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옷을 입어보실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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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4.11.20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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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를 해봅니다.
우선 저를 벗어 놓습니다.
등 뒤의 지퍼의 끝을 살짝 잡고 고정된 부분만 적당히 내리면,
스르륵 지퍼가 연달아 풀리면서 쉽게 벗을 수 있습니다.
보는 눈이 있을지도 모르니, 얼른 다른 옷을 걸칩니다.
덩치가 커다랗고, 수염이 덥수룩하게 난 산도적 같은 옷을 입을 수도 있고,
호리호리한 각선미에 표범 무늬의 스커트, 검정 스타킹이 매혹적인 옷을 입을 수도 있습니다.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서 저의 성별로, 몸매도, 얼굴도, 목소리도 모두 바뀝니다.
바닥에 펼쳐 놓은 어떤 옷이라는 마음이 내키면 바로 착용해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옷에 걸 맞는 걸음걸이, 태도, 습관을 바로 습득합니다.
아주 자연스럽게, 처음부터 마치 그 사람이었던 것처럼.
이렇게 옷을 걸쳐 입고, 글쓰기를 시작하면 마음이 편안합니다.
내 옷을 입고 글쓰기를 할 때는 부끄럽지만, 다른 사람의 옷을 입고 글쓰기를 할 때는 부끄럽지 않습니다.
아예 나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사람이고, 잠시 잠깐 입어보는 옷이니까요.
이 사람을 이러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대로의 추측을 펼칠 수 있으니까요.
혹시, 글쓰기가 부담스러우시다면.. 이렇게 한 번 해보세요.
오늘은 어떤 옷을 입을까만 고민하시면 됩니다.
다른 건?
옷을 입고 나면 알아서 그렇게 되겠죠.
옷이 사람을 만든다고 하잖아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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