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오늘의 한 단어 -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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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중. 자네는 이제 떠나도 좋네."
야장의(夜長衣)를 입은
서른 남짓의 중년남성이 말했다.
"마마. 그럴순 없사옵니다"
"내가 그렇게까지 했는데... 저들이 가만히 있겠나
다 예상했네. 이제 다 이루었네"
"저는 그저 마마를 계속해서 보전하고저..."
"불허하네. 빠르면 빠를수록 좋네
아무것도 챙기지 말고 식솔들만 챙겨
청량산 지재암에 머물도록 하게. 나는 죽겠지만
그대는 살아야지"
"아직 그 꿈을 믿는것이온지...?"
남자 앞에 좌정하고 앉은 남자는
사뭇 남자에게 예의를 지켰지만 꿇어않진 않았다.
"그렇네..." 남자는 옆의 협탁을 왼손으로 탁 짚으며
대조전을 밝히는 작은 등잔불을 바라보았다.
협탁은 선왕시절 명나라 사신으로 파견된
신숙주가 가져온 것이었다.
- 2년전
"침구를 가지런히 하여라.
이곳은 구별된곳이고 너의 자리가 불에 탈 것이다"
"이곳은 너의 자손에게도 동일하게 일어날것이니
그날에 나의 경고를 잊지 말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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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날 실제로 조카 억명(億命)의 침소전각이 모두 불에 타
전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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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인가? 생시인가?
음성이 너무나 생생했다.
음성은 계속해서 남자의 단전에서 울려왔다.
"요물들이 머물고 있으니 속히 처단하라"
"여봐라, 게 아무도 없느냐"
"네. 마마"
당직 상궁이 대답하였다.
"호위무사를 불러달라. 아.. 그보다 처선을 먼저 오라하라"
이러는 와중에도 음성은 계속 들려왔다.
"엄씨와 정씨를 비롯한 김*손이 요괴에 조종받고있다.
이들을 처단하지 않을시 왜군이 10년안에 들어올것이다"
훗날 연산이라 불렸던 이 남자는
이 생생한 경험을 통해
꿈의 내용대로 비록 친모는 아니지만
어머니로 모시고 있는 엄씨와 정씨 그리고 그 식솔들
즉, 배다른 동생들을 다 처단하였다.
역사는 폭정이라 기록했지만,
연산은 폭정이라 기록된것 이전에
상평창·진제창을 두어 보릿고개를 해결하여
당대에 이룰수 없는 조선의 인구 증가와
풍년을 이루었다.
그는 계속해서 그들을 지지하는 세력도 다 처단했다.
꿈의 내용대로 충실히 이행하였다
그는... 왕의 침전보다는 내나라, 내 백성이먼저였던것이다.
요물들을 처단하긴 했다. 그리하여 40년의 시간을 벌었다.
40년후면 그가 태어난다 했다.
그러나...
그러나 요물들은 끝내 수많은 사림들에게
흘러가 나라를 어지럽히고 국력을 약하게 했다.
'그의 이름이 무어라 했던가... 그래. 이순신이라 했다... 꿈에서...
그 목소리가 이순신이라고 말했어.
그래... 40년후에 그가 태어날때까지만 시간을 벌면된다'
앞에 앉은 남자에게 말했다.
"나는 꿈을 믿으며... 예상하고 있네.
난 믿음때문에 너무나 많은 사람을 죽였어..."
"....."
"저는 어떻습니까. 뭐라고 합니까..."
"그대는 둘도 없는 충의로움에 정몽주와 같이 평가될것이네
허나...."
"허나.... 무엇이옵니까?"
"그 충의 때문에 목이 잘릴것이네..."
연산군은 꿈에서 본 그대로 예언하였다.
2년후 중종반정을 일으킨 박원종이 찾아와 그에게
누이가 중요하냐, 딸이 중요하냐 묻게되고
끝까지 왕을 보좌하여 왕을 보호하려 했던 그였다.
박원종은 먼저 신수근의 목을 베고
연산을 폐위시키게 된다.
ㅡ 연산이 꾼 꿈대로
나라의 요물이 왜를 불러오는것을 막아
이순신은 태어나게 된다.
하지만, 나라는 계속 어려워
신수근의 6대손이 세자빈으로 오르나 세손과 함께
적국의 수도에 볼모로 잡혀가게 되고
6대손 강씨는 그곳에서 6대 외할아버지가 꾼 꿈속
음성의 주인공을 만나게 된다.
연산은 강화도로 떠나기전에 그에게 편지를 남겼다.
"미안하네... 외할머니를 가끔 돌보아 주게...
숙부 윤부는 회릉 근처에 가지 말고
반드시 목숨을 부지하여야 한다고 전해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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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군 치세 막판 2~3년전 픽션이지만, 내용은 역사적 사실을 근거하였습니다.
벗님님의 댓글
"그래, 자네는 날 이길 수 없네."
"어떻게 몇 수 앞을 그렇게 정확히 읽는다는 말인가."
"다.. 기량 차이 아니겠나. 수 십 번도 넘게 반복하며 쌓아올린 스토리니까."
"흠, 분명히 어딘가 구멍이 있을텐데, 네 반드시 그걸 찾고 말겠네."
"좋네, 좋아. 내 자네의 도전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지."
"기대하시게, 이번에는 아주 확실하게 자네의 그 히어로의 탄생을 막아볼테니."
"해보시게, 그런데 말이야, 이건 운명.. 이라고 해야 되겠지. 내 히어로는 아마 자네에겐 악몽일테지만."
둘은 쓰러진 기물들을 하나 하나 다시 세우기 시작했다.
역사는 그렇게 다시 반복되고 있었고, 히어로 이순신은 다시 출정을 준비하고 있었다.
잘 쓰셨습니다. ^^
어디가니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