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B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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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B의 이야기 써봅니다.
https://damoang.net/writing/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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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애의 귀에 밀착된 헤드폰에 흐르는 음악은 세상의 소리와 단절시켜 책에 집중하기 좋다.
그렇지만 어릴적 얻은 오른쪽 새끼손가락 상처가 아려오는 것으로 그들이 가까이 다가왔음을 느낀다.
다른 누구와도 통하지 않는 말이 점점 크게 들려오고 영애는 그것을 따라 주절이곤 한다.
영애의 알 수 없는 주절거림에 평소 그리 친하지도 않은 옆자리 반친구가 관심을 보인다.
이내 영애의 헤드폰을 벗기곤 질문을 던진다.
"너 지금 외국어 한거야? 하나도 못 알아듣겠어. 영어는 아닌데."
"어? 어, 이거. 독, 독일어."
"와, 너 영어 수업시간에도 곧잘하더니 독일어도 할 줄 알아?"
"으응, 조금⋯."
수박이 무르익던 좀 더 이전의 과거, 한 여자가 이 세상 것같지 않은 모양의 도를 든 남자에게 말했다.
"이렇게 어린 아이에게 꼭 그래야겠어요?"
"새끼 손가락정도면 괜찮을거야. 우리가 책임지면 돼."
"다시 생각해봐요. 한 인간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다는 생각은 오만이예요."
"이 아이를 위해서라도 해야 돼. 이대로면 우리가 돌아 왔을 때 다시 찾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어."
그가 쥔 칼날은 그리 날카롭지 않아보였다. 되려, 무디었다.
"후⋯."
깊게 한숨을 쉰 여자는 단념한 채 주문을 외운다.
"⋯음이 통할 지어다."
주문이 끝나기 무섭게 남자가 아이의 새끼손가락을 내리쳤다.
영애의 나이 고작 다섯 때의 일이었다. 그때 울고있던 영애를 달래기위해 쥐어준 수박은 이제 그녀의 최애 과일이 되었다.
어느덧 중학생이 되어버린 이제와서는 그 때 일이 꿈인지 생인지 구분이 안갈 정도로 기억이 희미하다.
하지만 그때 얻은 새끼손가락 상처가 아려 올 때마다 어김없이 들려오는 이질적인 언어는 주변을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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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쓰다보면 언젠가 전문 프롤로거가 되어있겠죠 훗.
감사합니다.
벗님님의 댓글
"Es tut nicht weh, das ist Liebe, es tut nicht weh. ( 아프지 않아, 이건 사랑이야, 아프지 않아. ) ..
잘 쓰셨습니다. ^^
적운창님의 댓글
자신의 직업을 소재로 특이한 뭔가 양념을 묻혀서 웹소를 쓰면 좋습니다.
전문가물은 사람들이 꽤 좋아합니다. 진입 장벽도 높고요.
C++이나 자바 코드를 내용에 적는 작가도 있습니다. 일종의 전문가물이라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죠.
그걸 보고 현업의 프로그래머 독자들이 그거 아니라고 핀잔을 주는 경우도...
하지만, 강철 멘탈의 작가는 독자의 댓글 따위는 읽어보지 않기 때문에 글 내용을 수정하지 않습니다.
검사, 변호사, 판사, 세무사, 의사, 프로그래머를 주인공으로 다룬 전문가물은 허들이 꽤 높습니다.
일반 회사원 물도 진입 장벽이 높다면 이해가 되시겠어요?
사회 생활 경험이 많은 작가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쓸 수 있는 분야가 한정될 수밖에 없죠.
조사하면서 쓸 수도 있지만, "현장감"과 "실제 필드에서 사용하는 언어"에서 장벽이 높아요.
물론 독자들은 모르지만, 이런 자그마한 차이도 차별점이 되니까요.
갑자기 이능력이 생긴 프로그래머(검사, 의사, 변호사, 세무사)가 인정 받으면서 승승장구한다는 게 하나의 클리셰입니다.
단점은 너무 잘 알면 오히려 쓰는 게 부담스러워 질 수 있다는 것과 현업과 너무 같게 표현하려고 하는 겁니다.
이제 전문 프롤로거에서 벗어나심이 어떨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