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여요, 그 단어] 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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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하늘걷기 119.♡.184.150
작성일 2024.11.20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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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나를 지켜줘야 해!”

 

―미아옹!

 

알았다고 대답하는 것처럼 한 번 울더니 나비는 딸랑딸랑 소리를 남기고 사라졌다.

 

“참, 내가 별생각을 다 하네.”

 

나비를 보며 빙긋 웃던 나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매일 커다란 괴물에 잡아먹히는 꿈을 꾸었다.

 

내가 알고 있는 무엇과도 닮지 않고 설명하기 어려운 형체의 괴물에게서 설명할 수 있는 건 입이 아주 컸다는 것뿐이다.

 

그래서 가끔 간식 얻어먹으러 오는 누군가가 키우다가 버린 길고양이 나비한테 하소연하듯이 부탁한 거다.

고양이는 영물이라고 해서 혹시나 한 것이다.

 

잠을 자면 악몽을 꾸기 때문에 자기 싫지만 그게 마음대로 안 됐다.

안 자려고 커피를 진하게 타 먹어도 어김없이 잠이 들었다.

 

오늘도 빨간 게 충혈된 눈을 비비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모래가 바다의 파도처럼 솨아아 하면서 멀리 퍼졌다가 다시 솨아아 하면서 밀려들었다.

맨발을 간지럽히는 부드러운 모래가 기분이 좋았고 그 느낌을 만끽하려 했는데 갑자기 추워졌다.

 

그냥 추운 게 아니라 몸이 덜덜 떨릴 정도로 추워지더니 그게 나타났다.

 

커다랗고 시커먼 무언가인데 형체가 계속 바뀌었다.

 

물결처럼 일렁였다가 고슴도치처럼 뾰족했다가 뭉게구름처럼 몽글몽글해지기를 반복하면서 내 앞으로 미끄러져 왔다.

 

놀라서 움직이지 못하는 내 앞으로 와서 커다란 입을 벌렸다.

 

내 몸 하나는 그대로 삼켜질 것 같은 입을 벌리는데 입안은 시커멨다.

 

언젠가 본 빛마저 흡수하는 검은 색 어둠 같은 그런 불길한 꺼먼색이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커다란 입에 삼켜지려는 순간.

 

딸랑! 딸랑!

 

전에는 들어 보지 못한 소리가 났다.

그리고 하얀색의 빛이 네발 동물처럼 걸어왔다.

빛이 다가올수록 시커먼 괴물이 움찔거리면서 몸이 쪼그라드는데 하얀빛이 확 커졌다.

 

―캬아악!

 

빛이 확 커지고 무언가 위협하는 소리를 내자 시커먼 형체는 흐릿해지면서 사라졌다.

 

주위는 처음 그랬던 것처럼 모래가 파도처럼 밀려오고 밀려갔다.

 

빛은 몸을 돌려 걸어갔다.

 

―밥값이다 냥!

 

이해 안 될 소리를 남기고 빛이 사라졌고 어디서 듣던 소리만 울려 퍼졌다.

 

딸랑! 딸랑!

 

눈을 뜨니 아침이다.

길고양이 나비가 아침부터 간식 달라며 울고 있었다.

 

―야옹!

 

개운한 몸으로 일어나서 나비에게 간식을 주었다.

나비는 간식만 물고 도도하게 사라졌다.

 

딸랑! 딸랑!

 

그러고 보니 어젯밤에는 악몽을 꾸지 않았다.

아니, 꿈도 안 꾸고 내리 푹 잔 것 같다.

댓글 1

벗님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벗님 (106.♡.231.242)
작성일 어제 15:34
크.. 재밌네요.
도도한 나비가 콧대를 높이 들고 걷는 모습이 보이는 듯 합니다.
집사가 나비를 지킨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나비가 집사를 지켜주고 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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