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페이지]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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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노스님이 고민을 하고 계셨다.
노스님을 모시는 스님들이 여쭈어 보았다.
'무슨 일로 그리 고민을 하시는지요?'
노스님은 답했다.
"내일 당장 누군가가 자신의 목숨을 바친다면
'깨달음'을 얻게 해주겠다는 황당한 소리를 듣지 않았나."
"네..?"
"그런데, 만약 누구도 자신의 목숨을 바치겠다는 이가 없으면
대신 내 목숨을 가져가겠다는 구나."
"무슨 그런 황당한 소리가.. 다 있나요?"
"이게 농이 아니니 이리 고민이네. 누가 내 대신 자신의 목숨을 바치겠는가."
"그.. 그런.."
스님들 중 누구 하나 나서지 못했다. 누가 자신의 목숨을 그렇게 내어준단 말인가.
그 때, 이 얘기를 듣고 있던 작은 동자승 하나가 노스님에게 말했다.
"제가 저의 목숨을 내어드리겠습니다."
노스님도, 스님들도 놀라 그 동자승에게 물었다.
"네가? 네가 너의 목숨을 내어놓겠다고?"
"네."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아느냐?"
"네, 알고 있습니다."
노스님이 물었다.
"그런데.. 왜 너는 단 하나의 목숨을 내어놓으려 하느냐?"
동자승이 대답했다.
"스님들도, 노스님도 이렇게 쉼없이 수련을 하셨고
앞으로도 깨달음을 얻으려 하실 것이나,
이렇게 아직까지도 깨달음을 얻지 못하셨으니,
제 목숨을 대신 내어드리고 깨달음을 얻게 된다면 이로서 충분하다고 생각되옵니다."
노스님도,
스님들도
이 동자승의 대답에 아무런 답을 붙일 수 없었다.
*
이 일화는 언제 들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 아주 오래 전에 불가의 이야기입니다.
기억이 또렷하지 않아 일부 내용이 조금 다를 수는 있으나, 말하고자 하는 바는 위와 같습니다.
간혹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오래 사는 것이 좋은 것인가.
많이 갖는 것이 좋은 것인가.
행복에 겨운 것이 좋은 것인가.
슬픔에 겨운 것이 좋은 것인가.
무엇에 매혹되는 것이 좋은 것인가.
아무것에도 매혹되지 않는 것이 좋은 것인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아직도.. 여전히.. 잘 모르겠습니다.
백년을 살더라도
위 없는 진리를 만나지 못한다면
진리를 만난 사람의 단 하루의 삶만도 못하리라. (115)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