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로 잘 쓴 판타지는 정통 SF와 구분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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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에게 조언을 해야하는 (해드려야 하는) 일이 가끔 있습니다.
무료로 제 시간을 내서 하는 경우인데요.
마다하지 않고서 나서는 이유가 있습니다.
조언을 하려다보면 은근히 저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한국시장에서 도무지 인기없는 장르인데. 저는 그쪽 글을 무진장 쓰고 싶습니다.'
긴 내용이었지만 이런 고민을 전달받고 잠시 고민하다가
손 나가는대로 키보드를 두드렸죠.
쓰디쓴 약에는 당의정을 입혀 환자에게 주는 것처럼
A장르와 B장르를 하이브리드로 섞어봐라.
두 장르를 모두 섭렵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성공하면 보람은 두 배가 될 수 있다.
사족으로
19세기 해양소설을 21세기 SF로 컨버전 시키면 에이리언 시리즈가 나오죠.
일단 우주선 이름이 노스트로모(갑판장)이며 조지프 콘래드의 1904년 소설에 나오는 배 이름입니다.
(영화 '지옥의 묵시록' 원작작가인 그 콘래드 입니다. 원작에서는베트남이 아니라 콩고가 배경이죠.)
혹성을 섬으로 바꾸고 이주민은 그냥 신대륙 정착민으로 치환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답변을 단 뒤에 하던 제 작업 - 쓰던 글을 중단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컨셉으로 시놉 두 개를 만들어서 출판사와 협의 중에 있습니다.
'고도로 잘 쓴 판타지는 정통 SF와 구분할 수 없다' 라는 컨셉인 판타지가 하나 있습니다.
앞에 판타지가 약 100년 후를 배경으로 한다면 두 번째는 350년 전 역사물입니다.
오래전 선생님들께서 '가르치면서 배운다'라는 말씀을 하셨었는데요.
저도 그 말씀에 동의합니다. 교사는 아니지만 오지랍으로 조언을 하며 배우는 것이 많습니다.
생각과마음님의 댓글
이렇게 스토리의 원형을 찾는 걸 문학에서는 '원형비평'이라고 하나보더라구요.
벗님님의 댓글
내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타인을 들여다보고, 함께 살아가는 인간 군상, 지리멸렬한 서사 같은 게 담겨 있지 않으면,
어떤 옷을 입혀놓아도 시선이 오래 머무르지 못하는 듯 합니다.
많이 보고, 많이 들려다보고, 많이 사색함이 글로 발현이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