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글쓰기]오늘의 한 단어 -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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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벗님 106.♡.231.242
작성일 2024.10.14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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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질 수 없었다.

손 타면 죽는다고, 그냥 눈으로만 봐야 한다고 했었기에,

쌀 알 몇 개를 집어먹고,

백열전구 앞에서 졸음을 참지 못하고 눈을 꼭 감고 있는 그 병아리를

만질 수 없었다.


노랗고,

한 올 한 올 털을 만질 수 있을 것 같은 그 병아리를

만질 수 없었다.

정말 만지고 싶었다.

그 감촉, 그 은근한 따뜻함.

눈으로도 느껴지는 그 감촉과 온기를 느끼고 싶었다.


간절함 때문이었을까,

이때부터 나는 눈으로 만지는 것을 터득했다.

하나의 감각이 상실되면 다른 감각이 대치되는 것처럼,

나는 손으로 만지는 것 대신 눈으로 만지고 있었다.


내 눈길의 병아리의 정수리부터 등 목 배 엉덩이를 타고 내리며,

병아리를 그렇게 만지고 있었다.


보름이 채 되지 않았던 어느 날,

나의 병아리를 시름 시름 앓고 있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무엇이 문제였는지 알 수 없었다.

오늘 밤을 채 넘기지 못할 것 같았던 그 날,

나는 종일 잠이 들기 전까지 그렇게 눈으로 나의 병아리를 만져주었다.

간절하게, 그가 오늘을 넘겨내기를, 오늘만은 꼭 버텨주기를 바랬었다.


어떻게 잠일 들었는지,

언제 잠이 들었는지,

아침이 되고 눈을 떴을 때,

나의 병아리는 삐약 삐약 거리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여느 때처럼 배가 고프다고, 쌀 알을 건내 달라고.

나는 왈칵 눈물이 쏟아져, 나의 병아리를 만질 수 없었다.

하지만 괜찮았다.

나의 병아리를 만질 수 없어도.



끝.

댓글 1

뉴턴님의 댓글

작성자 뉴턴 (246.♡.14.166)
작성일 10.14 12:36
눈으로 만질 수 있으시다니 ..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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