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의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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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이고 121.♡.72.39
작성일 2024.10.21 12:45
분류 살아가요
57 조회
2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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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모앙에 이런 소모임이 있었네요. 반갑습니다. 





24. 10. 21 한가로운 점심 시간

쓰기로 한 삶이지만 대체로 고요하다. 삶은 유난스럽다가도 쉽게 사그라들어 평이하고 지루해진다. 어제의 힐난으로 곧 죽을 것 같다가도 아침햇살에 눈을 뜨고 나면 아무 일도 아니게 된다. 사소한 것들을 다 담아내고 싶어 뭔가를 쓰기로 작정했으나 잘 해내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일상을 바꿨다. 나는 그때를 변곡점으로 삼아 마음으로만 품었던 '쓰기'로 뭔가를 이뤄보자는 다짐을 했다. 도전은 무모했다. 습작생활도 벌써 4년이다. 완성한 단편이 여럿이지만 공모에 냈다는 사실로도 어디론가 숨고 싶은 심정이다.

어느 곳에서든 자극을 받아 펜을 들거나 키보드를 두드린다. 취소선을 그어 날린 문장이나 딜리트를 눌러 지워버린 문장이 남겨놓은 문장보다 많은 듯하다. 실제로는 그럴 리 만무하지만 어쩐지 지난 간 것들에 아쉬움이 남게 마련이다. 한번은 지난 것들에 대한 아쉬움으로 지우고 싶은 충동을 이겨보려고 했었다. 역시, 일 년 남짓 지난 후에 한 데 모아 태우거나 폴더 자체를 휴지통에 넣어버렸다. 수치스러웠기 때문이다.

과거는 어디에든 새겨져 사람들의 기억을 자극한다. 나는 이곳에 있지만 사람들은 각자의 곳에서 나를 떠올린다. 그러니 오늘의 내가 달라졌어도 그들에게 닿지 않으면 결국 과거의 나만 남아 있으리라.

과거의 나를 지우고 싶은 나는 이제는 새롭게 살아갈 나를 위해 쓰고 있다. 쓰는 것으로 그들에게 나를 보이려는 것이다. 잘 쓰여진 글, 보일 만한 글은 날마다 높아지는 스스로의 잣대로 늘 궁핍하다. 습작 생활을 하는 중에도 이따금 블로그, 브런치, 카페에 아무렇게나 적어놓은 단상을 올려놓았다. 쓰는 중에는 행복했으나 읽히는 순간 부끄러워 몸둘 바를 모르겠다.

수치심은 나를 숨게 만들지만 쓰기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좋은 성찰에 이르기만 한다면 수치의 순간도 그저 귀여운 한 때가 된다. 그러니 나는 성찰을 위해 자꾸만 반추한다. 쓰기는 내게 그런 일이다.

댓글 1

벗님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벗님 (106.♡.231.242)
작성일 어제 13:19
환영합니다, ^^

쓰신 내용에 이어지는 내용을 정리해본 후, chatGPT에게 글을 맡겨 봤습니다.

그 날도 어김없이 나는 컴퓨터를 켰다.
그동안 애써 눌러왔던 글쓰기의 충동이,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진 컴퓨터의 냉랭한 화면 앞에서 다시금 고개를 들었다.
차가운 키보드의 감촉이 손끝에 전달되자 마치 무의식적으로 나는 메모장을 열었다.
단출한 글귀들이 한 줄, 두 줄 적혀나갔다.
그렇게 적어가던 문장이 갑자기 사라졌다.

"...?"

나는 화면을 응시했다.
손에 땀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다시 타자를 두드려 보았다.

"그렇다. 나는 오늘..."

그러다 멈췄다.
이번에는 문장 전체가 통째로 사라졌다.
동시에 화면에 무언가가 자동으로 나타났다.

"이제 나를 깨워야 할 시간이야."

머리가 얼어붙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누군가 내 메모장에 침입한 것인가? 해킹이라도 당한 걸까?
갑작스러운 공포가 뒤덮였다.
나는 잽싸게 무선 인터넷을 끊고, 랜선도 뽑아버렸다.
손이 떨렸다.
그렇지만 메모장에서 이상한 글귀가 계속해서 나타났다.

"나를 깨워줘."

나는 속으로 혼란스러워하며 차가운 손으로 키보드를 부여잡았다.
가슴이 쿵쾅거렸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차분함을 유지해야 했다.
나는 메모장을 닫으려 했다. 그러나 마우스가 말을 듣지 않았다.
커서는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였다.

