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글쓰기] 오늘의 한 단어 - 참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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짹짹! 짹짹!
기사의 투구 위에 참새가 올라왔다.
기사는 적을 피해서 풀숲에 몸을 숨기고 숨소리도 내지 않고 있었는데 뜬금없이 참새가 날아 오더니 투구 위에 앉아서 짹짹 울었다.
기사는 크게 당황했다.
기사의 조상은 방앗간 지기였다.
영지의 모든 방앗간은 영주의 것이었고 방앗간 지기들도 영주가 믿을 만한 평민들이나 귀족의 사생아들이 맡아서 했었다.
그중 기사의 조상은 방앗간의 밀알을 훔쳐 먹으려던 참새들을 잘 잡았다.
원래도 참새는 방앗간 지기들의 적이라 보이는 대로 잡거나 쫓지만, 조상은 그 정도가 심했다.
원수라도 되는 것처럼 열심히 돌멩이를 날려서 잡고 작은 덫을 놓아서 잡은 뒤에 잡은 참새들을 모아서 영주에게 바쳤다.
내가 영주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이렇게 노력했노라 자랑했고 기꺼워한 영주는 다른 방앗간들까지 관리하는 직책을 내려 주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영주의 가신이 된 기사의 조상은 자기의 아들들과 손자들을 기사로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가신은 잘되어봐야 가신이지만 기사는 공을 세우면 귀족이 될 수 있고 나 큰 공을 세우면 영주도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물이 풀숲에 숨어 있는 기사다.
기사의 대의 이르러서야 드디어 기사 서훈을 받고 영지전에 나섰다.
하지만 영주의 무리한 진격 명령에 병사의 대다수를 잃고 산으로 도망쳐서 숨는 신세가 되었다.
숨소리도 내지 않고 수색하는 기사와 병사들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는데 깊은 숲에 참새가 날아들었다.
숲 여기저기를 총총거리며 지나다가 서코트에 참새 문양이 새겨진 기사를 알아본 것처럼 날아와서 투구 위에 울었다.
짹! 짹! 짹! 짹!
날개까지 푸드덕대며 울어대는 참새를 수색하던 기사와 병사들이 이상하게 보았다.
―참새가 왜 저래?
―살펴봐!
창을 들고 긴 풀을 헤지는 병사들을 보고 숨어 있던 기사가 벌떡 일어나서 롱소드를 휘둘러 창대를 잘라냈다.
“놈이다!”
“참새 기사다!”
“죽여라!”
처음으로 영지전에 참여하게 됐다고 조상님을 기리는 의미로 서코트에 참새 문양 수까지 놓았는데 이게 오히려 참새의 원한을 산 것 같다.
기사는 적들을 피해 도망치는데 참새가 계속 쫓아오면서 짹짹거렸다.
기사의 검이나 병사들의 창보다 저 참새들이 더 무서웠다.
벗님님의 댓글
기사들은 적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숲속 풀숲에 몸을 숨겼다.
푹신한 이끼와 바닥의 마른 낙엽이 온몸을 감싸 안았다.
긴 하루의 긴장감이 드디어 풀리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안도감은 잠시, 갑작스레 날아온 앵무새들의 등장으로 무너졌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지 못하지...”
앵무새들이 반복적으로 지껄였다.
그 어색한 말투가 긴장된 분위기를 더욱 흐트러트렸다.
기사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
한 기사가 작게 중얼거렸다.
전투의 긴장감이 남아 있는 그들에게, 이 앵무새들의 괴상한 발언은 심각한 상황을 더욱 뒤엉켜 버린 듯했다.
“상관이 저 앵무새들을 쫓아내라 하셨어!”
한 기사가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기사들은 일제히 일어나 앵무새를 쫓기 위해 창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앵무새들은 기사들이 휘두르는 창을 피하듯 공중으로 날아올랐고,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기사는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창을 쥐고 무기력한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럼 그럼 참새가 아니지...”
앵무새의 말은 끝도 없이 이어졌다.
그 말에 담긴 뜻을 이해할 수 없었던 기사들은 당황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저 앵무새들,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아무리 봐도 저 앵무새들은 우리를 조롱하는 것 같아…”
한 기사가 중얼거렸다. 마음속의 분노와 어이없음이 뒤섞였다.
“정말 짜증나네!”
다른 기사가 대답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젠 앵무새들까지 방해가 되다니...”
그 말에 다른 기사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 상황은 그들의 전투 경험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일이었다.
기사의 자존심이 상했다. 그들은 이제 고작 앵무새와의 싸움에 열중해야 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군...”
주저한 기사가 말했다.
“상관님께 말씀드려야 할까?”
다른 기사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러면 우리가 더 난처해질 거야. 그냥... 방법을 찾아보자.”
앵무새들은 계속해서 그들의 말을 반복하며 비웃듯이 날개를 퍼덕였다.
기사는 안절부절못하며 상황을 해결할 방법을 찾으려 했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 속에는 혼란과 절망이 뒤섞여 있었다.
자신이 기사가 되기 위해 겪어온 수많은 전투와 고난이
이 앵무새들 앞에서 무너지고 있는 듯했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지 못하지…”
그들은 이 낯선 앵무새들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했다.
전투의 긴장감은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이제 그들은 이 불쾌한 말놀이와 어떻게든 싸워야 했다.
마침내 한 기사가 포기하고 말았다.
“이런 상황은 처음이야...
대체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 거지?”
다른 기사들은 고개를 숙이고, 한숨을 내쉬며 난처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들은 앵무새들의 유머러스한 말들 속에서 조차 적의 압박을 느꼈다.
이젠 단순한 전투가 아니라, 자신들의 정체성과 자존심까지 시험받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잘 쓰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