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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페이지] 한 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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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벗님 106.♡.231.242
작성일 2024.07.08 18:13
분류 한페이지
77 조회
2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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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 줄 입니다. 딱 한 줄.'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다.
못 다한 말들이 너무 많다.
예고도 없이 그렇게 갑자기 찾아 왔다.
예고를 해줬다면 이렇게 허둥거리지는 않았을까.
침통하다던지, 억울하다던지.. 이런 감상에 젖을 시간이 없다.
내 앞에 잠시 서서 기다리는 저 사람을 보라.
아마 한 줄을 전하자 마자, 바로 적고는 다음 사람에게 이동해버리겠지.
그의 눈빛에는 귀찮음이 가득이다.
나에게는 생애 마지막 한 순간이지만,
저 사람에게는 하루에도 수 백 번, 아니 수 천 번은 반복하는 의미없는 일인 듯 하다.

무엇을 말해야 하지, 뭐라고 전해야 하지.
당황스럽다.
수 십 년을 힘들게 살아왔고, 이제야 겨우 뭔가 하나 결실을 얻는가 싶었는데,
나의 운명은 내게 그런 호사를 누릴 기회를 주지 않았다.
거칠게 잡아당기며 나를 이승에서 저승으로, 단 한 순간에 저승의 문 앞에 이르게 했다.

옆의 몇 몇은 마지막 한 마디를 전했나 보다.
온 기운이 다했는지 누워 있는데 편안한 것인지, 슬픈 것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흐느끼는 것인지, 넋이 나간 것인지..

'시간 없어요. 그냥 넘어갈까요?'
'아니요, 아닙니다. 잠시만요. 한 줄.. 한 줄이라고 하셨죠.'

'네.'

노트에서 잠시 눈을 떼고는 나를 슬쩍 쳐다보더니, 다시 노트에 펜을 올린다.
그가 하품을 한다. 육신이 있는 것도 아닌데, 살아 있을 때 습관은 아직도 남아 있나 보다.

'저기 보세요. 좀 서두릅시다.'

그가 고갯짓을 한 곳을 쳐다 보니, 수를 셀 수 없는 많은 이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그들도 모두 나와 같은 심정이리라. 어떻게 단 한 줄로 마지막을 정리할 수 있다는 말인가.

'저.. 그냥 넘어갈까요? 마지막 한 마디 남기지 않는 분들도 많습니다.'
'아, 잠시만요. 네, 네. 알겠습니다. 네, 말할게요.'

'네.. 좋아요. 누구에게 남길 건가요?'

누구? 누구에게 내 마지막을 말하지. 사랑하는 부인, 내 어머니, 이제 겨우 걸음마를 뗀..

'저.. 여러 사람한테는 안 되나요?'
'네.. 안됩니다.'

아.. 누구에게, 누구에게 내 마지막 한 마디를 전하지.

.
.
.


눈이 번쩍 뜨였다. 온 몸이 식은 땀으로 축축했다.
'하아..' 안도의 한 숨을 쉬었다.
꿈이다, 꿈.

옆에 누워 있는 부인의 어깨 선이 아름답다.
슬며시 어깨를 쓰다듬어본다.
그녀의 귀에 조용히 귓속말을 해본다.

'사랑해, 여보'


끝.

댓글 2

적운창님의 댓글

작성자 적운창 (42.♡.63.161)
작성일 07.09 03:15
사랑합니다. 다모앙님

큐리스님의 댓글

작성자 큐리스 (115.♡.31.45)
작성일 07.09 11:05
ㅋㅋㅋㅋㅋ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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