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장) 빨간 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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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프로그피쉬 112.♡.76.76
작성일 2024.06.24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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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깊이 무엇이 있을지 미스테리한 곳, 사람들은 두려워하는 곳. 세상의 눈으로부터 자신을 숨겨주는 숲을 그러나 소년은 좋아했다. 

단풍이 지고 낙옆이 지는 가을날이면 화가의 팔레트와 같은 잎사귀들이 산속에 숨어든 소년 자신을 동화 속 주인공으로 그려 주었다. 숲의 어둠 속에 혼자였으나 소년의 동화는 더없이 따스했기에 안도하였다.


훨씬 어릴 적부터 그 작은 동네에 이름난 악동이었기에 종종 소년이 누명을 쓰는 일도 있었다. 

다른 아이들처럼 남의 담장 넘어 석류를 몰래 따먹은 것은 사실이었으나 석류나무의 주지를 부러뜨린 기억은 없었다.

매년 여름이면 어김없이 수박 서리 범이 되었고 만취한 동네 아저씨가 애저녁에 잃어버린 자전거의 행방으로 소년이 훔쳤다며 추궁받기도 했다.


곤란한 상황을 모면하는 법은 각자마다 노하우가 있을 것이나, 동네에 이런저런 신세를 지며 살아가야만 했던 가난한 어머니에겐 실랑이로 화를 북돋우기보다는 소년을 나무라고 군말 없이 용서를 비는 것이 그것이었으리라.


말을 잇지 못하는 억울함에 목청이 터지도록 울부짖던 그 울음에 그래도 한 번쯤은 소년의 진심을 알아차렸지 않았을까? 그러나 벌이를 위해 낮이고 밤이고 일을 나가야 했던 홀어머니는 소년의 상처를 보듬어 주지 못한 채 집을 나서야 했다. 


자신을 지켜 줄 이가 없는 마을에서 소년은 벗어나야 했다. 사람들의 눈에서 멀어져야 했다. 그리하여 숲으로 숨어 들었다. 그렇게 녹아들었다. 동화 속으로. 


신록이 짙어져 숲속이 비치지 않던 초여름, 뜨거운 햇빛을 붉은 두건으로 가린 채 산기슭 밭농사를 돕던 기특하고 여린 소녀가 마주친 소년을 사람들은 늑대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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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쓴다는 건 재밌어요 오늘도 글 한꼭지 써봅니다.

감사합니다.



댓글 4

벗님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벗님 (106.♡.231.242)
작성일 06.24 10:58
적당한 악동, 하지만 심각한 해를 끼칠 정도는 아닌, 그럼에도 손가락질을 받고 누명을 쓰고..
결국 내 안으로, 숲 속으로, 어둠 속으로, 안락함 속으로 숨어드는 늑대가 되어가네요.
햇살이 내리 비치는 어느 날,
소녀에게 늑대가 아닌 소년으로, 정이 그리는 소년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지 않을까 하고 기대해봅니다.
잘 쓰셨습니다. ^^

프로그피쉬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프로그피쉬 (112.♡.76.76)
작성일 06.24 11:01
@벗님님에게 답글 장난거리를 찾는 어린아이들은 사고를 치곤합니다. 비록 자기 잘못이라해도 가슴깊이 상처받기도 쉽지요.
이 글을 쓰면서 어른들은 그런 어린마음을 나쁜 늑대로 보기만 하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었네요.
감사합니다

적운창님의 댓글

작성자 적운창 (42.♡.63.161)
작성일 06.26 15:20
늑대소년이란 장편의 프롤로그 같은 느낌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프로그피쉬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프로그피쉬 (112.♡.76.76)
작성일 06.26 15:42
@적운창님에게 답글 더 많은 이야기를 써낼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네요 시간을 들여야하지만⋯말이죠.
이렇게 프롤로그 전문 작가(?)가 되는거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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