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페이지] 왼팔과 오른팔
페이지 정보
본문
기운이 없다. 손이 벌벌 떨린다.
다른 이와 제법 그럴 듯한 힘겨루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기껏 용을 쓴다는 게
내 팔을 붙잡고 있는 이런 볼품없는 모습이라니.
이 어처구니 없는 현실에도 손을 놓을 수 없는 것이
저 다른 팔이 칼을 붙잡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번에도 몇 번이나 칼을 휘두르는 바람에
깊은 상처가 나고, 성이 나고, 겨우내 치료를 해놨더니
다시 또 칼을 집어든 거다.
도대체 왜 내 팔이 내 몸에 상처를 낸단 말인가.
내 몸뚱아리가 죽는데 저 팔은 멀쩡할까.
어디 저 팔이 내 팔이지, 남의 팔이 아니지 않은가.
내가 죽으면 같이 죽는 건데,
저 팔이 이 미친 짓을 또 하고 있다.
팔목에 기운이 빠진다.
칼을 움켜쥔 저 팔을 놓일 순 없다.
이번엔 또 내 몸 어디로 날아와 꽂힐지 모른다.
저 살기가 가득 담긴 칼을 피해야 한다.
어쩌다 이리 되었나.
어쩌다 이렇게 자해를 하는 팔을 달고 있다는 말인가.
누군가 그리 말했다.
'그거 정신 병이에요. 자신의 몸을 통제하지 못하는 거.'
맞다, 맞는 소리다.
내 몸뚱아리에 달린 내 팔을 내 마음에도 못하고 있으니,
정신병이라고 불러도 할 말은 없다.
그런데, 이게 마치 하나의 의식이 있는 듯 행동을 하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내가 나를 해한다니,
내가 나를 죽이려 한다니,
이 어찌 말이 되는 소리인가.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는,
저 팔을 압도하는 힘을 길러야 하는 것,
그것 밖에는 답이 보이지 않는다.
꼼짝달싹 못하게 붙잡아야 하는
그 방법 말고는 답이 없다.
내가 내 팔을 자를 수도 없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 아닌가.
더 큰 힘으로
저 팔을 진정시키는 수 밖에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