었다.
하지만, 쉽게 넘겨버릴 수 없었던 건 그가 밝히고 있는 '시기'가 바로 코 앞이였기 때문이다.
아주 멀고 먼 미래의 어느 날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2010년에서 2045년까지.
2010년부터 그의 예언들 중 일부는 이미 현실로 되고 있었다.
홍체에 직접 이미지를 투사하는 안경이 나온다고 예언했지만, 미래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다.
뇌를 분석하고 읽어내는 기술이 속속 등장하고, AI로 그 영상을 분석하며
결국엔 기억 속의 영상, 꿈 속의 영상들을 선명하게 재현해내는 수준에 이르렀다.
눈을 감고 있어도 무엇을 머리 속에 그리고 있는지 그 모습이 모니터 상에 표시되었다.
2020년에는 나노봇이 등장하며 대다수 질병이 정복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나노봇이 결국엔 그 역할을 수행하게 되긴 했지만, AI의 발전이 그 보다는 조금 더 빨랐다.
신약의 분석, 제조, 임상 실험의 대다수 영역들을 AI가 수행하게 되면서
이전 세대들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속도로 수를 셀 수 없이 많은 신약들이 탄생되었다.
이후에는 아직 발생되지도 않은 질병들까지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들이 등장했다.
2022년부터 등장한 차세대 AI는 한계라고 여기고 있던 튜링테스트를 손쉽게 통과해버렸다.
그 후 일상의 모든 부분에 AI가 도입되었다.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되어 간다고 믿었다, 그 때는.
2030년대에 들어서며 모든 것들이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으르렀다. 브레이크를 걸 수 없었다.
더 이상 현실과 가상현실을 구분할 수 없었다. 특권층은 영원한 삶을 꿈꾸며 두뇌의 공간을 벗어났다.
극도로 안정된 시스템 하에서 운영되는 열린 두뇌 시스템은 모든 것들을 다음 세대로 옮겨 놓았다.
레이몬드 커즈와일은 2045년이 특이점의 정점이 될 것이라 예언했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10년은 더 빨랐다.
특이점으로 기록된 2034년, 하지만 이 조차도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서 속도를 늦춰 발표한 것이고,
2020년대 후반의 어느 시점에 이미 특이점에 도달되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
레이몬드 커즈와일은 본인이 맡은 프로젝트를 잘 수행하고 다시 돌아왔다고 기록되어 있다.
‘세계인의 혼란을 최소화하라, 미래로 진입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저항선을 최대한 낮추어라.’
그는 이 목표를 충실하게 잘 수행핬다. 그를 선택한 것을 현명한 판단이었다.
2034년의 어느 날, 레이몬드 커즈와일은 마지막으로 '이 한 마디'을 전하고 사라졌다.
마치 연기처럼, 그 날 이후로 그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Don't Panic!"
끝.
적운창님의 댓글
여기가 어디지?
사방을 두리번 거리며 현재 그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 알아보려고 했다.
한국?
게다가 주머니에서 꺼낸 종이는 전역증이었다. 왠지 모르겠지만, 그는 한글을 읽을 수 있었다.
전역증? 1991년 10월 27일 제대했다는 건가?
근데, 내가 왜 이 단어의 뜻을 알고 있지?
설마 내, 내가 한국인으로 빙의한 건가?
지금 이거 꿈인 거지?
허벅지를 세게 꼬집었다.
우씨! 더럽게 아팠다.
꿈이 아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