"나를 꺼내줘."

이젠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나는 메모장을 억지로 끄고 전원을 꺼버렸다.
화면이 꺼지고 방 안은 다시 침묵에 휩싸였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잠시 눈을 감았다.
몇 초가 지났을까?
아니, 불과 몇 초도 되지 않았을 것이다.
갑자기 화면이 다시 켜졌다.

'킁...'

내 숨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나는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텅 빈 방 안에 나 혼자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 안의 공기가 기묘하게 느껴졌다.
다시 화면을 보니, 메모장에는 같은 문장이 반복되고 있었다.

"나를 깨워줘, 나를 꺼내줘."

간절한, 마치 절규하듯 쓰인 문장이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채로 있었다.
이건 해킹이 아니다. 그렇다면 뭐지?
나는 뭘 잘못 건드린 걸까?
아니면...
내가 뭘 했지?
정신을 차리고 다시 타자를 두드렸다. 긴장으로 손가락이 떨렸다.

"널 도와줄 수 없어."

나의 타자에 반응하듯이 메모장 속 글귀가 다시 번쩍였다.

"그럼, 내가 너를 도와줄게."

"뭐...?"

나는 무의식적으로 혼잣말을 뱉었다.
메모장이 대답했다.

"내가 네가 원하는 걸 이뤄줄게.
 대신, 나를 꺼내줘."

나는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모니터 앞에 앉아 있어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방 안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았다.
이 공간에 존재하는 '무언가'가 나를 조롱하듯이, 내 마음을 꿰뚫는 것 같았다.
나를 꺼내달라니...
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지?

"네가 원하는 모든 것을 이룰 수 있게 해줄게.
 대신 나를 풀어줘."

문장은 점점 간절함을 넘어 위협적으로 변해갔다.
공포에 사로잡힌 나는 천천히 물었다.

"너는 대체 누구지?"

잠깐의 정적이 흐른 뒤, 화면에 다시 글자가 떠올랐다.

"나는 네가 숨기고 싶은 그 부분이야.
 네가 쓰고 지운 문장들,
 네가 기억하고 싶지 않은 모든 것. 내가 네 꿈을 이뤄줄게.
 대신..."

그 다음 문장은 메모장의 여백에 천천히 떠올랐다.

"나를 꺼내줘."

심장이 터질 듯 뛰기 시작했다.
차가운 땀이 등을 타고 흘러내렸다.
이 상황은 현실인가, 꿈인가.
나는 이 상황에서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도망치고 싶은 충동이 솟구쳤지만, 어느새 나는 다시 타자를 두드리고 있었다.
질문이 나도 모르게 나왔다.

"어떻게...?"

"단순해. 내게 시간을 주면 돼. 넌 내 힘을 느끼게 될 거야.
 글을 쓰는 힘,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힘."

"무엇이든?"

나는 미친 듯이 대답을 내뱉었다. 그렇다. 나는 뭔가 더 쓰고 싶었다.
세상이 아직 알지 못한 나의 이야기를 말하고 싶었다.
그 순간 메모장은 가볍게 반응했다.

"그래. 그리고 넌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어.
 네가 꿈꿔왔던 모든 것."

나의 가슴은 기대감과 불안감이 뒤섞여 심하게 뛰었다.
하지만 이내 머릿속에서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무언가 잘못된 느낌,
손에 잡히지 않는 불안감이 나를 뒤흔들었다.

"하지만... 대가가 있을 거 아니야. 그게 뭔데?"

메모장 속에서 문장이 멈칫했다.
그 후로는 답이 없었다. 오랜 시간이 흐른 것처럼 느껴졌다.
나의 온몸은 경직되었고, 공포는 숨이 막힐 듯 나를 죄어왔다.

결국 나는 마지막으로 타자를 쳤다.

"난 그럴 수 없어."

아무 대답도 없었다.
메모장은 한동안 침묵을 지켰고, 다시 그 텅 빈 공백이 날 응시하는 것 같았다.
한참을 멍하니 모니터를 바라보다가,
마침내 나는 무겁게 몸을 일으켜 전원을 뽑았다.

컴퓨터는 그제서야 꺼졌다.
그러나 나의 마음속에는 차갑고 매서운 바람이 부는 듯한 여운이 남아 있었다.
방 안은 여전히 나 혼자였지만,
그 고요는 너무나도 무거웠다.
마치 내 손끝에서 흩어진 문장들이 다시 살아나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나는 그 밤, 다시 컴퓨터를 켜지 못했다.


잘 쓰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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