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글쓰기]오늘의 한 단어 -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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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하늘걷기 121.♡.94.37
작성일 2024.10.12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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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윽….”

 

나는 머리를 흔들었다.

머리에 후끈한 느낌이 들었다.

네 번째 발로 목덜미를 쓸어 봤다.

 

무언가와 부딪치기는 했어도 피는 안 흐르는 것 같다.

 

“B7!"

 

"B7!”

 

―….

 

우주선을 제어하는 고 인공 지능이 대답이 없다.

낭패다.

우주선에 관한 모든 일은 인공 지능이 알아서 한다.

내가 하는 건 방향이나 목적지를 정하는 것 정도가 전부여서 이렇게 대답이 없으면 막막하다.

 

“어쩔 수 없지.”

 

일곱 번째 다리 중간에 달아놓은 비상용 단말기를 꺼냈다.

 

“E15!”

 

단말기에서는 삑 삑 소리가 연달아서 들리다가 목소리가 나왔다.

 

―긴급 복구용 인공 지능 E15입니다. 마스터! 필요한 것을 말씀해 주세요!

 

“우주선의 인공 지능이 대답하지 않는다. 인공 지능의 복구 작업을 시작하고 이곳이 어디인지 파악해라!”

 

―인공 지능의 복구와 현재 위치를 파악합니다!

 

삑! 삑! 삑! 삑!

 

계산 중이다.

 

복구용 인공 지능은 최신 기종보다 5세대는 뒤처진 모델이다.

성능이 떨어진다는 걸 알고 있지만 빠른 속도에 익숙해져서인지 더 느리게 느껴졌다.

 

―인공 지능 복구에는 17클릭입니다. 복구를 시작 합니까?

 

“그렇게나? 음….”

 

1클릭은 시간륜이 한 바퀴 도는 시간을 말한다.

그 정도면 너무 늦어지겠지만 어쩔 수 없다.

일단 도착은 해야 한다.

 

“지금 당장 복구를 시작해라!”

 

―예! 복구 작업을 시작합니다.

 

“여기 위치는 어떻게 됐나?”

 

―계산 중입니다!

 

동시 계산이 안 될 리가 없는데 늦어진다.

우주선은 하이퍼 스페이스로 이동 중에 운석 파편에 맞아서 경로를 이탈하고 추락했다.

계산이 늦어지는 것을 봐서는 기록에도 없는 우주 변방으로 떨어진 거다.

 

삑! 삑! 삑!

 

―이곳은 지구라는 행성입니다. 아직 항로에 속하지 않은 미기록 지역입니다.

 

“미기록 지역인데 지구인 건 어떻게 알아냈지?”

 

―원시적인 통신장치를 이용하고 있어서 정보를 분석했습니다.

 

“지성체가 있다는 말이군.”

 

―그렇습니다. 이제 막 우주를 개척하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수준인가?”

 

―워프 엔진의 초기 기술도 개발하지 못했습니다.

 

“뭐, 알 필요 없는 행성이군.”

 

우주를 도약하는 워프 기술을 개발한 근대 행성에는 첫 접촉을 할 수 있고 먼저 하는 세력이 지역 시장 개발의 우선권을 가진다.

 

무역 연합에서 시장 개척은 중요한 일이라서 근대 행성을 찾아다니고는 있는데 초기 기술도 아직 못 만들었다면 내가 신경 쓸 이유는 없다.

 

“여기 지성체의 모습을 볼 수 있나?”

 

―…볼 수는 있습니다만, 충격적일 수도 있습니다. 보시겠습니까?

 

“원시 행성의 지성체에 관해서는 이미 알고 있다. 심리적 충격은 내가 알아서 하겠다. 보여줘.”

 

―예 알겠습니다.

 

곧 우주선 모니터의 이 행성 지성체의 모습들이 보였다.

 

욱!

 

나는 두 번째 발로 입을 막았다.

순간적으로 토할 뻔했다.

 

이 원시 지성체는 부정한 화학 약품으로 만들어진 껍질을 몸에 걸치고 있다.

머리 부분에 지저분한 털이 있는 건 그렇다고 쳐도 세상에 신성한 발에 이상한 뚜껑을 덮고 있다.

 

몸에 걸친 껍질들도 갖가지 색으로 이루어져 있다.

 

연약하고 겁많은 짐승들이 화려한 색으로 몸을 치장하는 법인데 그런 구역질 나는 짓들을 하는 지성체라니, 보기가 힘들었다.

 

“됐다. 꺼라!”

 

―예! 안정제가 필요하십니까?

 

“아니다. 무역 연합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견뎌야지. 더 심할 걸 볼 수도 있으니.”

 

―예 알겠습니다.

 

아무렇지 않은 듯 대답했지만 내 스무 개의 다리는 부들부들 떨렸다.

저 화학 합성물들이 몸에 닿는다는 상상을 하니 견디기 힘들었다.

빨리 인공 지능과 우주선을 고치고 이 원시 행성을 벗어나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댓글 2

벗님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벗님 (106.♡.231.242)
작성일 어제 12:50
* 이어지는 내용을 정리하고, chatGPT에게 글을 맡겨 봤습니다.

