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글쓰기] (11/19) 오늘의 한 단어 - 청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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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4.11.19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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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 금고 "
"이걸 은행 비밀금고에 넣어두자고? 야, 넌 뇌가 참 신박하게 청순하다."
길은 정에게 퉁을 놓았다. 길의 날선 반응에도 정의 눈은 여전히 맞은편 벽을 초점 없이 핥고 있었다.
"정신 좀 차려. 이대로 가다간 다 죽어."
"으-응, 응ㅇ"
쥐약 먹은 개가 입가에 흘리는 침 같이 의미없는 대답이 정의 입에서 흘러내렸다.
며칠간의 긴장에 약이 더해지자 길의 눈이 위험한 분노로 이글거렸다.
"개자식, 팔라는 약을 처먹고 난리야. 저런 자식을 믿고 중간에서 삥땅쳐서..."
길은 정의 오른손 손가락 끝에서 대롱대는 일수 가방을 낚아챘다. 손대중으로도 3kg는 넘을 성싶었다.
저런 뇌를 유한 락스에 씻어낸 듯한 놈은 빨리 치워버릴 일이었다.
하지만 이 가방을 들고 다니는 건 위험했다.
조직도 조직이지만, 마약반도 이미 냄새를 맡고 뒤를 쫓고 있었다.
가방을 안전한 곳에 숨기는 게 먼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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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님님의 댓글
정은 한참을 아무렇지도 않게 허공을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
눈빛은 어딘가 멍한 듯 보였고, 이내 똑바로 일어섰다.
마치 무슨 특별한 명령이라도 받은 듯이 몸을 일으키며 한쪽 팔을 앞으로 뻣었다.
그 행동에 길은 잠시 어이없다는 듯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정의 얼굴에는 어쩐지 너무 심각한 표정이 가득했다.
그 순간, 정이 입을 열었다.
"봐봐, 여기서에 엄청난 레이저가 뿜어져 나올 거야."
정은 정말 믿을 수 없을 만큼 진지했다.
그 말에 길은 눈살을 찌푸렸다.
어쩌면 그냥 지나칠 수 있을 법한 말이었지만, 정의 태도는 너무도 확신에 차 있었다.
길은 팔짱을 끼고 그를 지켜봤다.
"그래, 해볼 테면 해봐라."
그의 말투는 도전적인 듯하면서도,
이미 이 상황이 지나치게 어리석다는 것을 알아차린 듯 냉소적인 빛을 띠고 있었다.
정은 손가락 끝을 한껏 내밀고, 심호흡을 하더니 천천히 입술을 떼었다.
뭔가 기운이 담겨 있는 듯한 그 작은 동작을 길은 무심히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 순간이었다.
정의 손끝에서 번쩍이는 빛이 뿜어져 나왔다.
눈부시게 밝은 레이저였다.
그리고 그 빛은 바로 벽에 맞춰 강렬한 구멍을 뚫어버렸다.
모든 것이 잠시 멈춘 듯했다.
길은 숨이 멎은 듯, 그 광경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멍하니 서 있었다.
그가 발을 내딛으려 할 때, 다리가 풀려 넘어졌다.
땅에 주저앉은 길은 그제야 입을 열었다.
"이게… 뭐야, 도대체?"
정은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게 바로 초능력이지."
그가 소리 없이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길은 멍하니 정을 바라보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자신도 그와 함께 약을 먹었나? 그런 생각이 잠시 스쳐갔다.
그의 눈빛이 흐려지며 어지럽게 바뀌었다.
도저히 현실감을 느낄 수 없는 그 광경 속에서, 길은 한없이 고요해졌다.
마음 속에서 뒤엉킨 의문들이 차례로 떠오르고,
그중 하나는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지 못할 만큼 혼란스러웠다.
잘 쓰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