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글쓰기] (8/29) 오늘의 한 단어 - 식품

알림
|
X

페이지 정보

작성자 no_profile 벗님 106.♡.231.242
작성일 2024.08.29 10:48
분류 연습하기
62 조회
2 추천
쓰기

본문


= 참여 방법 =

어떤 한 단어를 출제하고, 3줄로 된 글 쓰기를 해봅시다.

( 3줄이 넘어도 괜찮습니다. )

( 개그, 푸념, 에세이, 소설, 댓글, 일기, 언어유희.. 모두 괜찮습니다. )


저도 글 쓰기를 해볼께요.

( 본인 만의 이야기를 마음껏 풀어보세요. 릴레이소설 아니어도 됩니다. )


*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이게 식품이 맞습니까?"

"어허, 참.. 도대체 몇 번이나 물으실 건가요. 이게 식품이 아니고 그럼 뭔가요?"

답변이 한결같았기에,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물었다.


"선생님, 다시 한번 잘 살펴보세요. 이게 정말 먹는 게 맞습니까? 이거 드시던 거예요?"

"그럼 이게 뭐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이 먹음직스럽게 생긴걸.. 그럼 뭐라고 해야 하나요?"


그는 턱을 어루만지며 대답할까 말까를 망설였다.

"음.. 그러니까.. 이게.."


시신경의 손상은 아니다. 사물의 판단, 혹은 기억의 이상 증상이 생긴 것이 분명하다.

어떻게 이것은 식품이라고..


"선생님, 정말 이걸 드실 수 있겠어요?"

"하.. 정말 왜 그러십니까? 여기 계신 분들이 지금 저를 놀리시는 거죠?"


안타까운 탄성이 터져 나왔다. 어떤 이는 울먹거렸고, 어떤 이는 고개를 들고 천장을 보며 한숨이 토했다.

곤궁한 노릇이었다. 답을 해주어야 하나 망설임이 지속됐다.

*


* 앙님도 단어 하나를 출제해주세요. 저도 참여해보겠습니다.


// 글쓰기 모임

https://damoang.net/writing


댓글 2

하늘걷기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하늘걷기 (119.♡.184.181)
작성일 08.29 11:47
식품이라는 건 사람이 통상적으로 무리 없이 먹을 수 있는 모든 음식물을 말하는 것이다.
드물게 특이한 것을 먹는 사람이 나오기는 하지만 그 특이한 물건들을 음식이나 식품이라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문득 궁금해졌다.

저 좀비들이 맛있게 먹고 있는 옆집의 장 씨 아저씨는 음식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사람이 먹는 것만 식품이라고 규정한다고 해도 좀비가 사람이었다가 좀비로 변하는 것이니까 넓게 보면 좀비도 사람의 범주에 들어가는 게 아닐까?

만약 외계인이 지금 우리를 본다면 사람과 좀비를 아주 다르게 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을 구하기 위해 장 씨 아저씨하고 나왔다가 갑자기 튀어나온 좀비에 놀라서 도망치던 중에 장 씨 아저씨는 잡혔고 나는 겨우 빠져나와서 차 뒷좌석에 숨었다.

“키에엑!”
“케엑!”

아까부터 좀비 두 마리가 차 유리창을 두드리고 혀로 핥고 있다.

팔뚝은 화끈거리는 느낌이 들면서 검은 피가 뚝뚝 흐르고 있는데 원래는 검붉은 피였던 게 어느새 검은색 점액질 비슷하게 변했다.
그래서 저들과 같이 인간을 식품으로 받아들일 것이냐, 인간으로 죽을 것이냐를 고민 중이다.

이럴 때 총이라도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아포칼립스 상황에서도 대한민국에서 총 구하기란 쉽지 않다.

아끼던 과도를 심장 위치에 대고 차 앞좌석 의자에 콱 부딪혔다.

“크윽!”

칼이 다행히 갈비뼈 사이를 잘 통과해서 안으로 쑥 들어왔다.

“…!”

심장에 칼이 박히면 무언가 서늘한 느낌이 들 거로 생각했는데 그냥 뜨거운 느낌만 들었다.

죽기 전에 먹으려고 숨겨둔 짜장라면이 생각났다.

마지막에 생각나는 게 짜장라면이라니 나도 참….

그냥 먹을 걸….

벗님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벗님 (106.♡.231.242)
작성일 08.29 11:56
@하늘걷기님에게 답글 의식이 흐릿해지는 것인지 선명해지는 것인지 구분이 잘 되지 않는다.
하나 확실한 것은 민감해진다. 엷은 냄새가 점점 짙어지고, 시야에 들어오는 빛줄기가 강렬해진다.
붉은 빛깔이 더욱 붉게 보이고, 선홍빛 살결이 나를 부른다. 선홍빛, 그 탐스러운, 먹음직스러운.. 침이 흐른다.
내 팔에 시선이 꽂혔다. 비슷했지만 달랐다. 이건 색을 잃었다. 이것은 흑색이 아닌가. 음영만 있지 않은가.
헌데, 저 창 밖에 저들은.. 흑색으로 중얼거리는 이들 말고, 밖에 보이는 저 선홍빛이 강렬한 저.. 저..
배가 고프다. 끼니를 지났다. 배가 고프다. 몇 끼니를 지났지? 배가 고프다. 지독하게, 지독하게 배가 고프다.
당장 뛰쳐나가서 저 선홍빛을 잡아야 한다. 저 선홍빛, 저 탐스러운, 저 육질을 뜯어야 한다.
이거 어떻게 여는 거야? 왜 안 열리는 거야. 미치도록 배가 고프다.. 저 선홍빛을, 저 선홍빛을..

잘 쓰셨습니다. ^^
쓰기
홈으로 전체메뉴 마이메뉴 새글/새댓글
전체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