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글쓰기] 오늘의 한 단어 -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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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완전 영화 아니냐?”
친구의 질문에 퍼뜩 정신이 들었다.
“뭐가?”
“이거! 아까부터 이거 좀 보라고 했는데 무슨 생각이야?”
“뭐 잊어먹은 게 있어서, 그래. 뭔데?”
“어제 사거리에 불 났었잖아. 그거 찍은 건데 여기 잘 봐봐.”
친구의 폰을 보았다.
폰에서는 빅튜브 영상이 재생됐다.
어제 새벽에 사거리 7층의 학원빌딩에서 불이 났었다.
불에 활활 타는 건물에 소방차와 소방관들이 물을 뿌리며 소리치는 게 보였다.
“여기! 여기야!”
친구의 손가락이 가리킨 빌딩 옥상.
사람의 형상이 보였다.
“잘 봐봐!”
사람이 옥상에서 좌우를 둘러보는 것 같더니 난간을 박차고 뛰었다.
촬영하던 사람이 깜짝 놀라서 뛰었던 사람을 쫓는 데 아래쪽에 없다.
화면이 흔들리면서 사람을 찾다가 갑자기 위쪽을 찍는데 시커먼 연기 사이로 공중을 활강하듯 날아가는 사람이 보였다.
활강하던 사람은 사거리 저 건너편 병원 건물 옥상에 내려갔다.
“죽이지?”
“음….”
“안 신기해?”
“뭐, 합성 아닌가?”
친구는 나를 황당하게 봤다.
“합성? 이게 합성으로 보이냐? 인터넷 검색 해 봐. 사거리만 쳐도 연관 검색어로 사거리 슈퍼맨이 뜬다. 처음엔 합성이라고 하던 사람들도 너무 자연스러워서 사실이라는 의견이 대세다. 몇 시간 동안 그 이야기 중인데 왜 아직도 못 봤냐?”
“어제 일찍 자서.”
내 심드렁한 대답에 친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공부도 못 하면서 왜 잠을 그리 일찍 자? 너 9시에 자지?”
“아니 8시.”
“그러면 학교 오기 전에 거의 열 시간을 자는 거야?”
“아니지. 여덟 시간 자고 일찍 운동 좀 하고 아침 먹고 오는 거지.”
“너 건강은 하겠다.”
“나 화장실 간다.”
“어? 그래.”
벌떡 일어나서 교실을 나왔다.
옥상으로 올라가서 귀에 꽂아놓은 통신기를 연결했다.
“저예요.”
―그래.
“어제 영상 왜 아직도 안 지워진 거죠?”
―작업 중이다. 영화동아리가 장난친 거라고 보도자료 뿌렸으니까. 곧 잠잠해질 거다.
“알겠어요.”
어제 빌딩에서의 영상이 찍혔다는 건 병원 건물로 옮겨간 다음에 멀리서 봤다.
그래서 빨리 처리해 달라고 전화까지 했는데 아직 처리가 안 됐다니.
인력이 부족 한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
―어제는 어떻게 된 거야?
“화염귀를 처리하고 영력이 급히 떨어져서요. 잠깐 숨 돌린다는 게 늦었어요.”
―그 정도면 혼자는 힘든 것 아니냐? 파트너를 붙여 준다니까….
“아시잖아요. 저 파트너 잡아먹는 귀신인 거. 다들 꺼릴 겁니다. 혼자가 편해요.”
―네 잘못이 아니잖아.
“그래도요.”
악귀를 처리할 능력이 되는 사람도 부족한 데 위험하기까지 하니 사람이 죽는 일은 허다하다.
파트너를 세 번 잃었더니 나에 대한 악평이 가득했다.
자꾸 정붙이면 죽어버리니 이게 더 편하다.
―오늘 들어와라.
“국정원으로요? 왜요?”
나는 국정원 국내 귀수 처리 센터의 요원으로 중학생 때 특채됐다.
영력은 강하지만 신을 받지 못하는 나 같은 반쪽 무당들이 들어가는 곳이다.
―네가 말한 그 장군 검이 도착했다.
영력이 강하다고 해도 그걸 받아 줄 무기가 필요하다.
장군이 쓰던 검은 검 자체의 기가 세서 내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아! 예. 조금 있다 조퇴하고 가겠습니다.”
―그래.
조금 위험하기는 해도 5급 공무원이라 월급도 많고 죽어도 가족이 연금을 받아 가니 이 직업이 꽤 괜찮다.
벗님님의 댓글
국정원에 도착했을 때, 내가 마주한 장군 검의 위용은 상상을 초월했다.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그 자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묵직한 기운이 공기를 압도했다.
눈앞에 검을 마주하자 숨이 막히는 듯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게 그 장군 검인가요?”
옆에 있던 국정원 선배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래, 이 검이 조선 시대 어느 명장이 썼던 검이야.
사실 처음엔 장군의 기운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장군마저 이 검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고 하네.”
“어떤 의문이요?”
선배는 잠시 검을 바라보더니 설명을 이어갔다.
“장군이 남긴 글에 따르면,
이 검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라,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어떤 기운'을 받은 물건이라고 해.
장군조차도 자신의 힘이 아닌 검에서 나오는 힘을 느꼈다고 했지.
그래서 검을 단순히 사용하는 게 아니라, 기운을 계승하는 느낌이었다는 거야.”
이 이야기를 듣고 나니, 왠지 모르게 등골이 서늘해졌다.
내가 앞으로 사용할 검이란 것이, 단순히 물리적인 도구가 아니라는 사실이 뇌리를 스쳤다.
그 장군도, 그 장군 이전의 사람들도 대를 이어 이 검을 사용해 온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내가 그 대를 잇게 된다는 사실이 점점 실감 나기 시작했다.
검에 손을 뻗었다.
차가운 금속이 손끝에 닿자, 그 순간 짧은 전율이 온몸을 관통했다.
마치 검이 나를 알아보는 듯한, 기묘한 느낌이었다.
“허.. 검이 너를 받아들인 것 같군.”
선배가 미소를 지었다.
그 말에 난 잠시 멍해졌다. 검이 나를 받아들였다고?
사람과 검 사이에 그런 교감이 존재할 수 있는 건가?
“이 검의 힘을 온전히 다룰 수 있을지 궁금하군.
무겁고 거대한 힘을 담고 있는 만큼, 그걸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겠어.”
잠시 깊은 숨을 내쉬며 생각에 잠겼다.
대대로 물려 내려온 영험한 검, 그 힘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려면 나는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앞으로 내가 마주할 악귀들과의 싸움에서, 이 검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게 될까?
“장군도 이 검에 완전히 지배되지 않았듯이, 너도 조심해라. 검의 기운에 끌려가선 안 돼.”
선배의 말이 끝나자마자, 나는 다시 한 번 검을 쳐다봤다.
이 힘을 제대로 다루는 것이 나의 사명임을 깨닫게 되면서, 더 강해져야 할 이유를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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