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글쓰기] (11/22) 오늘의 한 단어 - 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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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이익~~~ 취우~ 취우~"
새벽기차가 열숨을 품어낸다.
이등병사 다섯만 덩그러니... 플랫폼에 내린다. '잘가라' 하는 인사도 나눌새 없이 병사 사백사십명중 겨우 다섯을 내려준 디젤기차는 이내 거친숨을 몰아쉬며 목적지로 달려나간다.
병사들은 갓 후반기 교육을 마쳤다. 상무대에서 마지막 저녁밥을 먹고 '장성역'에서 자대로 가는 열차를 탔다. 분명히 열차는 북쪽으로 달렸다.
조치원역에서 갓 신교대를 마친 다른 병사들과 합류한 후 TMO 병사는 우리를 '삼랑진' 역에서 내려야 한다고 했다.
밤새 열차는 달려 '삼랑진' 역에 도착했고
교육과 훈련에 찌들은 병사들은 잠시 일탈하는 느낌을 받았지만
자대를 간다는 부담감에 열차안에서 맥주 열캔을 나누어 마신것이 전부이다.
비몽간에 '삼랑진' 이라는 역 소리를 들었고
병사들은 더블백을 어깨에 매고 역전 앞으로 나왔다.
역전엔 공중전화 하나가 있었다. 병사들은 하나둘 모여 역전 보안등 앞 계단에 주저 않는다.
'일단 여기서 동이틀때까지 기다리자'
그나마 제일 먼저 입대한 내가 말을 꺼냈다.
목적지가 '11군단사령부' 라는 말만 들었지 거기가 어디인지도, 이곳 삼랑진이 전방인지 후방인지 평지인지 산인지 전혀 감이 오지 않는다.
다섯병사는 모두 연천, 인천, 서울 등지에서 온 말하자면 '서울촌놈' 들이었던 것이다.
부모님께 전화한통 할까... 하다가 새벽 깊은 시간에 효심깊은 아들들은 주저한다.
동이트고... 역장이 출근해서 우리에게 말해준다.
첫 '비둘기호' 열차를 타고 가라며 티켓을 나누어준다.
병사들은 그 다음역에 다다르면서 환호성을 질렀다.
이곳이 후방인줄을 역이름을 보고나서야 알았기 때문이다.
삼랑진역 다음역은 "낙동강" 역이었다.
팬암님의 댓글의 댓글
그중에 '주먹쥐고일어서' 아십니까? 아이가 태어날 당시 상황을 빗대어 이름을 짓는다라고 알려져있는데
인디오에게 주먹은 바로 남성의 '그것' 을 말하는것이고
"두주먹" 은... 음~ "쟞이가 길다" 라는 뜻이기도 하지요.
여성에게 "이 두주먹만 있으면...." 충분히 매력을 발산한 이유로 여성에게 선택받;;;......... gpt가 이런것들도 알까요? ㅋ
*물론 인디오 부족마다 다를수 있습니다.
벗님님의 댓글
인생의 갈림길이란, 사실 그다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그건 마치 바람이 어느 방향에서 불지 모르는 듯한 기분과도 비슷하다.
그 순간순간은 그저 지나가는 듯, 별다른 의미 없이 흘러가지만,
지나고 나서 돌아보면 그때의 선택이 결국 지금의 나를 이끌었음을 알게 된다.
그날도 그랬다.
낙동강행 기차에서 병사들이 환호성을 지를 때, 나는 그저 그 순간을 어색하게 바라봤다.
그저 목적지에 닿기까지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된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의 인생에서 중요한 전환점이란, 그렇게 눈에 띄지 않게 찾아온다.
제대 후, 처음으로 나갔던 미팅 자리에서
그녀가 툭 던진 질문.
"앞으로 무슨 계획이 있냐?"
그 물음 속에 담긴 의미는, 사실 결혼을 고려한 질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때 나는 말없이 웃으며 말했다.
"이 두 주먹이면 못할 게 없지."
거칠고 허세 가득한 내 말이지만,
어쩌면 그 말 속에서 그녀는 나를 진지하게 받아들였을지 모른다.
그녀는 그저 실없이 웃었지만, 그 웃음이 또 이상하게 좋았다.
그 미소 뒤에는 나를 보는 따뜻한 시선이 있음을 나는 조금 알았다.
결국 우리는 결혼을 하게 됐다.
그 모든 것이 고백처럼, 엉뚱한 말투로 시작되었지만,
그저 "두 주먹이면 못할 게 없다"라는 고백은
우리가 함께하는 삶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됐다.
다만, 그 말을 조금 후회하기도 한다.
"두 주먹이면..." 굳이 그 말을.. 꺼내지 말 걸.
잘 쓰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