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무게감과 압박, 그리고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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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은 모두다 그런거라고 생각합니다.
몇달전 업무에 작은 이슈가 발생 했고 적당히 대응하여 해결 했습니다.
즉, 대수롭지 않게 일을 처리 했고 관련부서도 대수롭지 않게 받아 넘어 갔습니다.
대수롭지 않게 잊혀졌던 일이 크게 부각되어 오늘 오후부터 정신이 없습니다.
이번주까지 다시 보고하고 결재 승인이 없으면 해당 이슈로 발생한 비용은 저에게 묻겠다고 합니다.
정리가 안된 컴퓨터 파일 속에서 근거자료를 찾고 서류더미속에서 지출영수증을 찾고 문서를 꾸미다가 막차 시간을 확인하고 퇴근 했습니다.
안 그래도 고객의 무리한 요구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닌데 예상치 못한.........
버스 중간지점의 좌석에 앉았습니다. 창 밖을 봅니다. 일에 대한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가 고개를 숙여 눈을 감고 좌우로 흔들며 생각을 지워버립니다. 피곤이 몰려오고 하품을 합니다.
쿵!!
버스는 무엇인가에 부딪힌것 같고 나는 놀라 눈을 떴습니다. 보이는 바깥은 낯섭니다.
아마 내가 내려야 할곳을 지나친것 같습니다.
아이쿠... 버스가 위로 들리더니 거대한 도마위에 오릅니다. 아니나 다를까. 털복숭이 거인의 왼손은 내 머리위. 버스의 중간 부분을 잡고 있고 오른손은 중식도를 들고 있습니다.
전문요리사가 야채거리를 정성들여 썰듯 버스 앞쪽부터 천천히 썰어 나갑니다.
몇 안되는 승객과 운전기사는 자리에 앉아 가만히 있습니다. 아마도 이게 무슨 상황인가 어안이 벙벙한 것입니다.
중식도는 이제 운전기사의 발 앞부분을 썰어 냅니다. 천천히 썰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피할 시간도 있었을겁니다. 아마도 '어떻게 하지?' 라는 생각으로 시간을 보낸거 같습니다.
운전기사는 비명을 질렀습니다. 중식도는 바로 허벅지와 무릎사이를 썰어냅니다. 허우적거리는 팔의 일부도...
운전기사의 몸은 앞으로 숙여지고 또 중식도가 내려옴으로 해서 반토막이 났습니다.
그때서야 자리에 앉아 있던 승객들이 움직임을 보입니다.
가지각색입니다.
앞쪽에 있는 승객 한분은 제 뒤로 와서 떨리는 목소리로 '어떻게?..어떻게?..' 말하며 울고 있습니다. 승객 한분은 탈출을 시도합니다. 희한하게 창문은 열리지도 않고 깨지지도 않습니다.
그 분은 앞으로 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내려오는 중식도를 향해 뛰어 갑니다. 썰립니다.
아마도.... 중식도는 규칙적인 시간을 갖고 내려오기 때문에 칼날이 도마의 끝 부분까지 닿았다가 올라오는 순간 몸을 날려 탈출 하려 했던것 같습니다.
승객 한분은 체념한 듯 자기 자리 그대로..눈을 감고 있습니다.
'아.. 어떻게 하지?' 이렇게 생각하는 사이 중식도는 내 앞으로 다가 옵니다.
무섭습니다. 두렵습니다. 죽음. 저역시 공포에 휩싸여 눈물이 나오고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일어나서 뒤로 갈까? 중식도를 피해 앞으로 갈까? 하는 가운데 털복숭이 거인이 들고 있는 중식도는 내 발을 잘라냅니다.
'아아아아아악~'
쿵!! 눈을 떳습니다. 하.. 꿈. 스트레스로 악몽을 꾼겁니다.
'휴우~' 하고 한숨짓고 창 밖을 봤습니다.
보이는 바깥은 낯섭니다.
아마 내가 내려야 할곳을 지나친것 같습니다.
아이쿠... 버스가 위로 들리더니 거대한 도마위에 오릅니다. 아니나 다를까. 털복숭이 거인의 왼손은 내 머리위. 버스의 중간 부분을 잡고 있고 오른손은 중식도를 들고 있습니다.
벗님님의 댓글
“아이쿠...”
그는 탄식했다.
그런데 버스가 위로 들리는 느낌이 들었다.
갑자기, 자신은 거대한 도마 위에 올라와 있었다.