*
우주선은 지구의 자전 궤도 안으로 슬그머니 진입했다.
어둠과 빛이 뒤엉키는 지구의 대기는 마치 호기심 가득한 어린아이의 눈동자처럼 빛났지만,
그 안에 흐르는 우주선의 침묵은 전혀 다른 세상의 것이었다.
지구인들은 곧 우주에서의 침묵을 깨달았다.
인공위성들이 궤도를 맴돌며 경고를 보내기 시작했다.
지구인들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우주선을 향해 전달된 것이다.
그들의 메시지가 전파를 타고 우주선을 감싸자, E15의 신경 회로가 미세한 전류로 떨렸다.

―마스터, 지구의 지성체들이 우리에게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내용을 전달할까요?

E15의 기계음이 귓속을 울릴 때, 주인공은 여전히 혼란한 머리를 쓸어넘기며 피식 웃었다.
저들이 나에게 뭘 할 수 있다는 거지?
이 미기록 행성의 저열한 존재들이 내게 말을 건다는 것부터가 우스웠다.

“들어봐라. 아무리 원시적이어도 나를 재미있게 해줄지도 모르니까.”

―예, 마스터. 메시지를 번역합니다.

인공 지능의 음성 변환기가 순간적으로 웅웅거리더니, 곧 지구인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려왔다.
그들의 억양은 확신과 공포 사이를 오갔지만, 그 안에 담긴 단어들은 확실했다.

“누구인지 알 수 없으나 당장 지구에서 떠나라.”

순간, 주인공은 폭소를 터트렸다.
두 번째, 세 번째 다리로 배를 잡고는 우주선의 금속 벽을 몇 번이나 쳤다.
우스움이 진정되지 않아서 그 긴 다리들이 부들부들 떨렸다.

“떠나라…? 하! 이건 정말… 이 원시적인 미기록 종족이 감히 나한테 명령을 한다는 건가?”

그는 이내 진지한 얼굴을 하며 E15에게 명령했다.

“가소롭다, E15. 저능한 생명체들에게 우리의 존재가 얼마나 강력한지 보여줘야겠어. 준비해라.”

―무엇을 원하시나요, 마스터?

“빛줄기를 준비해. 대기권을 휘감는 강렬한 고주파의 빛줄기 말이야.
 저들을 그저 깜짝 놀라게 하는 정도면 되겠지.”

―알겠습니다, 마스터. 준비합니다.

E15는 빠르게 명령을 이행했다. 우주선의 고성능 에너지 코일이 윙윙거리며 빛을 모았다.
곧 이어 엄청난 속도로 우주선을 감싸는 빛줄기가 생성되더니, 대기권으로 방출되었다.
그 빛은 마치 거대한 전류의 파동처럼 지구를 휘감고, 대륙을 가로질러갔다.
빛줄기는 하늘에서 떨어져 내려오는 천체의 파편처럼 휘몰아쳤다.
지구인들은 그 순간 온 세상이 끝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도시마다 대기는 일시적으로 발광했고, 대륙 곳곳에서 사람들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며 경악했다.

빛은 전 세계를 한순간에 감쌌다. 지구가 고요한 불길 속에서 번쩍이는 듯한 환상을 경험한 것이다.
아무런 물리적 피해는 없었지만, 공포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렬했다.

다시 우주선에 메시지가 도착했다.
이번에는 한층 더 격앙된 목소리였다.

“무엇을 원하는가? 평화가 아니라면 당장 공격하겠다!”

주인공은 이 말을 듣자마자 더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다리들은 천천히 이완되며 웃음과 함께 풀어졌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머리를 쓸어넘기며 다시 한 번 실소를 터트렸다.

“공격? 하하하, 진짜인가? 대체 뭘로 날 공격하겠다는 거지?”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떠나는 것이 가장 쉬운 선택일 테지만, 그들의 무모한 용기가 그의 흥미를 자극했다.
그는 다리 하나를 턱에 대고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지었다.

“그래, 이게 더 재밌겠군.”

그는 조금 더 코믹한 톤으로 E15에게 명령을 내렸다.

“E15, 저들에게 답장을 보내. 우리가 떠날 생각이 없다고 전해라.
 그리고 공격이 온다면… 아무리 미개해도 자비를 베풀지 않을 것이라고.”

―알겠습니다, 마스터. 메시지를 전송합니다.

E15는 명령을 받아들여 즉시 지구인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우주선 내부는 다시금 조용해졌지만, 주인공의 마음속에서는 흥분과 기대감이 교차했다.
이 원시적인 생명체들이 정말로 자신을 공격할 수 있다고 믿는 걸까?
그렇다면 그들이 겪을 실망은 얼마나 클 것인가?

그는 우주선의 통제석에 몸을 기댔다. 모든 다리를 천천히 접으며 눈을 감았다.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올랐다.


잘 쓰셨습니다. ^^

팬암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팬암 (211.♡.60.18)
작성일 어제 13:08
머리부분의 지저분한 털.. 모발~ 모발~ 광고가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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