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하기 어려운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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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머릿속에 있는 것을 적어 봅니다.
정확히 언제부터인지 특정할 순 없지만 약 한 달 전인 것 같아요.
어떻게 표현할 수 없는 이 감정은..
국민학교 1학년인가 2학년인가 그때쯤입니다.
매번 잘 해왔던 숙제를 주말에 있던 가족행사로 오랜만에 만난 사촌들과 즐거움으로 까맣게 잊었습니다.
그리고 월요일이 되었죠. 생각이 났습니다.
숙제를 안 했구나.....
그때부터 미묘한 감정 때문에 수업내용이 전혀 들어오질 않습니다.
어느덧 선생님께선 숙제노트를 펼쳐 놓으라고 말씀하셨고
교실 앞쪽에 앉아 있는 학생부터 오른손에 든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지휘봉과 같은 막대로 숙제노트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선 점점 내가 있는 곳으로 다가오시는 중간중간 숙제를 하지 않은 아이의 손바닥을 때리는 소리도 들립니다.
두려웠습니다. 슬펐습니다. 너무 무서웠습니다.
내 빈노트가 요술처럼 채워지기를 바래 보았습니다.
점점 내 쪽으로 다가오는데... 울었습니다.
2미터 남짓.. 선생님께선 검사를 하다말고 저를 쳐다보셨고
눈물로 덮여버려 흐릿한 선생님을 바라보면서 무언가 알 수 없는 말을 합니다.
그때의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요.
대학축제 때 즐겁게 이야기를 나눈 사람이 있습니다.
몇일이 지나 친구의 친구를 통해 겨우 연락처를 알아냈고 몇 번의 전화통화를 한 후 드디어 만납니다.
28년 전입니다.
약속장소 벤치에 앉아 있다가 일어났다가를 반복합니다.
오른손에 채워진 시계를 쳐다봅니다.
아직 10여 분이 남았는데 심장이 쿵쾅거립니다.. 이런 긴장감에 손 저림이 생겨 휙휙 팔을 돌려보기도 하고... 벤치를 기준으로 시계방향으로 또 반대 방향으로 돌아 걷습니다. 진정이 안 돼요.
다시 오른손에 채워진 시계를 쳐다봅니다. 5분이 지났습니다.
여러가지 생각이 머리속을 헤집어 놓고 숨을 쉬는 게 힘듭니다.
답답함이 내 심장을 조이고 어떻게든 풀어보려 소리를 지르려던 순간
저 멀리서 그녀인 것 같은 사람이 걸어옵니다.
그때의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요.
제가 지금 그래요.
9개월의 험난한 프로젝트가 끝나고 징검다리 휴일, 명절이 있어서 휴가를 냈는데 너무 길었습니다.
강약이 있지만, 이 감정을 근 한달을 달고 있습니다.
이 감정이 너무 싫어서 집을 다 뒤집어 놓고 물건을 새로 사고 혼자 관광명소도 가보고 운동기계를 이용해 내 몸을 축내봤지만, 소용없습니다.
몇가지 이유도 찾아봅니다. 프로젝트가 끝난 후 공허함이다.
갑자기 변한 날씨 때문에 가을탄다. 출장지에서 알게 된 사람 때문이다.
아무래도 나이를 생각하니 갱년기 같습니다.
---- 유령회원 다모앙 첫글입니다. 이렇게 라도 하지 않으면 분노조절 안 될 것 같아요.
GAHASARA님의 댓글의 댓글
벗님님의 댓글
눈을 감고 호흡을 늦추며 날카로워진, 매서워진 내 마음을 보듬고 싶었으나
이제는 이룰 수 없는 희망 사항이 되어버렸다.
주변에서 매번 듣던 소리다. 조금 더 유순하게, 부드럽게 대해 보라고.
누군들 그러지 않고 싶었겠는가, 마음은 어떠할지 모르나, 내 몸은 그런 둥글둥글함을 견디지 못했다.
마음보다 몸이 앞서고, 말보다 주먹이 앞서는 내 수순을 바꿀 수 없었다.
뒷따르는 것은 후회, 아쉬움..
어쩔 수 없었다. 이미 엎질러진, 그런 삶의 연속이었다.
깃발을 꼽고 싶었다. 내달리는 것을 그만하고 이제는 뒤를 돌아 달려보고 싶었다.
되돌릴 수 없음을 알고 있으나, 그래도, 그래도.. 이 걸음을 멈추고 싶었다.
단 한 번, 다시 살고 싶은 바람이 간절했다.
희망이라는 건,
내가 가질 수 없는 희망이라는 건 그래서 그러한가 라고 여기고 있던 그 즈음,
그 사람을 만났다.
잘 쓰셨습니다. ^^
적운창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