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오늘의 한 단어 -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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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돌아간다.
지난 20년, 세상과 가족들이 얼마나 변해 있을지 궁금했다.
아마 추석날이었을 거다.
식용유가 부족하다고 동네 마트에 심부름을 갔다가 사서 하드도 하나 입에 물고 집에 돌아가는데 싱크 홀에 빠졌다.
지하로 떨어지면서 기절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빛 한줄기 들어 오지 않은 동굴 안 이었다.
황당함을 느끼며 밖으로 나왔는데 밖에는 달이 두 개인 세상이었다.
지옥 같은 20년을 보냈다.
왜 통하는지 모르겠지만 전혀 모른 언어인데도 말하고 읽고 쓸 수 있었다.
검은 머리의 나를 북방의 이민족으로 보았고 이민족은 할 일이 용병밖에 없었다.
마법과 몬스터가 있는 세상에서 용병은 열에 아홉이 죽는 직업이었지만 운도 좋았고 돌아가겠다는 내 의지도 굳건했다.
몬스터를 토벌하고 얻은 보물과 아이템이 나를 더 강하게 만들어 주었고 어느 순간 나를 대륙 십 강이라는 위치에 올려 놓았다.
용병 왕이 된 나는 돌아갈 방법을 찾기 시작했고 드디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차원의 틈을 찾아냈다.
이십 년 전 입고 왔던 옷은 근육질이 된 나에게 맞지 않았고 보관도 못했다.
최대한 이질감이 덜 생길 옷을 입고 이십 년 동안 애지중지 보관했던 식용유를 들었다.
이게 없으면 돌아가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지금까지 보관할 수 있었다.
나는 식용유를 들고 말리며 아쉬워하는 동료와 부하들에게 인사하고 차원의 틈으로 걸어들어갔다.
차원의 틈이 무슨 짓을 한 건지 모르겠다.
예전의 그 복장에 내 몸도 예전 그 모습이었다.
입에 물고 있던 하드까지 그대로였다.
내 기억이 맞다면 세상 또한 그대로였다.
이십 년을 되돌아온 것일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나는 온 힘을 다해서 뛰어갔다.
집에는 가족들이 전을 부치고 있었고 추석에도 가시지 않은 더위에 땀을 뻘뻘 흘리며 달려온 나를 보고 놀랐다.
“넌 이 더운데 뛰어갔다 온 거니?”
“오빠! 나 아이스크림?”
“식용유 주고 가서 씻어라.”
나는 문 앞에서 눈물을 펑펑 쏟았고 가족들이 놀라서 달려왔다.
20년 5개월 14일 만에 집에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