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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잡일전문가 118.♡.101.64
작성일 2024.06.21 16:16
분류 한페이지
136 조회
5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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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옹 애옹 애오옹"

밤 산길을 걷던 사내는 어디선가 들리는 고양이 울음 소리에 발걸음을 멈췄다. 꽤 먼 곳에서 소리가 들렸다. 밤의 산은 불빛을 볼 수 없기 때문에 렌턴을 켜야 하지만, 그날은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기에 어느 정도 길이 보여서 랜턴은 가방 안에 넣고 있었다. 사내는 렌턴을 꺼내서 불을 켜고 주변을 살피며 고양이 울음소리가 나는 곳을 찾았다.

눈이 많이 와서 그런지 고양이 소리는 많이 울리지는 않았지만, 애처롭게 우는 소리는 계속됐다. 멧돼지 때문에 놓은 올무에라도 걸린 것이리라. 사내는 그리 생각하며 랜턴을 여기 저기 비추며 소리가 나는 곳을 계속 찾았다.

"애오옹..."

고양이는 지쳤는지 울음소리가 조금 작아진 것 같지만, 방향은 맞는 것 같은지 작아진 소리에도 불구하고 소리가 더 똑바로 들리고 있었다. 10여분을 더 찾았을까, 소리는 들리는데 고양이는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사내는 나무 위쪽에 불빛을 비췄고, 동물들이 으레 그렇듯이 손전등의 불빛에 눈을 번쩍였다. 고양이는 어찌된 일인지 나뭇가지에 몸이 걸려있었고,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한 시간 이상 내린 눈은 고양이를 볼품 없이 적셨고, 이대로는 동사할 것 처럼 보였다.

사내는 랜턴을 가방에 넣고 나무를 타기 시작했다. 그리 높지는 않았지만 눈이 많이 와서 미끄러웠기 때문에 오르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고양이가 걸린 가지까지 간신히 올라가 팔을 걸치고 손을 뻗어 고양이를 잡았다. 사람 손을 탄 고양이였는지, 죽어가는 자기를 살리러 오는 손이라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고양이는 얌전히 사내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이런 날 죽으면 안되지."

사내는 고양이에게 한 마디를 하고 나무에서 내려가기 위해 고양이를 어깨에 올렸다. 아무래도 안고는 못 내려갈테니 어쩔 수 없었다. 고양이는 그 상황을 이해한 듯 발톱을 세우고 사내의 어깨에 바짝 매달렸다. 나무에서 내려온 사내는 고양이를 품속에 넣고 집으로 향했다.

"응애. 응애..."

집 앞에 도착했을 때 집 안에서는 애기 울음소리가 들렸다. 사내의 얼굴이 환해졌다. 바로 집으로 뛰어들어가보니 장모님과 아내, 그리고 처음 보는 아기가 하얀 이불에 싸여 있었다.

"여보. 힘들었지? 수고했어."

사내는 문득 생각난듯 품 안의 고양이를 보며 말했다.

"내 아들이 태어나는 날인데 생명이 죽는걸 보면 안되지."

사내는 깨끗한 타월을 꺼내 고양이를 감싼 뒤 아기와는 좀 떨어진, 하지만 아랫목의 뜨끈한 열기가 전달되는 곳에 두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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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태어나던 날 아버지가 겪은 이야기를 나름 재구성해봤습니다.

시골 산속이라 집에서 태어났거든요 'ㅅ'
눈 펑펑 오는 날 태어났는데, 그 날 아버지가 퇴근하시다가 나무에 걸린 고양이를 줍줍해오셨답니다.
전 고양이를 꽤 좋아합니다 :)

댓글 7

벗님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벗님 (223.♡.23.199)
작성일 06.21 16:25
와..

잡일전문가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잡일전문가 (118.♡.101.64)
작성일 06.21 23:11
@벗님님에게 답글 고양이와의 인연은 좀 많습니다 'ㅁ'
차차 풀어보겠습니다 :)

이니즈님의 댓글

작성자 이니즈 (119.♡.141.29)
작성일 06.21 17:58
어릴 때 고양이랑 같이 논 기억이 남아있으실지 궁금하네요. 어쨌거나 인연입니다.

잡일전문가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잡일전문가 (118.♡.101.64)
작성일 06.21 23:13
@이니즈님에게 답글 기억에는 없긴 합니다.
가장 오래된 기억이 8개월 정도인데

요것도 다음에 글로 한 번 풀어보겠습니다 :)

프로그피쉬님의 댓글

작성자 프로그피쉬 (112.♡.76.76)
작성일 06.21 19:07
경사날 길조네요

잡일전문가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잡일전문가 (118.♡.101.64)
작성일 06.21 23:14
@프로그피쉬님에게 답글 신기한 인연이었지요 :D

아라님의 댓글

작성자 아라 (49.♡.11.6)
작성일 06.23 13:46
우와... 진짜 소설 속 한 장면 같아요.. 아름답네요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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