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가지 이야기' 중 이야기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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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턱 하나를 넘는 게 뭐라고, 이렇게까지 마음이 어수선한가.
그녀와의 사이,
아직 이른 것인지 아니면 조금 시기가 지난 것인지 난 잘 모르겠다.
사랑이라는 건 어느 순간 차오르고, 또 어느 순간 메말라 버리는 것이라 했던가.
우리는 어느 시점 즈음에 있는 것일까.
이 문턱을 넘어가면, 새로운 공간이 펼쳐질까,
아니면 오래된 잔해들에 발목이 붙잡히고 말까.
오늘 난 결심을 했다.
하지만, 또 망설여진다.
손잡이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열면 끝이다.
열면.. 무언가 바뀔 것이다.
문 너머의 새로운 풍경이 내게 말을 걸어올테지.
나는 조용히 손잡이를 놓았다.
닫힌 문은 조용하다.
지금 이곳은 안전하다.
익숙한 공기,
정돈된 감정.
이 문턱을 넘는 순간, 모든 것이 변할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숨이 막힌다.
내가 원한 게 변화였나,
아니면 안정이었나.
오래전 그녀와 나눈 대화가 떠오른다.
"왜 그렇게 고민해? 그냥 하면 되잖아."
"그냥 하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야."
그녀는 웃었다.
나는 그 웃음을 오래 기억했다.
그녀는 그렇게 단순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무언가를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람,
뒤돌아보지 않는 사람.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매번 무언가를 더 생각했고, 한 걸음 더 멈춰 서서 바람을 읽었다.
지금 이 순간도 그렇다.
나는 바람이 전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문턱이 높아 보인다.
사실 높지 않다.
다만 마음이 무거운 거다. 지나온 시간들이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지.
한 걸음이면 된다.
그러나 그 한 걸음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녀가 있을까.
없다면 또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준비가 되긴 한 걸까.
그녀는 기다리고 있을까, 아니면 이미 떠났을까.
답이 없는 무거운 질문들.
한 참을 그렇게 문턱 앞에 서 있었다.
결국 선택을 해야 한다.
문턱을 넘어가야 할까, 말아야 할까.
나는 아직 답을 찾지 못했지만, 이렇게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천천히 손잡이에 손을 내밀었다.
// '14가지 이야기'를 써봅시다.
https://damoang.net/writing/3346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