털복숭이 거인의 거대한 손이 버스 중간을 잡고 있었고,
오른손엔 번뜩이는 중식도를 들고 있었다.
승객들은 가만히 앉아 있었지만, 뭔가 이상했다.
요리사가 야채를 써는 것처럼,
중식도는 버스 앞쪽부터 천천히 썰어나가기 시작했다.
운전기사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손발을 멍하니 내저었지만,
중식도는 그의 발을 썰어냈다.
그 순간,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고 사람들은 패닉에 빠졌다.
한 승객이 그에게 다가와 울먹이며 묻는다.
“어떻게... 어쩌면 좋죠...?”
그는 대답할 수 없었다.
또 다른 승객은 탈출을 시도했으나 창문은 열리지도, 깨지지도 않았다.
절망에 빠진 채 뛰어가는 그 승객마저 중식도에 썰려나갔다.
이제는 자신의 차례였다.
그는 좌우로 도망가려 했지만, 중식도가 발끝을 스치며 자신을 덮쳐왔다.
두려움과 공포, 그리고 죽음의 그림자가 그를 덮었을 때, 그는 비명을 지르며 눈을 떴다.
꿈이었다.
또 그 꿈이었다.
눈앞에 보이는 풍경은 낯설었다. 아마도 내려야 할 곳을 또 지나친 듯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다시 한번 눈을 감으려 했지만,
이내 다시 꿈속의 그 광경이 떠올랐다.
더 이상은 안 돼.
그는 결심했다.
이 모든 것이, 이 끝없는 시계바퀴처럼 도는 일상이,
이제는 지긋지긋했다.
다음 날 아침, 사무실에 도착한 그는 책상 위에 사표를 올려놓았다.
업무의 과실을 핑계로 삼았다.
상사들은 당황했고, 잠시 시간을 갖고 생각해보라는 권유가 이어졌다.
"김 대리, 갑자기 이러는 게 맞아? 한 번 더 생각해봐."
그러나 그의 대답은 단호했다.
“저, 그냥 더는 못하겠습니다.”
넥타이를 풀어 던지고 사무실을 나선 그는 기차역으로 향했다.
어쩌면, 어디든 낯선 곳으로 가서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필요했는지도 몰랐다.
기차역에서 티켓을 끊고 열차에 올라 탔다.
지정된 자리에 앉아 창밖을 보며, 그동안 쌓였던 모든 감정들이 머릿속에서 소용돌이쳤다.
‘내가 이 선택을 한 게 맞는 걸까? 내가 도망치는 건 아니겠지?’
스스로에게 수없이 묻고 또 물었다.
다시 눈을 감고, 열차가 출발하는 소리와 함께 덜컹거리는 소리에 몸을 기대었다.
열차는 앞으로 나아갔고, 그는 잠시 평온함을 느끼려 애썼다.
그러나, 불길한 느낌이 스멀스멀 기어들었다.
덜컹거리는 낯선 진동에 눈을 떠보니,
그 거대한 털복숭이 거인이 다시 나타났다.
이번에는 버스가 아닌, 자신이 타고 있던 열차 칸을 들어올렸다.
그 순간, 열차 안에 있던 승객들은 비명을 지르며 이리저리 흔들렸다.
몇몇은 밖으로 튕겨져 나갈 것처럼 매달렸고,
모두가 혼란에 빠졌다. 그는 그대로 앉은 채 숨을 죽였다.
기차 칸 밖으로 보이는 괴물의 붉게 충혈된 눈이 그를 직시했다.
그 눈동자에 어린 분노와 광기가 차갑게 그를 향해 스며들었다.
등골이 서늘해졌다.
"왜 나지? 왜 하필 나야?"
그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자신은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었다.
중식도가 아닌, 이번엔 거인의 손이 직접 열차를 쥐어짜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그 손에 짓눌려가며 울부짖었고,
기차 칸은 차츰차츰 구겨지듯 찌그러졌다.
그의 심장은 거세게 뛰었고,
그의 눈앞에는 점점 더 선명한 죽음의 그림자가 다가왔다.
그러나 그는 깨달았다.
이 모든 것이, 현실이 아닌 꿈이라는 것을.
아니, 어쩌면 자신이 만들어낸 현실 속 또 다른 악몽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는 자신이 두려워했던 것이
바로 그 시계바퀴처럼 반복되던 일상이었음을 알았다.
그리고 그 속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그의 열망이 이 거인으로 형상화되어
자신을 끊임없이 쫓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결코 이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았다.
잘 쓰셧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