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글쓰기]오늘의 한 단어 -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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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4.10.14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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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질 수 없었다.
손 타면 죽는다고, 그냥 눈으로만 봐야 한다고 했었기에,
쌀 알 몇 개를 집어먹고,
백열전구 앞에서 졸음을 참지 못하고 눈을 꼭 감고 있는 그 병아리를
만질 수 없었다.
노랗고,
한 올 한 올 털을 만질 수 있을 것 같은 그 병아리를
만질 수 없었다.
정말 만지고 싶었다.
그 감촉, 그 은근한 따뜻함.
눈으로도 느껴지는 그 감촉과 온기를 느끼고 싶었다.
간절함 때문이었을까,
이때부터 나는 눈으로 만지는 것을 터득했다.
하나의 감각이 상실되면 다른 감각이 대치되는 것처럼,
나는 손으로 만지는 것 대신 눈으로 만지고 있었다.
내 눈길의 병아리의 정수리부터 등 목 배 엉덩이를 타고 내리며,
병아리를 그렇게 만지고 있었다.
보름이 채 되지 않았던 어느 날,
나의 병아리를 시름 시름 앓고 있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무엇이 문제였는지 알 수 없었다.
오늘 밤을 채 넘기지 못할 것 같았던 그 날,
나는 종일 잠이 들기 전까지 그렇게 눈으로 나의 병아리를 만져주었다.
간절하게, 그가 오늘을 넘겨내기를, 오늘만은 꼭 버텨주기를 바랬었다.
어떻게 잠일 들었는지,
언제 잠이 들었는지,
아침이 되고 눈을 떴을 때,
나의 병아리는 삐약 삐약 거리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여느 때처럼 배가 고프다고, 쌀 알을 건내 달라고.
나는 왈칵 눈물이 쏟아져, 나의 병아리를 만질 수 없었다.
하지만 괜찮았다.
나의 병아리를 만질 수 없어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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