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 이야기-1.최종 관문: 면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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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shabash 211.♡.120.164
작성일 2024.12.1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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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실 입구에서 담당 주무관이 참가자 인원 점검을 하고 있다.

먼저 온 후보자가 접수증을 내밀자, 번호만 확인하고 자리를 배정해 준다.

뒤이어 내게도 자리를 배정해 주었다.

면접을 기다리는 동안, 눈을 감고 밤새 암기한 대본을 복기하다가, 한 순간 눈을 뜨고 신발을 내려다 보았다.

작년 면접 때 오른쪽 구두 밑창이 앞에서부터 뒷굽까지 쩍 하고 떨어져서 발을 질질 끌고 면접장에 도착했었던게 생각나서 -그 구두는 여직 밑창이 떨어진 채로 신발장에 들어있다- 구두 앞굽을 툭툭 마주쳐 보았다.


면접 내용은 작년과 달리 매우 빠르고 간단하게 진행되었다.

면접관이 한 해 동안의 활동 내용으로 면접을 가름하겠다고 한다.

밤새 외워온 대본을 시연할 기회를 달라고 했더니, 면접관이 즉석에서 임의로 문제를 출제하고 시연해 보라고 한다.

입이 방정이다.

그냥 퇴장할껄.

하지만,

면접 결과를 떠나서 이것으로 마지막 순간 까지 할 수 있는 노력은 다 했다고 나 자신에게 당당하게 말 할 수 있는 근거가 필요했다.

다 털어내고 싶었으나,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았다.


면접장 밖으로 나오면서,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Q: 태화강 국가정원을 방문하기 가장 좋은 시기는 언제인가요?

A: 방문객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인데요, 선생님께서 방문하신 오늘이 가장 좋은 날 입니다.


Q: 태화강 국가정원에서 가장 예쁜곳은 어디인가요?

A: 질문하신 분 보다 예쁜 건 여기 없는것 같습니다. 태화강 국가정원, 힘내야 겠어요.


대나무가 바람에 흔들린다.

대통령 탄핵이 발표된 시각, 대나무숲으로 들어가서 외쳤던 소리들이 메아리로 들려온다.

댓글 3

Kushhead님의 댓글

작성자 Kushhead (172.♡.69.10)
작성일 어제 15:12
합격입니다!

벗님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벗님 (112.♡.121.35)
작성일 어제 15:36
이어지는 내용을 구상하고 정리한 후, chatGPT에게 글을 맡겨 봤습니다.

면접이 끝나고 의자에서 일어서려는 순간이었다.
면접관이 조용히 손을 들어 질문을 하나 더 던졌다.
그의 목소리는 바람에 스치는 갈대처럼 부드러웠지만,
그 질문의 무게는 내 심장을 거세게 두드렸다.

“단 한 번 이곳을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그 시기를 언제로 택해야 할까요?
 어린 시절부터 생애 마지막 순간 중 어떤 시기를 골라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나는 순간 얼어붙었다.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거친 파도가 일렁이는 듯했다.
그 긴 세월의 흐름 속에서 단 하나의 시기를 선택한다는 것은 얼마나 가혹한 일이던가.
어떤 기억의 파편이 나를 붙들고 이곳으로 데려다 줄 수 있을까.
나를 어루만질 시간이 어느 때인지 감히 단정할 수 있을까.
그 짧은 침묵 속에서 마음속으로 수십 가지 장면들이 스쳐갔다.

유년 시절, 아버지의 손을 잡고 들판을 거닐던 기억.
그 시절의 나를 이곳에 데려다 놓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면, 내 아이가 자라서 자신의 아이를 품에 안고 있을 그 먼 미래의 날?
그들이 이곳을 찾아 나와 같은 질문을 받게 된다면, 어떤 답을 내놓을지 궁금했다.
하지만 나는 그 어떤 시기도 선뜻 선택할 수 없었다.

잠시 고개를 숙였다가 다시 들었다.
나는 답했다.

“그 질문은 잘못되었습니다.”

면접관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나는 천천히, 그러나 단호히 이어갔다.

“중요한 것은 그 시기가 언제인가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누구와 함께 오느냐입니다.
 누구와 이 순간을 나누고 싶은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시기는 각자 다를 수 있겠지만,
 가장 사랑하는 이와 함께하는 순간이 가장 적합한 때라고 믿습니다.”

내 말을 끝내며 숨을 고르는 사이, 면접관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내가 생각한 대답이 그의 기대에 닿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나는 내 마음을 그에게 진심으로 내어놓았다.
이어 나는 마지막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그 순간을 위해
 저는 이곳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추억으로 남을 수 있는 공간으로 가꾸고자 합니다.”

이 말이 끝나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의자에서 일어설 수 있었다.
면접실을 나서는 발걸음은 무거웠지만, 마음속 어딘가에는 알 수 없는 따스함이 스며들었다.
내가 그 대답을 하는 동안 문득 느낀 것은,
이곳이 단순히 장소가 아니라 누군가와의 관계로 살아 숨 쉬는 공간이라는 사실이었다.
그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야말로, 나의 생애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일이 될 것이 분명했다.


잘 쓰셨습니다. ^^

마성의물방개님의 댓글

작성자 마성의물방개 (125.♡.111.103)
작성일 10:04
오~ 울산 사시나요? 고등학교까지 울산에 있어서 고향이라 할 수 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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