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페이지] 아웃사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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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같은 반의 친구가 한 명 있었는데, 말 그대로 아웃사이더였다.
그렇다고 같이 어울리는 것을 억지로 멀리한다거나 그런 건 아니고,
어떤 사안에 대해 거의 모두 같은 의견으로 모이고 있을 때,
그는 다른 의견을 내는 경우가 많았다.
그의 의견이 충분히 합당한 논리에 근거한 것이었기에,
그런 상황이 생길 때마다
우리들은 별로 생각도 하지 않고 하나의 의견으로 그냥 맞추고 있구나 하고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아무래도 타인의 눈에 튀는 그런 결정을 하는 걸 주저 주저하게 되는데,
그 친구는 그런 게 없었다.
자신의 생각이 옳은 것 같고,
충분히 합리적이다 라고 생각하면 바로 말을 했다.
자신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바로 내보일 수 있다는 거, 참 대단한 거였다.
우리는 뭔가 도드라진 행동을 하면 안될 것 같은 그런 분위기에서 살아오지 않았던가.
조금 더 나이를 먹고
이제는 어엿한 성인이 된 후에 그의 집에 한 번 방문했던 적이 있다.
학창 시절에는 그의 집에 가본 적이 없다.
그가 방문하지도 않고, 내가 굳이 가자고 했던 적도 없다.
그의 부모님은 나를 무척 반갑게 맞이해주셨다.
느낌으로 알 수 있다.
그는 다른 친구들을 잘 데려오지 않는 구나.
굳이 자신의 공간으로 부르지 않는 구나.
부모님의 반가움의 일면에는
'친구'라 부를 수 있는 이를 이제는 데려올 수 있게 된
자신의 자식의 성장을 느끼고 계시구나.
그는 해가 바뀌면 가끔 자신의 핸드폰의 모든 연락처를 지워버린다.
말 그대로 모두 지워버린다.
그리고 그에게 연락이 오는 이들 만을 다시 저장한다.
처음 그걸 알게 되었을 때는 말문이 막혔다.
자신을 찾는 사람,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 외에는 그냥.. 말 그대로 불필요한 사람이다.
굳이 자신의 역량을 쏟아가며 관리하지 않아도 괜찮다.
이런 의미가 아닌가.
문득, 그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지 궁금하다.
아마 내 전화번호가 없을 테니 '누구세요?'라고 묻는 것으로 통화가 시작될테지.
잘 살아가고 있지?
끝.
적운창님의 댓글
그리고 핸드폰을 바꾸면, 1년 후에 가족만 연락처에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수없이 많은 시간을 보냈던 인간 관계라는 게 참 덧없더군요.
그럼에도 끊임없이 날 찾는 전화와 문자가 있습니다.
대출, 인터넷, 주식리딩방!
차단하고 신고해도 매일 똑같은 시간에 3건 씩 옵니다.
이젠 안 오면 궁금할 지경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