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글쓰기]오늘의 한 단어 - 취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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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나는 알고 있었다. 알고 있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지만. 지금 이 상황에선 말이다.
"남은 거 있어?"
말라붙은 입술을 뜯어가며 물었다. 조심한다고 했지만 역시 윗입술이 찢어지면서 피 몇 방울이 혀 위로 떨어졌다. 짜릿한 생살 찢기는 아픔과 함께 비릿한 피맛이 혀 위로 넓게 퍼진다. 피가 마른 입술을 축인다. 비릿한 피향이 가득한 혀가 마치 생간 같다. 기름소금에 찍은 생간 한 덩어리가 입 안에 ... 야무지게 씹어 목구멍으로 넘기고 싶다는 생각에 잠시 아찔한 듯하다.
"뭐라도 말을 해 봐."
그렇다고 내가 대답할 리는 만무하다. 물론 그도 알고 있다. 알고 있으면서도 그는 계속 나에게 묻는다.
"넌 사실 딱 내 취향이었어."
그건 내가 확인할 도리가 없다. 아마 거짓일 것이다. 낮은 촉의 백열등 ... 저건 어디서 구한 것일까? 이제 생산도 되지 않을 텐데 ... 흐릿한 불빛 속이지만 구석구석 기름때가 엉겨붙어 있다. 계속 쥐가 들락거리고 있는 하수구는 긴 털 뭉치로 반쯤 막혀 있었다. 아마 머리털 같은 그 뭉치 사이로 쥐가 머리를 슬쩍슬쩍 내밀고 있다. 가발을 쓴 쥐새/끼 같다. 이번이 처음도 마지막도 아닐 사고 같은 것이고 이곳은 그 사고를 처리하는 곳일 뿐인 것이다. 그는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그저 '희생양'이 필요했다. 그것을 마치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의 일인 양 기만하고 있다. 나와 자기 자신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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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무렵이라 여기까만. 이미 죽어 시체인 자와 식인을 하려는 살인자의 독백을 교차해서 써보려고 했습니다.
벗님님의 댓글
'저.. 저.. 그런 사람 아니에요..' 라고 고개를 숙이고 떠나려 하는데, 어깨를 탁! 하고 잡히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